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폐지와 중수·공소청 출범 등 형사사법체계의 대대적인 변화를 앞두고 피의자·피해자의 변호인 조력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작 국선변호사 예산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 등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국선변호료 예산 부족에 대응해 지난해 5월부터 임의적 국선변호인 선정 심사를 강화했다. 국선전담변호사에게는 월 20~35건의 사건 배당 기준을 준수하도록 요청했다.
상고심 국선변호인의 보수도 줄였다. 지난해 8월 개정된 '국선변호에 관한 예규'에 따라 상고심에서 변론 없이 서면만 제출한 사건은 기본 보수의 50~80%를 삭감한다. 이에 따라 해당 사건에 지급되는 보수는 건당 27만5000~44만원 수준이다.
법원행정처가 이 같은 조치를 내놓은 배경에는 급증한 국선변호료 미지급액이 있다. 일반 국선변호료 미지급액은 2020년 4억9700만원에서 2025년 297억5400만원으로 5년 만에 약 60배 증가했다.특히 올해 일반 국선변호 예산 685억7000만원 가운데 약 297억원이 지난해 지급하지 못한 국선변호료를 지급하는 데 사용됐다. 전체 예산의 43%가량을 지난해 발생한 미지급액을 갚는 데 쓴 셈이다.
국선 사건을 전담하는 변호사들의 처우도 장기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국선전담변호사가 처음 위촉될 때 받는 월 보수는 세전 600만원으로 2008년 이후 16년째 동결된 상태다. 이 보수에서 사무실 운영비 등을 부담해야 해 실제 수령액은 줄어든다. 개별 사건도 1~2개월 안에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국선변호사들은 연간 수백건의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개인사업자 신분이어서 별도의 퇴직금이나 성과급도 없다.
2027년도 예산안에 편성된 국선변호료 지원 예산은 842억4700만원으로 올해 946억1700만원보다 103억7000만원(11.0%) 감소했다. 법원은 과거 국선변호사 보수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대법원이 2022년 발주한 연구용역에서는 국선전담변호사의 월 보수를 50만~100만원 인상하고 운영비를 현실화할 것을 권고했다. 2023년 사법행정자문회의에서도 월 100만원 인상안이 확정됐지만 2024년부터 2026년까지 3년 연속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
새로운 형사사법체계 출범으로 변호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법원이 오히려 국선변호 지원을 축소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예산 부족을 인정하면서도 법원이 내놓은 대책이 국선 선정을 줄이고 변호사 보수를 깎는 것이라면 결국 그 피해는 변호인의 조력이 절실한 피고인과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선전담변호사 보수는 2008년 이후 그대로이고 대법원 스스로 발주한 연구 결과마저 무시하고 있다"며 "대법원은 보수 현실화 및 미지급 사태 해소 방안을 즉각 국회에 제출하고 필요한 예산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