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재산 좀…" 한푼 아쉬운데 '공짜' 외치는 국회
새해를 맞아 정부가 '드론'까지 활용해 국유재산을 관리하겠다고 천명한 가운데 국회에선 여전히 국유재산을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특례'를 마련해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 지역구 표심을 고려한 의원들의 '생색내기'에, 국가재정을 늘려보려는 정부의 계획은 차질을 빚고 있다.
4일 국회에 따르면 19대국회 들어 지금까지 국유재산 사용 등에 각종 특례를 인정해달라는 내용의 의원발의 법안이 총 52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8건이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나머지 44건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국유재산은 국가가 행정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소유하고 있는 일체의 재산을 뜻한다. 국유재산에는 공작물, 선박, 항공기, 기계, 유가증권, 특허권 등 무형재산까지 모두 포함되지만 좁은 의미에선 통상 토지와 건물 등 국가소유 부동산을 의미한다.
현재 기획재정부가 파악한 국유재산은 2014년도 기준 938조5000억원 규모다. 이 중 토지가 437조4692억원으로 46.6%를 차지한다.
이같은 국유재산을 지방자치단체나 각종 민간단체 등이 이용할 때는 사용료를 납부하도록 돼 있지만, 국유재산특례를 통해 사용료를 면제·감경받거나 무상으로 양도받는 길이 열려있다. 지역구나 특정 단체의 이익을 위한 국유재산특례제한법이 우후죽순 발의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9일 기재위 경제재정법안심사소위원회는 7건의 국유재산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병합심사해 의결했다. 농어촌마을 주거환경 개선 및 리모델링사업을 위한 국유재산 무산양여를 요구하는 윤명희 의원의 법안을 비롯해 군인 밀집지역 국공립어린이집 시설(손인춘), 국방기술품질원(안규백), 대한노인회(김영록), 이북5도위원회(조명철) 등이 국유재산을 무상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반영됐다.
권성동, 염동열 의원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조직위원회 및 대회관련시설 사업시행자와 동계올림픽 특별구역 입주기업 및 개발사업 시행자, 외국인투자기업 등에 대하여 국유재산의 사용료 등의 감면 및 양여와 장기 사용허가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요구했다. 이 중 입주기업과 외국인투자기업만 제외하고 국유재산 무상활용이 허용됐다.
논의도 제대로 되지 않은 채 계류 중인 동명의 법은 훨씬 많다.
2012년 문대성 새누리당 의원은 대한체육회가 국유재산을 무상으로 사용하거나 임대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2013년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북 무주에 설립 추진 중인 태권도공원 조성사업을 위해 국유재산을 민간사업자에게 수의계약으로 임대매각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제한법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 계류 중이다.
재단이나 민간단체 설립을 전제로 국유재산 무상사용을 요구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과 김성찬 새누리당 의원은 각각 지역구 내 부산과학기술원과 창원과학기술원 설립을 전제로 국유재산을 무상사용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대구지역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 역시 국립대구과학관법인 등이 국유재산 특례 대상이 되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배기운 의원은 남북농림수산협력재단, 송영근 의원은 국방전직지원교육원, 문정림 의원은 한국보건의료인가국가시험원, 정희수 의원은 국방전력지원체계연구소 등을 설립하는 내용의 법안과 함께 이들 단체가 국유재산을 무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특례제한법을 함께 대표발의했다.
이밖에 △직능단체연합회(유정복·이상직) △대안교육기관(김세연·김춘진) △한국장학재단(최경환) △행정복합중심도시 입주 대학, 연구기관, 국제기구 및 종합병원(강석호) △한국우주소년단(서상기) △지방대학(박혜자) 등에 국유재산 특례사용을 허가토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다수 계류 중이다.
의원들의 쏟아지는 요구에 난처한 건 기획재정부다. 기재부는 2011년에 국유재산특례제한법을 제정, 해당 법안에 특례조항이 규정되지 않을 경우 다른 법에서 감면을 허용해도 적용되지 않도록 했다. 그동안 169개 법률에서 195개에 달하는 특례가 난립됐던 것을 보완한 조치다. 또 2013년에는 국유재산 사용특례의 일몰기한을 최대 10년으로 설정, 불필요한 특례조항이 지속되는 것을 방지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현재 국유재산특례제한법에 규정된 각종 특례인정은 197건이다. 법률의 제·개정 및 폐지에 따른 정비는 커녕 계속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이 중 99개 규정은 법에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용되지 않고 있다. 절반 이상이 불필요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송언석 기재부 제2차관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경제재정소위에서 "현재 법에 규정돼 있지만 적용안되는 게 있을 수 있고, 과거에는 타당성이 있었지만 이미 정책효과가 끝난 것들도 있을 수 있어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전체적으로 정부에서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재부는 앞으로 신설되는 국유지 특례규정을 엄격하게 검토하겠다는 의사도 피력하는 등 추후 전면정비작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국유재산 특례'관리나선 기재부…올해 지출규모 8577억원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처음으로 '2016년도 국유재산 특례지출 예산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그동안 '일반예산'과 '조세지출'에 한정됐던 재정의 범주를 '국유재산 특례지출'까지 확장,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재정건전성을 높이겠단 취지다.
