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회사원 김민경씨(가명·여)는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김씨는 6일 새집을 알아보던 도중 뉴스를 통해 전날 밤 울산에서 발생한 규모 5.0 지진 소식을 들었다. 갑작스런 지진 소식에 걱정이 된 김씨는 마음에 두고 있던 아파트의 철골 구조가 어떻게 구성된 것인지 알아보려 했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포털에서 검색해보니 저질 수입 철강재들이 건축물에 알게 모르게 활용되고 있다는 뉴스가 나와 우려스러운 마음이다.
김씨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발의된 법안이 이찬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건설공사 현장뿐만 아니라 공사 완료시 게시·설치하는 표지판에 주요 건설자재 및 부재의 원산지 표지가 의무화된다.
특히 그동안 확인할 길이 없었던 철강재 원산지 및 공급업체가 공개된다. 해당 업체의 철강재가 KS(한국산업표준)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도 소비자가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아파트 분양 브로셔 및 건물 표시석 등에도 해당 내용이 적혀, 소비자가 손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 소비자의 알권리를 거의 100% 충족시킬 수 있다.
아파트 등 주택의 안전성도 담보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철강재 정보를 모두 알기 때문에 값싸지만 품질이 검증되지 않은 중국산 철강재를 쓸 가능성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철강협회는 최근 자체 실태조사 결과, 수입 철강제품(중국 6개사, 15개 샘플) 중 5개사 6개 샘플이 KS기준에 미달했다고 밝혔다. 3개 샘플은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돼 KS인증 취소사유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철강재 원산지 표시가 정확하게 이뤄진다면 안전성을 무시한 일부 건설사들의 '꼼수'도 미리 걸러낼 수 있다는 평가다. KS인증을 받은 철강재에 KS를 받지 못한 중국산 수입 철강재를 일부 섞어 혼용하는 방식 등이 그동안 적발돼왔는데, 이같은 행위를 사전에 보다 강력하게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인 셈이다.
저질 철강재의 활용은 때때로 대형참사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반드시 근절해야 할 건설업계의 행태로 손꼽힌다. 2014년 대학생 10명이 사망하고 204명이 부상당해 충격을 줬던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의 주요 원인도 중국산 짝퉁 철강재 활용이었다.
반면 부작용으로 인해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중국산 철강재 중에서도 우량한 품질의 제품이 많은데 국내에 '중국산=저품질'이라는 선입견이 존재하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중국산 철강재를 사용한 건축물의 입주자 및 건축주가 집값하락 등을 이유로 집단 반발에 나서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무엇보다 아파트 가격의 상승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산 못지 않은 품질임에도 가격이 싼 중국산 철강재를 사용해 주택가격을 낮출 수 있었는데 '중국산'이라는 낙인을 피하기 위해 국산 철강재만 사용하면 주택가격이 당연히 오르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건축업계는 국산 철강재의 경우 중국산과 품질 수준이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통상 가격이 13∼36% 이상 높게 형성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주택 소비자 양극화도 우려된다. 서민은 중국산 철강재가 사용된 아파트, 상류층은 국산 철강재가 사용된 아파트에 거주하는 현상을 국가가 주도해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반박으로, 철강재 원산지 표시를 법으로 강제해도 주택가격에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주택가격을 결정하는 데 있어 철강재 가격은 큰 변수가 아니기 때문에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더민주 관계자는 "철강재를 중국산으로 돌릴 경우 아파트 단지 하나에 500만~600만원 정도 남길 수 있다고 여겨진다"며 "대단지를 공급하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중국산 철강재를 쓰면 수십개의 단지에서 많은 돈을 남길 수 있지만, 주택 1개만 사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