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멕시코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이재명 대통령 앞에 놓인 당면 과제는 인적 쇄신과 여권 통합이다.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주요 참모 인선으로 국정 운영 체계를 정비하는 동시에 지지층 내부 갈등도 풀어야 한다. 순방 이후 인사와 여권 통합 행보가 집권 2년차 국정 동력 회복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유엔(UN·국제연합)총회 참석과 멕시코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27일 귀국한다.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의 사의 수리 여부와 후임 인선이다. 강 실장은 지난 21일 사의를 표명했으나 이 대통령은 당시 수리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힌 후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보좌하고 참모 조직을 총괄하는 자리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선 청와대 정책실장이 공석인 상황을 고려하면 비서실장까지 장기간 비워두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 실장의 사의 수리 여부와 차기 비서실장 인선이 맞물려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오는 2일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법무부 장관과 중수청장 인선 역시 시급하다. 수사·기소 체계 전환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려면 제도 정비와 함께 이를 이끌 지휘부 구성이 필요하다. 청와대와 내각의 빈자리를 채우는 일이 개혁 과제의 실행력과 직결되는 시기다.
속도만큼 인사의 내용도 중요하다. 청와대는 최근 민심 이반의 주요 원인으로 인사 문제를 무겁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강 실장의 사의 역시 비서실장은 인사를 총괄하는 인사위원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인선이 이뤄지면 쇄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인물 교체와 함께 후보자 추천·검증 과정이 달라졌다는 점도 보여줘야 한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정책 추진 과정의 위험 요인을 짚을 수 있는지가 차기 참모진의 주요 평가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차기 비서실장 후보로는 천준호·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정치인들이 거론된다.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참모 조직을 이끌면서 당과의 소통까지 강화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다만 이 대통령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는 쇄신을 바라는 여론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여권 통합도 과제다. 이 대통령은 순방 직전 문재인 전 대통령,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와 잇따라 통화했다. 문 전 대통령과는 국정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고 입원 중인 정 전 대표에게는 안부를 물었다. 여권 유력 인사들과 접촉면을 넓히며 지지층 통합 및 결속을 도모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검찰개혁 등에 대한 여권 내부의 온도 차는 여전하다. 유시민 작가는 순방 중인 지난 22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새 정부의 검찰개혁과 관련해 "대통령이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도 지난 24일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를 사실과 다르게 왜곡하는 것에 유감"이라며 여권 갈등이 표면화됐다.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하는 세력과의 관계 설정은 청와대의 장기 과제로 남는다. 개혁의 방향과 속도를 둘러싼 이견을 방치하면 지지층 분열로 이어질 수 있지만 중수청 등 국가기관의 정상적 운영을 고려하면 강경한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개혁 원칙을 끊임없이 반복·강조하면서 구체적인 이행 방안 및 관련 인사를 놓고 공감대를 넓혀야 하는 상황이다.
농지개혁 등 민생·경제 현안도 쌓여 있다. 이 대통령은 미국 뉴욕 방문 중이었던 지난 2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농지투기 방지와 제대로 된 농지활용을 위해 농지 전수조사는 꼭 필요하다"며 "경자유전과 이를 지키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헌법, 즉 국민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