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동일인 지정'에 쿠팡 "하자 많다" vs 공정위 "재량 존중"

이혜수 기자
2026.06.16 20:10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의 모습/사진=뉴스1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가 김범석 쿠팡아이엔씨(Inc) 이사회 의장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과 관련, 이 같은 처분의 집행을 정지해달라는 신청의 심문기일에 공정위와 법정 공방을 벌였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권순형)는 16일 오후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동일인 변경 지정 처분 집행정지 심문을 진행했다. 쿠팡 측은 "하자가 많다"며 즉시 효력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공정위는 "동일인 지정은 행정청의 재량 영역"이라고 맞섰다.

쿠팡의 대리인은 공정위의 처분에 실체적·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효력 정지는 비정상적 강제 상황을 본안 판단 전까지 중단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쿠팡 측은 "공정거래법은 동일인에 대한 정의 조항 등 아무 규정이 없다"며 "공정위 스스로 정한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 동일인 변경 협의·정식 자료 제출 요청 등이 모두 누락됐다"고 했다.

쿠팡 측은 공정위가 5년 동안 동일인으로 쿠팡 법인을 지정해오다 올해부터 갑자기 김 의장을 지정한 것에 대해 이유 없는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쿠팡 측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동일인을 법인으로) 유지해온 판단을 뒤집을 만한 특별한 실질적 사정이 없다"며 "공정위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식으로 종전 판단을 번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쿠팡 측은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처분 효력이 즉각 정지되지 않으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한다"고 했다. 공정위가 동일인을 김 의장을 전제로 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는데, 쿠팡 입장에서는 동일인이 김 의장으로 명시된 자료를 제출했을 경우 '쿠팡 법인의 동일인은 김 의장이 맞는다'고 시인하는 셈이 된다는 논리다. 반대로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형사처벌의 위험에 노출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했다.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된 처분이 지속될 경우 김 의장 본인과 친족 등 특수관계인의 국내외 계열 회사 주식 보유현황을 매년 공정위에 신고·공시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하는 것도 문제 삼았다. 쿠팡 측은 "비공개 정보를 공시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며 "쿠팡Inc는 미국상장 회사인데 외국계 집단에 불필요하고 과도한 의무 부과"라고 했다. 미국 상장사인 쿠팡이 미 증건거래위원회(SEC)의 공시 범위를 넘어선 정보를 공개하면 투자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위험이 있다는 취지다.

반면 공정위는 행정청의 판단이 존중돼야 한다고 맞섰다. 공정위의 대리인은 "대기업 집단제도는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게 원칙"이라면서 "동일인이 누가 될지에 대해서는 폭넓은 재량이 부여되고 법률 위반에 대한 중대한 판단이 없다면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쿠팡 측이 주장한 불이익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공정위 측은 "쿠팡 측은 동일인으로 지정됐을 때 엄청난 일이 생기고, 당장 형사처벌을 받을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며 "자료 제출 등 실무상 부담이 될 수는 있다"고 했다. 이어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해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날 양측의 입장을 듣고 심문을 종료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5일 전까지 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지난 4월29일 2026년도 '공시대상기업진단 지정 결과'를 발표하며 쿠팡의 동일인을 법인인 쿠팡Inc에서 자연인인 김 의장으로 변경했다. 쿠팡이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지 5년 만이다. 공정위는 김 의장의 동생 김유석씨가 쿠팡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봤다. 공정위는 '총수 친족이 국내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아야 한다'는 법인 동일인 지정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동일인이 자연인인 김 의장으로 변경됨에 따라 김 의장은 본인과 배우자, 친족 등의 국내외 계열사 주식 보유 현황을 공정위에 공시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됐다. 이 같은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발 대상이 될 수 있다.

쿠팡은 해당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본안소송과 함께 본안 판단까지 효력을 멈춰달라며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14일 집행정지 사건의 심리와 종국 결정에 필요한 기간 동안만 공정위 처분의 효력을 직권으로 정지했다. 직권으로 정지된 효력은 다음달 15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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