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간 여야 줄다리기…북한인권법, 끝나지 않은 논쟁
11년간 국회에 묶여있던 북한인권법이 곧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지난 23일 쟁점법안이었던 북한인권법 제정안을 29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북한인권법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개선을 위한 목적을 띤다. 그러나 북한이 자국의 인권상황에 대한 개선요구를 체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사실상 대북 압박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고 남북관계에 미칠 부작용에 비해 실제 북한 인권개선에 미칠 실효성이 적다는 반대의견에 부딪혀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야는 지난 11년간 지난한 줄다리기를 통해 법안의 주요 쟁점에 대해 합의에 이르렀지만 제2조 '기본원칙 및 국가의 책무' 부분은 아직 조율 중이다. 애초 법안의 목적인 '북한 인권 증진 노력'에 야당이 주장해온 '남북관계 발전 및 한반도 평화 정착 노력'을 추가하는 데까지 합의했으나 최종 문구를 확정하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정부는 북한 인권 증진 노력과 함께 남북 관계 발전과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을 위한 방향으로 노력하여야 한다'는 문구를 넣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북한 인권 증진 노력은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 노력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문구를 조문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여야가 이 법을 바라보는 시각차을 극명히 드러낸다. 여당은 이 법이 오로지 '인권 증진'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관계 개선과 평화 정착을 인권증진과 같은 층위에서 동등하게 다뤄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양당의 이념과 가치의 문제로 막판까지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인권법의 핵심적인 부분은 북한인권기록보존소와 북한인권재단의 설치다. 북한 인권침해 사례를 수집·보존하기 위한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설치해 북한 당국의 인권탄압 사례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기록을 남기면 향후 탄압 책임자에 대한 처벌 근거로 삼을 수 있다. 통일 이후 북한 당국의 만행에 대한 역사 청산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는 향후 북한 정권에 대한 형사처벌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북한과의 대결구도가 불가피하다. 북한은 북한인권법에 대해 '인권'을 명목으로 자신의 정권을 붕괴시키려 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여왔다. 사실상 '북한인권법'이 아니라 '북한압박, 제재법'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 정권을 자극하면 북한 주민들의 생존을 오히려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인권법의 또 하나의 논란의 축은 북한인권재단이다. 북한 인권 실태조사와 관련 연구, 정책 개발,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주 기능이다. 그러나 야권과 진보단체에서는 재단이 북한인권 단체 지원 명목으로 대북전단(삐라) 살포와 같은 활동을 합법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며 반발해왔다.
그동안 북한인권법을 '삐라 지원법'이라고 부르며 결사 반대하던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전향적으로 협상에 나선 데에는 최근 북한 핵실험으로 인한 여론 악화와 북한 압박·제재 정국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총선을 앞두고 야당의 아킬레스건인 '북풍', '종북몰이'를 우려한 선택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한인권법, 2005년 발의부터 최근 합의안까지…
북한의 인권 개선을 명목으로 2005년 처음 발의된 '북한인권법안'은 지난 11년간 여야의 치열한 논쟁을 통해 끊임없이 변모해왔다. 최종안이 나오기까지 변화 과정을 따라가봤다.
◇2005년 북한인권법 첫 발의…민주당 "삐라지원법, 결사 반대"
2003년 4월 유엔인권위원회가 북한의 인권문제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2004년 10월 미국에서 북한인권법이 발효되자 우리 정부도 북한 인권 문제에 개입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국회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2003년 국회에서 북한인권개선촉구결의안이 처음 발의돼 통과됐으나 선언적인 수준이었다. 구속력을 갖는 '북한인권법안'은 2005년 당시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이 최초 발의했다.
법안은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 개선 활동을 벌이는 북한인권대사와 북한인권개선을 심의·의결할 북한인권개선위 설치 등을 골자로 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와 북한 인권단체 정부지원은 이 때부터 포함됐다. 그러나 당시 열린우리당의 반대로 임기만료 폐기됐다.
18대 국회에서는 윤상현·황우여 의원의 북한인권법안과 황진하 의원의 북한인권증진법안, 홍일표 의원의 북한인권재단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돼 병합심사됐다. 당시 민주당은 이를 '대북 삐라살포 지원 법안'으로 규정하고 강력 저지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의석수 우위를 이용해 이 법안을 처리를 강행했지만 법사위에서 야당 의원들의 반발로 결국 처리가 무산됐다.
