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무인기 침투 사건'과 관련한 이재명 대통령의 첫 유감 표명에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이라는 정식 호칭을 사용해 예우를 갖췄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호평까지 공개하는 등 이례적인 반응을 보였다.
북한이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는 한편, '두 국가' 관계를 지속 관리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에 따른 관계 진전으로 기대하고 남북 관계 개선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통일부는 7일 김 부장의 담화에 대해 "남북 양 정상의 의사가 신속하게 확인되고 소통이 이뤄진 것은 한반도 평화공존을 향해 나아가는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통일부는 특히 "남북은 서로를 적대할 아무런 이유가 없으며 적대와 대결은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우리 정부는 북한에 대해 일체의 적대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확고하게 견지하면서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도 "이번 남북 정상 간 신속한 상호 의사 확인이 한반도 평화공존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평화공존을 향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김 부장이 "(남측) 대통령이 직접 유감의 뜻을 표하고 재발방지조치를 언급한 것은 대단히 다행스럽고 스스로를 위한 현명한 처사라고 우리 정부는 평가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 부장은 "우리 국가수반은 (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을) 솔직하고 대범한 사람의 자세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했다"며 김 위원장의 직접적인 평가를 인용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무조건적인 대남 비난보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평가하고 조건을 제시하는 '관리형 담화'를 낸 것으로 해석했다. '적대적 두 국가' 기조 아래 남북 관계가 관리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이번 사태를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정치·군사적 목적을 상당 부분 달성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군사적 긴장을 실리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신호이자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번 담화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최초로 '대통령' 호칭도 사용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이 대통령의 언급을 직접 평가했다는 대목은 간접적인 형태의 남북 정상 간 메시지 교환이 이뤄진 것으로도 해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김 위원장의 담화를 통해 남북 지도자 간의 간접적인 의사소통이 이뤄졌다"며 "오전 발언에 대해 북한이 저녁에 반응을 보인 건 '적대적 두 국가론'이 대남 무시, 무관심은 아님을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북한은 담화에서 "그 어떤 접촉 시도도 단념해야 할 것"이라며 선을 긋기도 했다. 남북 간 직접 소통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 대화 재개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잘못을 인정하면서 관계가 회복되는 논리 전개를 원천 차단했다"며 "결과적으로 북한은 재발방지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에 초점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도 "향후 한반도 질서를 자신들이 설정한 두 국가 관계로 끌고 가려는 치밀한 계산이 내포돼 있다'며 "유감을 표명한 것은 고맙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시 '민족'이나 '통일'을 논하며 다가오지 말라고 선을 그은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