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아파트 화재를 계기로 인테리어 현장의 무자격 전기공사 관행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화재 원인은 특정되지 않았지만 무자격 작업자가 전선을 연결하고 불연성 보호재를 설치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재발 방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서울 강남소방서는 최근 작성한 167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은미아파트 화재 발생 약 한 달 전 이뤄진 인테리어 공사의 전기 작업이 발화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화재로 핵심 증거가 소실돼 정확한 원인은 특정하지 못하고 '원인 미상'으로 결론 내렸다.
앞서 지난 2월24일 은마아파트에서는 화재가 발생해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10대 여학생 1명이 숨졌다. 여학생 가족은 인테리어 공사를 마친 세대로 이사한 지 닷새 만에 참변을 겪었다.
보고서에는 작업자들이 인테리어 공사 중 '쥐꼬리 접속' 방식으로 기존과 신규 전기 배선을 접붙였고, 이들은 전기기술 자격증이나 면허가 없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쥐꼬리 접속은 두 전선의 피복을 벗겨 구리 가닥끼리 손으로 꼬아 붙인 뒤 절연 테이프만 감아 마감하는 방식이다.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떨어지는 방식이다. 접속 부위도 불연성 보호재로 덮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 따르면 소규모 인테리어 현장에서는 전기 작업을 외부 작업자에게 하도급으로 맡기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공사 단가와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무자격 작업자가 전선 연결 등 전기공사를 맡는 관행도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은마아파트 화재와 관련해 수사를 받는 전기 시공업자 역시 인테리어 업체 소속이 아닌 하도급 작업자로 파악됐다.
하도급 구조에서는 소비자가 실제 작업자의 자격 여부를 확인하기도 어렵다. 고객은 통상 계약을 맺은 인테리어 업체와만 소통하기 때문에 전기 작업을 누가 맡는지, 해당 작업자가 자격을 갖췄는지까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인테리어업체 운영자는 "전기 작업이 가능한 자격자를 쓰려면 하루 20만~30만원의 인건비가 들어가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고 했다. 다른 업주도 "이번 사고에서 문제가 된 전선 연결은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할 수 있을 정도의 단순 작업"이라며 "소규모 공사까지 모두 유자격자를 쓰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무자격 전기공사를 막으려면 단속과 처벌뿐 아니라 영세 업체를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과 기술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영세 업체일수록 안전관리에 취약할 가능성이 크다"며 "처벌 강화도 필요하지만 국가가 영세 업체를 대상으로 안전교육과 기술 지도를 확대하는 등 예방 중심의 관리 체계를 갖추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테리어업 종사자를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양성할 기반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인테리어업을 체계적으로 배울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다"며 "목수 같은 기술자가 인테리어업을 하던지, 어깨너머로 배운 사람들이 업체를 차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경찰은 현재 업무상과실치사상과 전기공사업법·소방시설공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인테리어업자 2명과 전기 시공업자 1명을 수사하고 있다. 명시된 혐의 외에 추가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전기공사업법은 등록하지 않고 전기공사를 도급받거나 시공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