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한미관계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 "국가간 관계에 있어 굴종적 태도나 사대적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며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거듭 강조했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면서도 자율성과 협상력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최근 대북 정보공유 제한과 한미 정보당국간 불협화음이 잇따라 불거지는 등 한미동맹 균열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1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한민국의 외교방침은 실용적 국익외교"라며 "대한민국은 자주적인 독립국가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국익"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은 매우 중요하다. 외교의 축이라고 할 수 있으며 계속 고도화해 나가야 한다"면서도 "우리를 둘러싼 주변 강국들과의 관계관리도 여전히 중요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동맹 균열론을 의식한 듯 국가간 이견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이를 조정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 간에는 이견이 있기 마련"이라며 "이견의 존재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끊임없이 토론하고 주장하고 조정해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한미간 정보협력에 이상기류가 불거진 상황에서 동맹 균열론에 선을 긋는 동시에 대미관계에서도 국익 중심 실용외교 관점에서 협상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 갈등설의 중심에는 대북 정보공유 문제가 있다. 미국은 지난 3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 평안북도 구성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이후 관련 정보공유를 일부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한국의 민감정보 관리와 기밀보호 문제를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은 지난 9일(현지시간) 한국이 정보·방첩 분야에서 수십 년간 이어온 동맹의 기준을 준수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보협력 문제는 한미 정보당국간 신뢰문제로 이어졌다. 지난 6월 미국에서 열린 북한 사이버 위협대응 한미일 실무그룹 회의에 국가정보원이 참여하지 못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와 관련, 강경화 주미대사는 12일 미국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미국 측이 기대하는 만큼 정보협력 관련 문제가 충분히 해소됐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백악관 고위급과의 협의가 답답할 정도"라며 소통부재를 시인했다. 한미간 정보공유 차질이 장기화한다는 뜻이다.
대미투자 등 통상·경제현안에서도 양국간 이견조율은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한미 통상협상을 직접 언급하면서 우리 정부 협상단의 성과를 치켜세웠다. 이 대통령은 전략투자 대상으로 지목된 여러 나라 가운데 한국이 가장 오랫동안 협상을 이어갔고 가장 국익에 부합하는 결론을 냈다고 평가했다. 미국 측이 한국 협상 담당자들을 "매우 터프하다"고 평가한 점도 언급하며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미투자 이행과 알래스카 LNG(액화천연가스) 사업, 핵추진잠수함(SSN·핵잠) 도입 및 원자력 협력 등 후속협상은 여전히 변수다. 오는 11월 한미안보협의회의(SCM)가 고위급 소통재개의 계기가 될 수 있지만 핵잠과 원자력 협력 관련 후속 회의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주요 현안에서 단기간에 큰 진전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미동맹 균열론의 이면에는 이재명정부를 '친중 성향'으로 바라보는 미국 보수 정치권의 시각이 있다고 분석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문제에서 나아가 한국을 향한 미국의 불신문제가 뿌리 깊은 상황"이라며 "한미가 각급에서의 공개·비공개 접촉을 통해 상호간 외교·안보정책의 이해도를 높이면서도 신중한 외교 메시지 전달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