해당 예산서에 따르면 기재부가 추산한 올해 국유재산 특례지출 예산은 8577억원이다. 지난해 예산인 9798억원에 비해 약 12.5%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엔 서울대학교 법인화에 따른 부속 학교들에 대한 양여(3111억원)가 포함됐고 올해는 세종특별자치시 및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에 대한 양여가 확대(2015년 1502억원→2016년 3490억원)되면서 총지출 규모가 변동됐다.
◇ 사용료 감면액 줄었지만 양여 규모는 연도별 제각각
국유재산 특례지출은 국유재산 사용료 등을 감면하거나 국가가 아닌 자에게 국유재산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양여(증여)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재정수입 감소분을 의미한다.
국유재산 특례는 현재 169개 법률, 197개 규정에 따라 특례로 운용되고 있다. 올해 특례가 적용되는 국유재산의 총 면적은 329㎢, 장부가액은 14조 2000억원이다. 이는 전체 국유재산 면적(2014년 기준 24,644㎢)의 1.3% 수준으로 지난해(373㎢)에 비해 약 44㎢줄었다.
올해 장부가액(14조 2000억원)은 전체 국유재산 가액(2014년 기준 938조 4902억원)의 1.5% 수준으로 지난해(15조 3000억원)에 비해 약 1조원 정도 줄었다.
올해 전체 국유재산특례 지출 규모 가운데 '사용료 등 감면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59%로 전망된다. 나머지 41%는 양여액이 차지한다.
기재부 측은 국유재산 유상사용원칙에 따라 사용료 등의 감면액 규모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에 있으나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진행 상황과 서울대학교 법인화 등 일시적인 요인으로 인해 양여 규모는 연도별로 편차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지역개발·교통·교육·산업 분야 특례지출이 80% 차지
세출 분야별로 보면 국토 및 지역개발, 교통 및 물류, 교육, 산업·중소기업 및 에너지 등 4개 분야에 대한 특례지출 비중이 전체의 약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국토 및 지역개발 분야 3528억원으로 지난해(1568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세종특별자치시 및 세종특별자치시 교육청에 대한 양여 증가로 인해서다.
교통 및 물류는 1893억원으로 지난해(2081억원)보다 일부 감소했다. 국토교통부가 철도 역시설을 유상으로 전환하면서 한국철도공사에 대한 사용료 감면액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교육분야 역시 883억원으로 지난해(3884억원)보다 대폭 줄었다. 지난해 특례지출 예산엔 서울대 초·중·고 등 부속학교 양여가 포함됐다.
산업·중소기업 및 에너지 분야는 461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평균 사용료 감면율이 현행 2.9%p(포인트)에서 1.5%p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어 사회복지 분야 407억원, 보건분야 353억원, 과학기술분야 288억원, 농림수산분야 281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소관 부처별로는 행복건설청, 해양수산부, 교육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5개 부처가 특례지출 총규모의 약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건설청은 3490억원, 해양수산부는 1467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모두 증가했으며 교육부는 852억원으로 감소했다. 국토교통부도 555억원, 산업통상자원부도 400억원으로 각각 감소할 전망이다.
중앙의료원, 국립암센터에 대한 사용료 등을 감면하고 있는 보건복지부의 경우 올해도 377억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전망됐다.
국유지 임대 최대 50년까지…규제완화 국회통과 눈앞
버려진 국·공유지의 활용도를 높이거나 국공유지 점유와 관련된 주민피해를 줄이기 위한 관리방안이 국회 8부 능선을 넘었다. 법안이 추진된 지 1년 만이다.
국유재산의 수익성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추가적인 제도 정비도 뒤따를 전망이다. 쪼그라든 나라살림 확충을 위해 현재 가진 국유재산을 활용해 국가재정 수입 확충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4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국유재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류성걸 새누리당 의원, 김우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동명의 개정안이 병합심사됐다. 현재 해당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현행 최대 20년인 국유지 임대 한도기간을 50년까지 늘리는 방안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임차기간을 최대 30년으로 하고, 20년 범위 내에서 1회에 한해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민간이 국공유지 개발에 보다 보다 안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제시한 셈이다.
5년 이상 활용되지 않은 재산이나 국유재산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개발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재산도 민간참여개발을 할 수 있도록 확대했다. 민간참여에 따라 개발되는 경우 영구시설물의 축조를 금지하는 조항도 완화했다.
국공유지와 사유지 간 상호점유에 따른 토지분쟁을 방지하기 위한 대안도 함께 담겼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 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국유지와 사유지의 경계가 서로 맞닿아 직접적인 분쟁을 낳고 있는 현재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관련 런치리포트: 국·공유지 '눈먼 땅?'☞바로가기)
개정안은 중앙관서의 장이 국가와 개인간 일반재산과 사유재산을 상호점유하고 있는 경우 일정조건의 사유재산 소유자에게 해당 국유재산 대부료를 감면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사유재산 소유자가 교환을 요청한 경우 상호교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국유재산 관리에 관심을 갖는 건 국가재정 확충 필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유재산 활용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2012년부터 국유재산기금을 설치하고 국유재산의 원활한 수급 및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국유재산 유관기관별로 분산구축돼 있던 관련 시스템을 하나로 연계해 국유재산 통합관리시스템을 갖추고 국유재산 민간활용을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주요과제로 선정했다. 국유재산을 관리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내년 상반기 중 드론(무인항공체)을 이용해 국유재산 실태조사에 이용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둔 상태다.
