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발생한 서울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사고는 신호기 유지·보수 및 열차 관제 업무상의 과실과 신호설비 설계·제작상의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동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전승수)는 업무상 과실치상 및 업무상과실전차파괴죄로 정모씨(39) 등 신호기 유지·보수 담당자 5명, 박모씨(46) 등 관제사 2명, 신호설비 납품업체 개발팀장 A씨(48) 등 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앞서 지난해 5월2일 오후 3시32분쯤 성동구 상왕십리역에서 열차 두 대가 추돌해 중상자 38명 등 388명이 다치고 전동차 13량이 파괴되 28억2600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메트로 제2신호관리소 운전취급실 직원 정씨는 지난해 4월29일 새벽 3시쯤 을지로입구역 연동제어장치의 데이터 수정작업 후 전원을 켠 채로 CPU보드를 탈착해 그 전기적 충격으로 통신장애 및 신호오류를 발생케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메트로 신호1팀 공사담당 김모씨(45)는 같은 날 첫 열차 운행시 정상작동 여부 확인을 하지 않고 새벽 3시40분쯤 조기퇴근한 혐의다. 또 5월2일 새벽 1시30분 ATS감시모니터상 신호 오류를 발견하고도 원인규명이나 수리, 상부보고 등 조치를 하지 않고 새벽 3시에 무단 조기퇴근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2신호관리소 관리소장 공모씨(59) 등 3명은 5월2일 새벽 1시40분과 오전 9시 김씨를 통해 신호 오류를 확인하고도 성수역 등 모니터상 열차 점유 여부만 확인한 후 단순 표시오류로 오판해 원인규명이나 수리, 상부보고 등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메트로 종합관제소 관제사인 박씨 등 2명은 5월2일 오후 3시30분쯤 선행열차와 후행열차가 근접운행하는 사실을 알고도 열차 운전정리 및 열차간 간격 조정 등 관제를 하지 않은 과실 혐의를 받고 있다.
신호설비제작사 개발팀장인 A씨는 2011년 5월 을지로입구역 연동제어장치를 설계 및 제작, 납품하며 제작·기술사양서가 요구하는 '안전측 동작' 원칙에 따라 통신장애 등 고장 발생시에 정지신호가 현시되도록 설계·제작하지 않고 진행신호가 현시될 수 있도록 설계·제작한 과실 혐의다.
검찰 조사 결과 지난해 4월29일 새벽 3시10분쯤 을지로입구역 연동제어장치 간 통신장애가 발생한 후 5월2일 사고 시점까지 상왕십리역 전방의 신호기 2대는 '착오신호현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선행열차가 상왕십리역에 있는 경우 2대의 신호기는 각각 주의 및 정지신호를 순차적으로 현시해야 하지만 사고 당시 이 신호기는 모두 직행신호를 현시하고 있어 자동열차정지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후행열차 기관사는 진행신호에 따른 정상속도로 이 신호기 2대를 지난 후 상왕십리역 내 신호기의 정지신호를 발견, 제동했으나 제동거리 부족으로 선행열차를 추돌한 것으로 밝혀졌다.
선행열차와 후행열차 기관사 및 운전관제 차장은 과실이 인정되지 않아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지난해 5월2일 사고 발생 후 특별수사팀을 꾸렸으며 같은 해 6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신호오류 원인분석 감정결과를 전달받아 관련자들을 소환조사했다. 이어 지난해 9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조사결과 발표를 토대로 추가 소환조사와 현장검증을 벌이는 등 8개월간 수사해왔다.
검찰 관계자는 "2011년 5월부터 사고시점까지 신호설비유지 보수팀과 관제업무팀, 신호설비제작업체의 과실이 총체적으로 결합된 사건"이라며 "향후 수사팀을 중심으로 공소유지 및 관련자들 혐의 입증에 만전을 기해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권을 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