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니코틴 살인사건'…아내-내연남 '무기징역' 확정

백인성 (변호사) 기자
2018.11.29 10:54

[the L] (상보) 대법원서 원심 확정…"자살로 볼 근거 없어"

담배를 피우지 않는 50대 남성이 돌연 니코틴 과다 중독으로 숨진 이른바 '니코틴 사망사건'에서 아내와 내연남에 대해 결국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자살이 아닌 살인으로 결론남에 따라 이 사건은 국내 첫 '니코틴 살인사건'으로 기록되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살인·사문서위조동행사·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아내 송모씨(49)와 내연남 황모씨(48)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앞서 송씨는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오씨와 만나 동거하던 중 내연남 황씨와 공모해 오씨 몰래 혼인신고를 하고 2016년 4월 22일 경기 남양주시 자신의 집 방에서 잠이 든 남편 오모씨(당시 53세)에게 다량의 졸피뎀과 니코틴 원액을 주입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송씨는 오씨의 상속인으로 행세하며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받아 챙긴 혐의도 함께 받았다.

당시 경찰은 시신 부검 결과 담배를 피우지 않는 오씨의 몸에서 담배에서 나오는 니코틴과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이 다량 검출되자 타살로 보고 수사를 벌여 이들을 구속했다.

검찰과 경찰은 오씨 사망 일주일 전에 황씨가 인터넷으로 니코틴 원액 20㎎을 구입한 사실, 송씨가 내연남 황씨에게 1억 원을 송금한 사실 등을 확인해 정황 증거로 제시했다. 이 사건은 이들이 오씨에게 니코틴을 주입한 직접적인 살해방법이 밝혀지지 않아 살인 혐의가 인정될지 관심을 모았다.

1심은 니코틴 투여 방법이 구체적이지 않지만, 피해자 사망 전후의 객관적인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송씨의 살해 이외에 다른 원인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각각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나 송씨와 황씨는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살해에 사용된 도구가 니코틴 원액인지 니코틴 원액을 희석한 용액인지도 불확실하며, 졸피뎀과 니코틴 원액이 투여된 시간적 간격, 투여의 방식 등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개괄적이어서 공소사실이 특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니코틴으로 남편을 살해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으며, 니코틴 원액을 구입만 했을 뿐이며 오씨의 동의를 얻어 혼인신고를 했고, 오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란 주장도 폈다.

그러나 2심인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부장 오영준)는 6일 니코틴 원액으로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각각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송씨와 황씨에 대해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고등법원은 피해자가 치사농도의 니코틴 중독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송씨와 황씨가 내연관계를 이용해 공모했음을 추정할 수 있는 정황들이 있어 원심 판결과 배치되는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의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오씨가 가족이 함께 있는 집안에서 자살하면서 유서도 남기지 않은 채 니코틴을 담는 용기나 도구 등을 일체 남기지 않도록 치밀한 계획하에 자살할 이유가 없는 점이나, 오씨에게 자살의 별다른 동기가 없는 점을 미루어 오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대법원은 공소사실이 충분히 특정된다며 송씨와 황씨가 살인 범행을 공모하여 실행하고 혼인신고서를 위조한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또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겁다는 송씨와 황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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