◇19대 국회, 與 '북한인권' 법안에 野 '북한주민 지원' 법안으로 맞불
19대 국회 들어 새누리당은 2012년 윤상현 의원이 처음 발의한 이래 2년간 5개의 북한인권법안을 무더기 발의하며 강도를 높였다. 이에 야당은 자체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북한주민 지원에 초점을 맞춘 법안을 연달아 발의하며 맞불을 놨다.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방점을 찍은 '북한주민 인권증진법안'(심재권 대표발의), '북한민생인권법안'(윤후덕 대표발의), 북한 영유아 지원을 위한 '북한 영유아 지원에 관한 법률안'(정청래 대표발의), '북한주민 모자보건 지원에 관한 법률안'(심재권 대표발의),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지원에 관한 특례법안'(인재근 대표발의)가 이 시기 발의돼 여당의 북한인권법안과 함께 심사됐으나 '인권'과 '지원'을 놓고 여야간 극심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북한인권법에 대한 야당의 입장은 2014년 초 전향적인 변화를 보였다. 2013년 12월 장성택 공개처형으로 북한 인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된 이후 김한길 당시 민주당 대표가 2014년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북한인권민생법을 당차원에서 마련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다.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은 2014년 4월 자당 북한인권 관련 법안을 모아 외통위 야당 간사 심재권 의원 대표발의로 '북한인권증진법안'을 발의했다. 새누리당도 같은 해 11월 현재까지 발의된 여당안을 통합해 김영우 의원 대표발의로 '북한인권법안'을 제출했다.
야당안은 법안의 목적을 '남북인권대화와 인도적 지원사업에 필요한 사항'이라고 규정해 여당안과 거리를 뒀다. 또한 통일부에 인도적지원협의회를 설치해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사업을 협의·조정하도록 했다.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법무부 산하 북한인권기록보존소 대신 인권정보센터를 통일부에 설치하도록 했다.
◇외통위 넘어 여야 원내지도부 협상으로…'국가의 책무' 최종문구 조율 남겨
양당 안이 확정된 후 북한인권법안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지난해 9월 외통위 여야 간사간 합의안을 살펴보면 여야는 여당의 주장을 받아들여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키로 했다. 야당이 주장해온 남북인권대회도 포함했다. 통일부장관은 3년마다 북한인권증진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북한주민 인권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북한 당국이나 기관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국제적 기준에 따라 투명하게 추진하고 임산부,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우선되도록 했다. 여당안에만 들어있던 북한인권증진을 위한 국제적 협력도 명시됐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후 4개월여간 협의한 끝에 지난 23일 3+3 회동에서 막판 쟁점이었던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 구성 △북한인권재단 임원의 구성 △북한인권기록보존소에 관한 사항에 합의했다.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은 6명씩 여야 동수로 위촉키로 하고 북한인권재단 임원은 정부에서 2명, 여야 각 5명씩 추천키로 했다. 야당은 자문위와 재단 모두 여야 동수로 추천해 구성할 것을 주장했으나 절충한 것이다.
여야는 법무부에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두되 3개월에 한 번씩 자료를 법무부로 이관하기로 했다. 이 또한 법무부에 보존소를 설치하자는 여당안과 통일부에 설치하자는 야당안을 절충한 결과다.
29일 본회의를 앞두고 여야는 '기본원칙 및 국가의 책무' 조항의 조율만을 남겨두고 있다. 새누리당은 당초 '북한 인권 증진 노력' 문구만 넣자는 입장이었으나 더민주당의 주장을 받아들여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을 추가하기로 했다.
북한인권법 제2조에 여당 주장대로 '정부는 북한 인권 증진 노력과 함께 남북 관계 발전과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을 위한 방향으로 노력하여야 한다' 문구를 넣을지 야당이 주장하는 '북한 인권 증진 노력은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 노력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를 넣을지 최종 선택만이 남았다.
◇외통위 넘어 여야 원내지도부 협상으로…'국가의 책무' 최종문구 조율 남겨
양당 안이 확정된 후 북한인권법안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지난해 9월 외통위 여야 간사간 합의안은 여당안을 수용해 북한인권 실태 조사와 인도적 지원 등을 수행하기 위한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키로 했다. 야당이 주장해온 남북인권대회도 포함했다. 통일부장관은 3년마다 북한인권증진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북한주민 인권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북한 당국이나 기관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인도 기준에 따라 투명하게 추진하고 임산부,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우선되도록 했다. 여당안에만 들어있던 북한인권증진을 위한 국제적 협력도 명시됐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후 4개월여간 협의한 끝에 지난 23일 3+3 회동에서 막판 쟁점이었던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 구성 △북한인권재단 임원의 구성 △북한인권기록소에 관한 사항에 합의했다.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은 6명씩 여야 동수로 위촉키로 하고 북한인권재단 임원은 정부에서 2명, 여야 각 5명씩 추천키로 했다. 야당은 자문위와 재단 모두 여야 동수로 추천해 구성할 것을 주장했으나 절충한 것이다.
여야는 법무부에 북한인권기록소는를 두되 3개월에 한 번씩 자료를 법무부로 이관하기로 했다. 이 또한 법무부에 보존소를 설치하자는 여당안과 통일부에 설치하자는 야당안을 절충한 결과다.
