'스마트'해지는 이동수단, 법은 이제 '스타트'

배소진 기자
2015.10.22 05:51

[the300][런치리포트-'갈 길'없는 신종 교통수단①]

외발·양발 전동휠,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등 개인형 이동수단(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가격으로 쉽게 접하기 어려웠지만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 등에 등장하며 친숙함을 높인데다, 얼마전 중국의 샤오미가 1999위안(약 35만원)짜리 전동휠 '나인봇 미니'를 발표하는 등 국내 시장저변도 폭발적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개인형 이동수단 이용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관리하거나 규제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안전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세계각국에서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앞다퉈 개발에 나서고 있는 초소형전기자동차 등과 같은 경우 아직 법체계상 정의도 제대로 내려지지 않아 산업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나인봇·세그웨이 어디서 타나

21일 국회에 따르면 나인봇, 세그웨이, 전동킥보드 등과 같이 전동식 바퀴로 이동하는 개인형 이동수단의 경우 현행 도로교통법상 50cc 미만 오토바이와 같은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된다. 법상 '차'에 속하기 때문에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가 있어야(만 16세 이상 취득가능)만 운행이 가능하고, 인도나 자전거 도로가 아닌 차도로 통행해야 한다. 안전을 위한 헬멧 착용 역시 의무사항이다.

하지만 시속 20~25km에 불과한 개인형 이동수단이 도로로 달리기란 쉽지 않다. 헬멧을 착용하는 것을 알고 있는 이용자가 많지 않은데다 별다른 안전장치도 없어 사고가 날 경우 큰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인도나 자전거전용도로를 주행할 경우 불법이다. 보행자나 자전거 이용자와 사고가 발생하면 개인형 이동수단 이용자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관련된 보험도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도 큰 문제다. 하지만 일선 단속기관마저 차도로 운행하는 이용자들을 잘못 단속하기도 하는 등 혼선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관계기관마다 입장도 조금씩 다르다. 지난 8월 홍익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개최한 '차세대 친환경 이동수단 퍼스널모빌리티의 도입에 따른 변화와 과제' 토론회에 참석한 명묘희 도로교통공단 선임연구원은 "(법적으로) 개인형 이동수단의 카테고리를 만들고 정비하지 않으면 이것을 어떻게 이용해야하는지 이용자, 생산자, 법집행자조차 모르게 된다"며 기술발전에 맞춰 현행 자동차 분류체계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하지만 당시 토론회에 참석한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 카테고리에서 별개로 개인형 이동수단을 관리하는 것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폈다. 도로교통법 관련 규정에 따른 내용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박성호 새누리당 의원도 세그웨이 운행을 직접 시연하며 도로운행기준 등 관련 제도를 갖춰야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유일호 당시 국토부 장관은 "실증사업을 통해 먼저 결론을 내고 부처간 협조를 통해 전반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자전거'가 되고잎은 전기자전거

전동휠과 마찬가지로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되는 전기자전거의 경우 상황이 조금 더 복잡하다.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 인식은 일반자전거로 돼 있지만 정작 자전거도로에서는 운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기자전거의 '법적 지위'를 자전거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국회에서도 있어왔다.

현재 국회에는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 '자전거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개정안,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강창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발의한 '자전거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 개정안, '도로교통법' 개정안 등 5건이 계류돼 있는 상태다. 모두 전기자전거를 차가 아닌 자전거로 분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은 2013년과 2014년 한차례씩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논의됐으나 안전성 문제에 대한 실태조사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뚜렷한 결론없이 보류됐다.

산업계에서도 전기자전거의 자전거 분류는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다.

전세계적으로 연평균 8% 이상씩 시장규모가 증가하면서 내년에는 약 4000만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시장의 경우 연간 1만여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전기자전거의 경우 특히 주요 부품인 전기, 배터리기술이 기존 자전거 제작기술과 융·복합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국내 법적 지위의 한계로 시장의 90%를 중국에 내줬다는 설명이다.

◇차종분류조차 없는 초소형전기자동차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초소형전기자동차도 개인형 이동수단의 범주에 포함된다. 특히 대중교통과 대중교통을 잇는 근거리 교통수단으로 사업성이 뛰어나다는 판단 아래 도요타, 르노삼성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관련 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지난 6월 서울시는 르노삼성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TWIZY) 시범운행을 시작하려 했지만 국토부의 반대로 무선됐다. 국내에서는 물론 아직 다른 국가에서조차 차종으로 분류되지 못한데다 안전규정도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트위지의 경우 자동차 내 분류기준인 승용차, 승합차, 화물차, 특수차, 이륜자동차 중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고 있다. 이륜차처럼 시트가 앞뒤로 놓여있고 유리창이 없는 구조지만 승용차 구분기준의 결정적 요인인 휠과 4륜이라는 요소도 갖추고 있다. 이륜차와 승용차의 중간쯤 있는 새로운 형태인 셈이다.

국토부는 트위지 시범운행 무산이 논란을 빚자 지난 8월 13일 '초소형자동차의 시험운행을 위한 자동차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등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내년부터 시범운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산업통상산자원부 역시 시속 70km의 속력을 낼 수 있는 1000만 원 미만의 3~4륜 친환경 교통수단을 2017년까지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회 입법조사처는 산업기술 발전에 따라가지 못하는 정책적 대응속도를 우려하며 관련 법안의 정비를 주문했다.

박준환 입법조사연구관은 홍익표 의원의 토론회에서 "교통수단 부분은 개인형 이동수단 뿐 아니라 앞으로 자율주행자동차 등 새기술을 입혀서 과거보다 빠른 속도로 계속 등장할텐데 정책대응 속도가 늦다"며 "이런 논의는 최소 3~5년전부터 이뤄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규제 안전을 위한 것도 필요하지만 진흥발전위한 논의도 같이 돼야 균형이 맞는다"며 "산업진흥을 위해서라도 국회 차원에서 활발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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