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불붙은 모병제

박소연 진상현 오세중 구경민 ,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기자
2016.09.06 08:41

[the300]종합

국회 달군 '모병제' 토론회…내년 대선 계기 공론화 '시동'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고 싶은 군대 만들기!' 모병제희망모임 제1차 토크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왼쪽부터), 정두언 전 의원,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토크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뉴스1

군 복무를 원하는 사람만 자원 입대하게 하는 '모병제' 도입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 공론화됐다. 2025년 전후로 도래할 '인구절벽'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25만~30만명 규모의 작지만 강한 군대로 전환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자발성에 기초한 모병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예산 부족과 전투력 저하 우려 등 우려의 목소리도 많아 실제 정책에 반영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5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남경필 새누리당 경기도지사와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각계 인사 70여명이 참여하는 '모병제 희망모임'이 '제1차 토크-가고싶은 군대 만들기'를 개최했다.

먼저 여권의 대권 주자로 꼽히는 남 지사는 '강군 육성을 위한 '한국형 모병제'-'코리아 리빌딩'을 위한 시대적 과제'라는 발표를 통해 내년 대선 공약으로 '모병제'를 내걸겠다고 밝혔다. 남 지사는 "대한민국이 리빌딩(rebuilding, 재건)할 부분이 많지만 오늘 군에 대한 얘기를 하겠다"며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으로 △안보 △공정함 △일자리를 꼽았다.

그는 "모병제는 세 가지를 다 담고 있다"며 "먼저 안보와 관련해, 인구절벽의 요인이 있다. 65년 군 입대자가 100만명인데 올해 43만명으로 50년만에 60%가 줄었다. 2025년 무렵엔 더 떨어질텐데 인구절벽 상황에서 50만 이상의 병력규모를 유지하려면 정신적, 신체적 문제가 있는 이들도 100% 군대를 보내고 병역기간을 왕창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남 지사는 "방법은 작지만 강한 군대다. 억지로 끌려오는 군대가 아닌 가고싶은 군대를 만들려면 9급 공무원 200만원 정도의 월급을 지급해야 한다"며 "고등학교 졸업 후 입대해 3년 군대 근무해 7000만~8000만원을 모으면 대학을 가거나 취업준비를 하는 등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다. 좋은 대학 가지 않아도 멋진 사회 일원이 되는 사닥다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대한민국은 국방이 의무이기 때문에 군에 가지 않는 이들도 8주 정도 병역을 기본적으로 이수하고 다른 사회적 책무를 지게 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필요하다"며 "부모의 재산과 지위가 높은 사람이 더 많은 사회적 공헌을 하는 제도를 만들면 군을 강하고 튼튼하게 할 수 있고 모병제의 불공정 시비도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두관 더민주 의원은 청년 일자리 창출과 예산 등의 관점에서 모병제 도입을 주장했다.

김 의원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보면 군인들이 멋진데 현실적으론 그렇지 못하다. 모병제의 대표격인 미국은 군인에 대한 존경심이 있지만 한국에서 군인은 풍자와 해학의 대명사"라며 "연간 100여명이 군대서 사망하고 70여명이 자살하고 4000여명이 의가사제대하고 500여명의 전과자가 양산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부모가 자녀 군대를 보내고 싶지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징병제로 연간 사회적 비용이 25조9000억~69조원까지 든다는 학계 보고가 있다"며 "내년도 국방예산 400조원의 1%인 3~4조원이면 모병제를 도입할 수 있다. 63만에서 30만으로 줄어들면 병력 운영비 절감분으로 12만~37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사회적 기회비용에 의한 약 145조원의 GDP 상승효과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후 정두언 전 국회 국방위원장의 진행으로 남 지사와 김 의원의 '토크'가 진행됐다. 정 위원장은 △국민 관심 부족 △모병제에 대한 오해 △기득권 구조의 저항 등을 모병제 도입의 과제로 꼽고, 모병제를 내년 대선을 계기로 담론화해서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크 이후 진행된 질의시간엔 시민들이 모병제와 징병제를 병행운영해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부터 여성 징병제 필요성, 징병제 사병들의 월급 현실화 문제까지 즉석에서 다양한 제안을 하며 뜨거운 호응을 보였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축사를 했으며, 안경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기조발제를 맡았다. 새누리당 박순자, 강효상, 더민주 박병석, 전혜숙, 국민의당 최도자 의원 등이 참석했다.