여야는 '기본원칙 및 국가의 책무' 조항의 조율만을 남겨두고 있다. 새누리당은 당초 '북한 인권 증진 노력'만 넣자는 입장이었으나 더민주당의 주장을 받아들여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을 추가하기로 했다.
여당이 주장하는 '정부는 북한 인권 증진 노력과 함께 남북 관계 발전과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을 위한 방향으로 노력하여야 한다'와 야당이 주장하는 '북한 인권 증진 노력은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 노력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 중 최종 선택만 남았다.
북한인권법 "인권개선 실효없다" vs "법제정만으로 경고효과"
북한인권법이 우여곡절 끝에 11년 만에 빛을 볼 예정이지만 법의 실효성과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을 두고 논란이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여당이 법안 통과에만 집착하다보니 여야 합의 과정에서 북한 인권개선이라는 본 목적이 희석, '반신불수'법이 됐다고 우려하는가 하면 이 법의 제정만으로 북한 정권에 경고 효과를 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이 법이 북한 당국의 인권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하는 만큼 단기적으로 남북관계 경색은 불가피하지만 이미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북핵 정국에서 그 영향이 크지 않으리란 관측도 나왔다.
먼저 통일부에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설치하는 결정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은 통일 후 인권탄압 책임자 처벌을 위해 기록보존소를 법무부에 설치하자고 한 반면 야당은 북한 인권정보 수집이 우선적이라며 통일부에 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결국 여야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통일부에 설치하고 3개월에 한 번씩 기록을 법무부에 이관하는 절충안을 내놨다.
이에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인권침해는 UN이 강조하는 바와 같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반인도적 범죄"라며 "전문적인 범죄 수사기관인 법무부가 처음부터 모든 기관으로부터 협조를 받아 능동적으로 조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성명을 발표했다.
한변 대표인 김태훈 변호사는 "통일부의 주된 역할은 남북대화와 교류, 협력인데 북한의 인권 침해를 처벌하는 자료 수집을 맡기면 북한을 정면으로 자극할 수 있다. 통일부는 통일부대로, 법무부는 법무부대로 일을 못하게 된다"며 "여당은 이런 절충안을 수용해서라도 법안을 처리하고자 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절름발이, 반신불수 법"이라고 지적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이 법을 '누더기'라 칭하며 실효성을 우려했다. 장 연구위원은 "북한 인권개선에 대한 정치적, 선언적 메시지는 주지만 북한에 실제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북한 인권 기록은 지금도 하고 있는데 추가적 압박이 될지 의문"이라며 "남북대화나 협력에는 당연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에서 북한인권법을 제정하는 것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는 처사로, 실제 북한에 미칠 효과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압박과 제재 중심의 북한인권법은 인권문제에 대한 상징성은 있지만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아 실효성은 없을 것"이라고 평했다.
양 교수는 "남북관계의 기본이 상호체제 존중과 내정 불간섭인데 미국과 일본이 북한 인권 말하는 것과 우리가 북한인권법을 제정하는 것은 다르다. 인권문제 비판하면서 남북대화가 되겠나"라며 "기록보존을 한다 해도 처벌하려면 직접 검증이 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탈북자 몇 명을 증인으로 삼을 수밖에 없고 위장증언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법 제정만으로 북한 정권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정권은 대외적 이미지에 신경을 많이 쓴다. 장성택 처형이 공개돼 이미지 타격을 입은 이후 애민정책을 과시하며 온화한 지도자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며 "정권 기반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인권으로 압박하는 건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조 연구위원은 "과거 서독도 중앙법무기록보존소를 두어 통일 후 동독의 반인권 범죄를 처벌했다. 인권침해를 묵인하지 않고 사례를 수집하고 축적하는 것만으로 압박이 될 수 있다"며 "남북관계가 좋을 때 법이 통과되면 영향이 크겠지만 현재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북한에 대해 제재와 압박 외엔 방법이 없고 대화와 협상 여지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 법이 남북관계에 미칠 우려와 관련해 "북한이 단기적으로 반발은 하겠지만 적응을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북한인권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에 대해서는 "법무부에 설치하는 여당안이 정부 입장이었다"며 "야당은 인권기록보존소가 대북 압박의 수단으로 쓰일 것을 우려해 통일부에 둔다고 하는데 남북대화를 주도하는 통일부에 두면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실효성, 법적 효력을 봤을 때 법무부에 두는 게 좋다"고 견해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여야 합의로 일단 법안이 통과되면 시행령 등을 통해 실효성을 높이는 후속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북한인권법의 애초 목적이 북한 정권 압박이나 제재뿐 아니라 기아문제, 낙후된 의료시스템 기 등 북한 주민의 인도적 문제 해결이란 점을 염두에 두고 대북 지원과 협력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