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보증금제 시행법안을 발의한 이유가 소비자가 부담한 공병값(빈용기보증금)을 돌려주라는 것인데 지금은 제조사와 유통업자가 나눠먹는 구조 아닙니까. 그러니까 국민들에게 안돌려줄꺼면 아예 없애자는 것이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최봉홍 새누리당 의원은 21일 머니투데이 the300과의 통화에서 자신이 낸 법안을 무력화하는 법안을 최근 재발의한 것과 관련해 이렇게 토로했다.
최 의원은 2013년 12월 공병값을 인상하는 내용의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재활용촉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소주 40원, 맥주 50원인 빈용기 보증금이 너무 낮아 회수가 잘 되지 않으니 각각 100원, 130원으로 끌어올려 공병회수율을 높이자는 게 법안의 골자였다.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중간 유통업자(도매·소매) 마진인 취급수수료도 현행 최저 16원, 19원에서 33원 인상안도 추가됐다.
이 법은 1년만인 2014년 말에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최 의원은 지난해 12월 빈용기보증금제도 자체를 없애자는 내용의 재활용촉진법을 다시 발의했다. 최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사실상 폐기하는 법안을 다시 발의한 배경에는 '손톱 밑 가시뽑기'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박근혜정부 규제개혁위원회(규제위)의 결정으로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규제위는 지난해 11월27일 국회와 정부가 논의 끝에 결정한 보증금 인상안을 1년간 현행유지(인상 철회)로 전환하고, 정부가 정하기로 한 취급수수료를 '업계 자율'로 의결시켰다. 정책효과가 불투명하고 서민 체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게 이유였다.
규제위 회의록에 따르면 A위원은 "소주 가격이 인상되는 것은 확실한 사실인 반면, 소매점을 통한 역회수의 활성화라는 정책효과는 불확실하다"고 말했고, B위원은 "보증금 인상에 따라 미반환보증금이 오히려 더 늘어나 소비자 권리회복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효과가 없는데 병값만 올리면 소비자 부담만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류업계는 이미 가격을 인상했고, 일부 음식점에선 이를 빌미로 소주 한병에 5000원까지 올려받는 현상도 나타났다. 시장 자율에 맡기면서 제조사와 주류 도매상의 갈등도 표면화됐다.
규제위의 결정으로 소비자가 제품을 구입하면서 지불하는 연간 570억원 규모의 공병보증금은 여전히 소비자에게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격분한 최 의원은 '차라리 보증금을 제품가격에서 빼라'며 공병보증금제 폐기법안을 제출하게 된 것이다.
제조사가 새로 병을 만들 때 드는 비용은 170원인데 재사용을 했을 때 단가는 취급수수료 평균 17원, 세척비용 33원 등 50원에 불과하다. 빈병을 사용하면 개당 120원의 제조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데 공병 회수가 안되면 이 부담은 제조사에게 넘어간다.
그러나 이 경우 다시 가격인상요인으로 작용해 소비자가 부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공병 재사용률이 평균 8회로 가격 인상 억제효과가 있었다"면서 "업계에선 보증금제도가 사라지면 제조사는 회수시설비를 갖추거나 일회용 용기를 사용하게 되는데 그러면 적어도 120원의 원가인상요인이 생긴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규제위의 결정이 입법권을 가진 국회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는 "국회의원 220명의 동의를 받아 개정부터 시행령 나오기까지 3년을 넘게 진행해왔는데 교수들 몇명이 있는 규제위 결정으로 결과를 뒤집다니 허탈할 따름"이라며 "소비자는 병값을 부담하고 이득은 제조사가 보는데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규제위가 로비에 약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