금기 넘어 공론화로…모병제 논의 어디까지 왔나

원하는 사람들만 군대를 가게 하는 모병제는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 안보의 특수성 때문에 공론화 자체가 쉽지 않았다. "군 전력을 약화하려는 좌파의 음모" "약자들만의 군대"라는 반대 논리가 부상하면 아예 논의가 차단되곤 했다. 하지만 참여정부 때 국방개혁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일부 거론되기 시작했고, 병역문화와 군인권 개선 필요성, 저출산 심화에 따른 병력 자원의 급격한 감소 등과 맞물리면서 공론의 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5일 국회 등에 따르면 일부 학계 등에서 제기되던 모병제가 제도권 논의로 들어온 것은 참여정부 때인 2005년이다. 17대 국회(2004~2008년)에서 국방위원회 위원을 지낸 박찬석 전 열린우리당 의원은 그해 7월5일 모병제 전환을 중심으로 하는 ‘병역제도 개선방안’ 토론회를 국회에서 개최했다. 남북 대치상황과 예산 문제, 병력 충원의 어려움 등으로 모병제 공개 논의 자체가 금기시 되던 때였지만 연천 최전방 GP 총기난사 사건 이후 일각서 필요성에 제기됐고, 정부도 국방개혁안을 마련하고 있어 다양한 의견 개진되는 상황이었다.

같은 해 9월13일 발표된 참여정부의 국방개혁안 ‘2020 국방개혁’도 모병제에 대한 논의를 촉발하는 계기됐다. 개혁안이 병력 규모 감축과 첨단 기계화군 전환을 핵심으로 하는데다 유급지원병 제도 도입을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역병 전역 후 직업군인으로서의 길을 열어주는 유급지원병 제도가 정착될 경우 모병제 전환의 토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당시 국방부는 모병제 검토에 대해선 선을 그었고 이후 한동안 모병제에 대한 논의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그러다 지난 2012년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던 김두관 통합민주당 후보가 모병제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면서 다시 주목 받았다. 종북 프레임 공격과 김 후보의 경선 부진으로 한계가 있었지만 모병제 논의가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이어 2014년 ‘윤일병 구타 사망사건’이 발생하면서 모병제 논의가 확산됐다. 군대 폭력 등 병영 문화를 개선하는 대안으로 모병제가 거론되면서다. 지난해 11월에는 국회 국방위원회 주최로 ‘전문병사제도‘ 공청회도 열렸다. 전문병사제도는 일반병사(징집) 15만 명은 12개월만 복무하게 해 국가경제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한편, 전문병사(모집) 15만 명은 월 105만~178만 원 정도의 보수를 지급하고 4년을 복무하게 함으로써 우리 군의 전투력도 강화하려는 것이다. 징집제와 모병제의 절충형인 셈이다. 완벽한 모병제는 아니지만 국회의원이 아닌 국회상임위 차원에서 공청회가 열렸다는 점에서 공론화가 한층더 진전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모병제 논의에 다시 불을 당긴 것은 남경필 경기도지사다. ‘수도 이전’ 등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한민국 리빌딩을 위한 어젠다를 잇따라 제시하고 있는 남 지사는 지난달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내년 대선에 나간다면 모병제를 공약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인구절벽, 정예 첨단군으로 전환 필요성, 경제활동인구 급감 등 여러 이유로 모병제 전환 논의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다음 정부를 책임질 수도 있는 ‘잠룡’ 중 한 명이 공약 제시를 약속하게 됨으로써 논의가 좀더 실질적인 단계로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국방 안보 이슈는 아무래도 국회 보다는 정부가 주도할 수 밖에 없어 국회 논의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남 지사는 자신을 포함해 여야 정치인 등 각계 인사 7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모병제 희망모임’이 이날 국회에서 개최한 모병제 토론회에도 참석해 직접 주제발표를 했다.

모병제희망모임은 이날 토론회 이후에도 모병제 전환을 위한 공론화에 꾸준히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 모임에는 남 지사를 비롯,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심동보 전 해군제독,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정두언 전 국회 국방위원장 등 유력 인사들이 다소 참여하고 있다.

모병제에 난감한 軍…국회 국방위서도 신중론

2016년 첫 징병검사가 실시된1월2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인지방병무청를 찾은 징병검사대상자들이 혈압측정 등 신체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병영 내 가혹행위 등 사건·사고가 잇따르면서 한국 군 병력 모집의 기본적 토대를 이루고 있는 징병제에 대한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와 현역병 대상의 부족에서 오는 '인구절벽' 현상에 대비해 모병제 논의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반면, 모병제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현실적으로 모병제만으로 군의 필요 인력을 충당하기에 무리가 있어 안보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병제와 관련해서는 군 당국이 병력 감축이라는 부담감에서 가장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안보 문제라는 차원에서 각 당의 입장이 있지만 모병제 문제에 대해선 제 각각의 입장을 가지고 있어 모병제 논의 진전을 위해서는 먼저 어떤 합의점을 찾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선행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국방부 "적정한 전투력 유지에 필요한 인원이라는 게 있다"

