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부, '제주 4·3 강경진압' 故박진경 대령 유공자 등록 재검토

정한결 기자
2026.02.26 11:40

[the300]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15일 오후 제주시 산록도로 한울공원 인근 도로변에 있는 고(故) 박진경 대령 추도비 옆에 제주도가 세운 '바로 세운 진실'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가보훈부에 박진경 대령에 대한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박 대령 국가유공자 지정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이다. 2025.12.15. /사진=

국가보훈부가 제주 4·3사건 당시 민간인 강경 진압 의혹을 받는 고(故)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사실상 박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을 취소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훈부는 26일 "고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 이후 자격·절차 등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제기된 점을 고려해 관련 법령과 등록 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며 법률자문을 진행해 왔다"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등록 과정에서의 절차적 하자를 보완하기 위해 해당 사안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보훈부는 이에 따라 사실상 박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을 취소하는 수순을 밟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박 대령은 중령 시절인 1948년 5월15일 제주도 주둔 9연대 연대장으로 부임해 제주 4·3과 관련 강경 진압 작전을 실시했다. 같은해 6월18일 강경 진압에 불만을 품은 부하에 의해 사살됐다.

보훈부 서울보훈지청은 지난해 10월 박 대령 유족이 제주 4·3 당시 무공수훈을 근거로 낸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승인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반발하는 성명을 냈고, 이재명 대통령도 같은해 12월 등록 취소 검토를 지시했다.

보훈부는 이에 신청 절차 하자를 취소의 근거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무공수훈자 등록은 서훈 사실 및 범죄 여부 확인을 중심으로 운영됐다. 박진경 대령의 경우에도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절차를 생략하고 국가유공자로 등록됐다.

그러나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6조 제5항은 신청대상자가 없어 국가가 직권으로 등록하는 경우에는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훈부는 "법률자문 결과 보훈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은 것은 절차상 하자에 해당한다는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가유공자 등록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보훈부는 제도운영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고려해 등록된 무공수훈자 중 이미 보훈심사위원회 심의 없이 등록된 사례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심의를 거치도록 할 예정이다.

등록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그동안 무공수훈자 등록 시 각 지방보훈관서에서 사실확인 절차만을 거쳐 등록하던 방식을 개선한다. 직권 등록하는 경우에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공적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함으로써 국가유공자 등록 결정에 더욱 신중을 기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보훈심사위원회 내에 무공수훈자 등의 심의를 담당할 전담팀을 신설할 예정이다. 권오을 보훈부 장관은 "국가유공자가 갖는 상징성과 사회적 영향을 고려하여 보다 신중하고 공정한 등록체계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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