그러나 여전히 국유지 관리가 미비하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7월 기준 무단점유된 국유재산의 재산가액은 4조1832억원으로 총 10만530필지에 달한다. 면적으로 따지면 1.14㎢로 여의도 면적(2.9㎢)의 약 17.6배에 해당하는 크기다. 게다가 무단점유된 10만530필지 중 무단점유자가 확인된 필지는 3만4106필지로 전체의 33.9%에 불과하다.
무단점유를 줄이기 위해서는 변상금 징수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해 10월 국회예산정책처가 펴낸 '2016년도 예산안 부처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유재산 무단점유에 대해 사용료 또는 대부료의 120%를 부과하는 변상금의 올해 수입 계획액은 전년대비 22억원 감소한 282억원이다. 120%인 변상금을 130%~150%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도 국회 일각에서 검토되고 있다.
보존 넘어 '국부 증대' 활용…주요국 국유지 정책 뜯어보니
해외 주요국가들은 국유재산 관리 정책 목표를 국가사무집행을 위한 소극적 보유·보존 개념을 벗어나 토지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한 적극적 정책을 펼치고 있다.
행정목적외 국유지는 중앙정부 차원의 통합관리부서를 둬 국가가 직접 관리한다. 특히 지적제도와 등기제도가 완비된 주요국에서는 국유재산의 실태파악과 유지·보존은 거의 문제되지 않을 정도로 정비돼 있어 최근들어 국유지 관련입법에 나선 우리나라에 시사하는바가 크다.
미국의 국유지 정책은 1990년대 이전에는 유지·보존 위주였으나 1994년 연방정부에 전담기구를 설치하면서 적극적인 활용·확대 위주로 변경됐다. 2004년에는 연방조달청이 관리하는 연방토지 및 청사에 대한 대통령령인 '연방부동산자산관리'를 승인해 전담관을 신설하는 등 관리정책의 현대화를 추진했다.
미국은 특히 국유지인 연방토지 매각에 신중하다. 연방정부가 관리하기 어려운 토지 중 공공목적에 부합하며 연방정부가 소유하는 경우보다 매각 가치가 클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다.
영국은 2001년 재무부 산하에 정부 내 국유재산거래를 조정하고, 각 기관에 국유재산관리 자문서비스등을 제공하는 상공국(OGC)을 설치했다. 각 부처는 소유자산 등록부를 만들고 재무부는 자원회계 메뉴얼을 통해 국유지 회계처리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2005년에 국유재산 전자정보 시스템을 개발해 국유재산 소유현황과 신규부동산에 대한 수요와 잉여부동산등에 관한 정보를 통합관리하고 있다. 2010년까지 300억 파운드 규모의 국유부동산 매각과 2013년까지 연간 10억~15억 파운드의 국유재산 사용 절감계획을 수립한바 있다.
일본은 2012년 '행정개혁의 중요방침'에 따라 정부 자산 채무개혁을 위해 국유재산의 활용과 매각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재무성내 담당부서를 통해 국유재산관련 제도정비, 국유재산 관리업무를 수행한다. 일반재산은 처분을 통해 국가 수입증대를 꾀하며 공항, 항만시설은 전문기관에게 아웃소싱을 맡기고, 국유재산관리 조사센터에 이용되지 않는 토지는 위탁관리한다.
프랑스는 국유재산의 소유는 국가로 단일화하고 각 부처는 사용청의 지위를 가진다. 2003년 이후 불필요한 국유재산을 매각목표를 정하는 등 국유재산관리 현대화를 추진했다. 국유재산 중장기 수급계획을 마련하고 국유재산 특별회계 설치했다. 국유재산 공개매각 원칙 도입 등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정책도 추진했다. 2007년부터 각 부처는 청사이용시 국유재산국에 사용료를 지불한다.
독일은 2005년 연방재산국을 설립하고 국유재산관리체계 단일화 및 상업성 원칙을 확립했다. 연방재산국은 국유재산의 취득 매각 유지 보수 등을 담당하고, 국유재산관리기금, 관리·투자계획은 재무부 승인을 받는다. 독일은 2006년 'BALIMA'라는 시스템을 구축해 회계관리, 통제, 지불, 자료관리 등 국유재산관리업무 전산화했다.
호주는 총괄부서인 재무부를 통해 연방정부 재산의 취득, 관리, 처분 등을 종합 관리하고 있다. 국유재산 건설국내에 부동산팀을 별도로 운영하며 각 연방정부 부처는 재무부장관의 승인하에 관할 업무와 관련된 재산을 취득(임차 포함), 관리 및 처분한다. 정부 각 부처는 매년 행정재산 구입예산을 확보해 시장에서 구입 또는 타 부처에서 구입·임대해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