군 관계자는 모병제에 대한 군 당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기본적으로 국방부가 특정한 입장을 내놓기 곤란하다"면서도 "모병제를 군 당국이 기본적으로 반길 수가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해 모병제에 부정적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모병제 찬성론자들이 30만으로 줄인다는 얘기를 하는데 이건 불가능하다"며 "군이라는 조직을 최소한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정 규모라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방부 인력감축은 국방 개혁차원에서 꾸준히 분석해왔고, 그 결과 전투력을 유지하고 군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기 위해서 적정 규모로 정한 것이 52만여명(군 2022년까지 감축목표)으로 알고 있다"며 "이것도 여기까지 낮추겠다는 것이라기보다 이 정도 낮출 수 있다는 최소한의 마지노선"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무기 첨단화를 통한 군 감축을 얘기하지만 생각해보면 과학이 발달하고 문명이 발달해서 인간의 일이 줄은 것은 아니고, 그에 따른 운용 인력이 필요한데 군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무기체계가 발달하고 세밀해진다고 해도 그것을 운용할 인력, 즉 손이 더 필요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군 관계자도 "군 감축의 전제로 간부의 정예화, 군 무기의 첨단화를 예로 들지만 실제 인력이 필요한 부분에서 특히 야전에서는 이 정도의 수를 줄이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부정적"이라며 "(직업군인 증가시)기본적으로 급여를 올려줘야 하고 국방예산 증액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 모병제로만 가야한다는 의견에 상당히 회의적"이라고 군 내부 분위기를 설명했다.

◇與野, 모병제 검토할 문제...아직은 '시기상조'가 대세

모병제를 바라보는 의원들의 의견들은 논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조심스런 입장이면서도 아직은 대체적으로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부정적인 측면에 무게가 실려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은 "앞으로 모병제는 실시돼야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며 세 가지 이유를 꼽았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은 정전상태, 경제와 안보가 비교적 안정된 서방 선진국과는 차원이 다르다 △저소득층·저학력층 위주로 군복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 대만의 경우도 필요한 인원에 30%정도만 모병제를 적용한다며 모병제시기상조론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모병제가 향후 가야할 방향이 맞지만 북한의 위협이 가속화되고 있는 우리나라만의 엄중한 현실에서 모병제 도입은 아직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또한 모병제 도입시 미국, 독일과 터키 등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저소득층 등 위주로 몰려 소득과 교육, 계층 간 위화감이 조성될 우려가 있고, 모병제만으로 병력을 충원시 병력 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국방위 여당 간사인 경대수 새누리당 의원은 모병제가 장기적인 연구과제로 검토되는 것은 맞지만 아직은 도입이 어려운 면이 있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경 의원은 "(모병제가) 신중한 검토없이 나온 주장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4대 의무에서 중요한 의무 중 하나가 국방의 의무인데 근본틀을 바꾸는 것이다. 출산율 저하로 인적자원이 작아지는 문제가 걱정은 되지만 당장 모병제로 안되면 군대 유지가 어려운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현재의 징병제로 가는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 대치가 긴박하게 돌아가는데 모병제로 가면 힘들지 않을까 싶다"며 "기본 인적자원이 부족한 부분은 무기의 정밀화·고도화로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하다라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이른 감이 있다"고 밝혔다.

국방위 야당 간사인 김중로 국민의당 의원도 모병제 논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현재 이를 주장하는 것은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모병제 논의를 할 필요는 있지만 지금 선거를 앞두고 이런 문제들을 논의 하는 것은 포퓰리즘"이라며 "모병제 전환보다는 국방개혁에 따라 인력구조 개선이 선행되는 차원에서 인원이 줄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 국가도 모병제에서 필수병력 유지가 힘들어서 징병제를 전환을 검토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며 "다문화 인력이 늘고 있는데 다양한 사람들을 소속감 키우는 차원에서 군에서 수용한다면 국민이라는 소속감과 유대감을 심어주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병력 유지를 위한 새로운 방안도 제시했다.

김 의원은 아울러 "경제 상황이 나빠지거나 하면 군으로 유입이 많아질 수 있고, 모병제를 통해 일자리도 창출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경제가 좋아지면 누가 군대를 올 지 모르겠다. 아직은 시기적으로 아니다"고 말했다 .

김 의원 역시 남북 간 대치상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모병제 전환이 아닌 국방개혁안에서 인력구조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또 다른 국방위 야당 간사인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다른 의원들과 달리 모병제에 대한 찬성입장을 나타냈다.

