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활동하던 북한 해커가 한국으로 망명을 시도하다 중국 당국에 붙잡힌 뒤 주중 북한대사관의 지하 비밀 감옥에 약 1년간 갇혀 가혹한 조사를 받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남성은 2023년 북한으로 송환된 뒤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 인권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은 지난 28일 발간한 이슈브리프를 통해 북한 해커 배용주씨(38)의 사례를 공개했다.
TJWG에 따르면 평양 출신인 배씨는 대남공작원을 양성하는 마동희군사대학을 졸업한 뒤 중국에 파견돼 가상화폐 탈취와 한국 정부 기관 해킹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배씨는 이후 한국으로 망명하기 위해 중국 내몽골에서 국경을 넘으려다 중국 당국에 체포됐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배씨를 6개월간 조사한 뒤 선양 주재 북한 총영사관에 넘겼다.
북한 측은 배씨를 베이징으로 데려가 주중 북한대사관 영사부 건물 지하에 있는 비밀 감옥에 가뒀다. 배씨는 이곳에서 약 1년간 가혹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평양~베이징 항공편이 2023년 8월 재개되자 북한은 배씨를 베이징발 직항편을 통해 평양으로 송환했다.
TJWG는 당시 북한 측이 배씨의 도주와 저항을 막기 위해 그의 전신을 석고로 고정하고 환자로 위장한 채 휠체어에 태워 이동시켰다는 증언도 공개했다.
한 대북사업가는 TJWG에 "못 움직이게 석고로 이런 데(관절) 묶어서 석고로 아예 떠 가지고. 발 하고 해서 소리도 못 지르게 하고 움직이지도 못하게 석고로 해서 갔더라"고 증언했다.
TJWG는 "배용주가 탈북할 가능성이 있는 한 사건 공개를 보류했지만, 제보자를 통해 그가 북한에서 사망한 것으로 파악돼 신원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TJWG는 북한이 중국 내 북한 주민을 체포·송환하는 작업을 총괄하기 위해 이른바 '안전대표'를 현지에 파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전대표는 국가정보국(전 국가보위성) 소속 고위 간부로, 공식적으로는 영사 직함을 사용하지만 외무성 출신 직업 외교관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정해진 동선을 벗어나거나 연락이 끊긴 북한 주민을 붙잡아 송환하는 작전을 지휘한다고 TJWG는 설명했다.
TJWG는 "북한의 초국가적 인권 탄압은 심각한 국제 범죄이자 인권 침해일 뿐만 아니라 중국의 사법주권과 적법 절차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사회가 중국이 북한의 초국가적 탄압을 묵인·방치하는지 주시하고 문제 해결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