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이니 감수해"…선 넘은 여성 정치인 혐오, 결국 범죄로

이태성 기자
2026.10.05 07:30

[the300][혐오의 문법: 비판이 폭력이 되는 방식]⑤
여성 정치인 온라인 공격...외모 품평·성희롱 넘어 불법 합성물까지
온라인 혐오, 범죄 이어진 사례도..."공인이니 어쩔 수 없다"는 폭력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 국회(정기회) 제7차 본회의에서 경제에 관한 대정부 질문을 하고 있다. 2026.09.11. bjko@newsis.com /사진=고범준

여성 정치인을 향한 정당한 비판을 넘는 혐오인 데도 "공인이자 권력자라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폭력적 시각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여성 혐오가 성적 모욕과 불법 합성물 등 실제 범죄로 이어진 사례가 있는 만큼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자신의 얼굴을 음란 이미지에 합성한 게시물이 온라인에 유포되는 피해를 입었다. 게시물에는 성폭행을 연상시키는 성적 표현도 포함됐다. 이 의원은 사건 이후 병원 치료를 받았고, 경찰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허위영상물 편집·반포 및 모욕 혐의로 게시자를 수사했다. 경찰은 이후 이 사건 피의자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해당 게시물은 이 의원의 정치활동에 대한 비판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이른바 민주당 내 '명·청 갈등'이 이어지던 상황에서 이 의원이 지도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자 민주당 당원이었던 게시자가 성적 표현과 합성물까지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공방의 소재가 성적 모욕과 불법 합성물 등 범죄로 번진 사례다.

여성 의원들은 "얼마든지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불안감을 호소한다. 현직 여성 의원들은 사진을 대상으로 외모 품평을 당하거나 성희롱성 메시지를 받는 일이 흔하다고 말한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2021년 임신한 상태로 국회 본회의장 토론에 나섰는데 당시 사진이 온라인에서 비난의 대상이 됐다. 댓글에는 성희롱성 표현이 잇따랐다고 한다. 당시 용 의원은 "'원피스 입지 말 걸'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며 "정치하는 여성으로서 현실의 벽을 마주한 기분"이라고 했다.

한 여성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정치인은 온라인상 유권자의 막말에 곧바로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이 의원 사례처럼 범죄로 변한다면 대응할 수 있겠지만 그 전에는 딱히 방법이 없어 선을 넘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댓글에 법적 조치를 취했다가 현실에서 추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면식도 없는 여성 기자를 상대로 수년간 온라인에서 비방과 성적 공격을 이어간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가해 남성은 2021년 이 기자를 성적으로 언급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수감 중에도 성적인 내용이 담긴 협박 편지를 보내는 등 지속적으로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과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했다.

또 다른 여성 의원은 "국회의원은 상대적으로 신변이 안전하게 보장되지만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고 했다. 그는 "비판과 혐오, 범죄에는 분명한 경계가 있다. 심한 욕설이 담겨 있어도 정당한 비판이라면 정치인들은 숙명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인다"면서도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정치인들마저 이 선을 꾸준히 이야기하지 않으면 쉽게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조사방법]

이번 조사는 머니투데이와 한국여성의정이 공동으로 (주)옥소폴리틱스에 의뢰해 진행했다. 2026년 5월1일부터 7월31일까지 총 92일 간 유튜브 정치 콘텐츠에 달린 댓글 총 4만4656건을 AI(인공지능) 툴을 활용해 전수분석했다. 남녀 격차 배수는 국회의원과 기자 총 32인을 16쌍으로 묶어 각 쌍별 대조해 계산했다. 사생활 비판, 2차 피해 여지가 있는 댓글 등은 제외했다. 자세한 내용은 조사방법 기사(☞[어떻게 조사했나]4만4656건 댓글 AI 분석…비교는 조건 맞춘 남녀 쌍으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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