이 의원은 "(인구절벽 등) 불가피한 선택이니 그쪽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문제는 시기인데 좀 더 '능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모병제에 대한 다른 의원들의 입장과 유사하게 신중한 입장도 보였다.

모병제·징병제·혼용제…해외 국가 병역제도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병역제도는 모병제로 전환하는 추세다. 병력의 양 보다는 질, 즉 현대화된 무기체계와 기술전문요원이 핵심 전력으로 자리잡으면서다. '모병제'를 채택한 국가는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이다.

영국은 1963년 유럽 국가 중 가장 먼저 모병제를 실시했다. 그밖에 유럽 대부분 국가들은 냉전이 종식된 1990년대 이후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했다. 1996년에 프랑스를 비롯해 2004년 이탈리아가 모병제를 실시했고, 독일도 2011년 징병제를 폐지했다. 아직도 유럽에서 징병제를 고수하는 나라는 노르웨이, 스위스 정도다.

미국은 1973년 베트남 전쟁 이후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했다. 충분한 임금과 혜택으로 군인으로서의 역량을 발휘하는 것이 징병제보다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이뿐 아니라 미국이 징병제를 폐지한 것은 영내에서 폭력과 마약 복용 등 규율 위반이 급증했고 특권층 자제들이 징집을 피하는 병역비리도 만연해서였다. 또 후방지원부대에서 자주 발생하는 군대 내 폭력이 원인이었다. 무엇보다 세계 각국이 모병제로 전환 한 것은 막대하게 소요되는 군 병력 비용을 효율적으로 유지하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러시아와 중국은 징병제와 모병제를 혼용하는 제도를 택하고 있다. 군 내 반인권 범죄로 몸살을 앓던 러시아는 2017년 군병력의 70%, 2020년에는 90% 수준까지 모병제로 바꾸기로 했다. 중국은 1999년 개정병역법에서 의무병역제도를 전문에서 삭제하고'의무병과 지원병을 상호결합한다'라고 규정해 징병제와 모병제를 혼용하고 있다.

대만은 2013년 모병제 전환을 발표했으나 모집 정원에 미달해 2017년으로 연기했다.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던 1950~60년대 60만명의 병력을 유지하던 대만은 군 정예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지속적으로 병력을 감축(2015년 기준 21만5000명 규모)해 왔으며, 2003년부터 600여명을 대상으로 모병제를 시범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1994년 1월 1일 이후 출생한 남성의 병역 의무를 면제하고 4개월간 군사훈련으로 대체했다. 반면 터키, 이스라엘, 싱가포르, 몽골 등에선 징병제가 유지되고 있다.

모병제, 돈 없는 사람만 군대 간다?

모병제를 반대하는 목소리 중 하나는 가난한 집 자식들만 군에 가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징병제를 유지해온 병역제도는 국민들의 병역의무를 헌법으로 규정하고 부잣집 자식이나 가난한 집 자식이나 평등하다는 취지의 오래된 제도다. 이걸 바꾸려면 단순히 경제적 비용이나 편익 몇 조 차원을 넘어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반면 모병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역발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오히려 일자리를 찾기 힘든 청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모병제를 일종의 직업선택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경찰이나 소방관과 같이 직업군인도 직업 선택의 자유 차원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모병제를 통해 병역의무 이행을 최우선 과제로하는 사회풍토가 밑바탕에 조성돼야 한다는 논리다.

모병제 도입에 찬성하는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자원입대하지 않는 경우에도 세금이나 대체복무 등의 사회공헌 또는 군 운용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특히 부모의 소득계층에 따라 차등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사회적으로 혜택을 많이 받은 계층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영국은 모병제 국가이지만 왕실의 남자들은 모범을 보이기 위해 군복무를 지원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통이다. 모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사회지도층이 '국민 의무'가 아닌 '귀족 의무'(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모병제는 가고 싶은 군대를 만드는 제도이므로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 이상이나 사회지도층 모두에게도 매력적인 제도"라며 "군 입대 경력을 우대하는 사회풍토를 조성, 사회지도층 자제의 병역 지원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남 지사는 모병제 도입 이후 군에 가지 않는 청년으로 인해 실업률이 상승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점진적 감축이므로 급격한 실업률 상승 현상은 없다"면서 "모병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부사관 장기복무를 확대하기 때문에 급격한 병력감축에 따른 실업률 상승 우려가 없다. 오히려 현 실업률 통계상 군복무자는 취업 상태로 돼 있어 허수"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모병제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통한 실질 취업률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리나라의 심각한 사회문제인 저출산·고령화 현상에 따라 점차 심화되는 노동력(경제활동인구) 부족 현상의 해소 기능이 있고 모병제를 실시할 경우 오히려 실질적 취업률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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