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준법감시 제도에서 중요한 건 실제 업무에서 법 위반을 막을 수 있느냐입니다."
이의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와 이호석 원익홀딩스 최고법무책임자(CLO)는 기업의 준법감시 제도가 형식적인 조직이 아니라 실제 업무에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서 함께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기업 컴플라이언스의 기준과 실제'를 공동 집필했다.
두 사람은 법무와 준법감시를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무가 계약이나 소송, 법률 자문 등 법적 문제에 대응하는 역할이라면 준법감시는 법적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을 찾아내고 업무 과정 자체를 바꾸는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이 CLO는 "법무는 법적 문제에 대응하는 성격이 강하지만 준법감시는 예방이 중심"이라며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교육하고 모니터링한 뒤 문제가 있으면 개선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준법감시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면 법 위반이 발생하더라도 회사가 취할 수 있는 대응 역시 달라질 수 있다. 평소 교육과 예방활동을 하고 내부 통제장치를 마련했다면 문제가 발생해도 회사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일탈로 평가될 여지가 커지고 신속하게 개선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실제 기업 현장에서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격 담합 위험을 교육받은 직원이 미팅 중 담합 관련 대화가 시작되자 자리를 피하거나 하도급 관련 교육을 받은 구매 담당자가 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하는 식이다.
준법감시 제도 도입을 기업의 자율에만 맡겨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두 사람은 한국의 경우 미국과는 달리 회사가 준법감시 제도를 제대로 운영할 유인이 충분하지 않다며 관련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들은 기업들에게 준법감시 조직 구축을 의무화하거나 실효성 있는 준법감시 시스템을 갖춘 기업에 각종 혜택을 주는 방식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봤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이 나왔을 때 준법감시 제도를 잘 갖춘 기업의 경우 감면 혜택을 준다는 식으로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이번 책에서 '왜 이런 제도가 만들어졌는가'에 주목했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프랑스·독일·스페인·일본·중국 등의 준법감시 제도를 살펴보면서 각국의 제도가 어떤 배경에서 만들어지고 발전했는지를 비교했다.
이 변호사는 "우리나라가 미국의 제도를 많이 가져왔지만 왜 그런 제도가 생겼는지에 대한 이해 없이 가져온 측면도 있다"며 "각 회사의 조직과 규제 환경, 사업 특성에 맞는 준법감시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 책에선 실제 기업에서 준법감시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실무적인 내용을 다룰 계획이다. 이 변호사는 "회사가 처한 상황에 따라 입어야 하는 옷이 다르듯 준법감시도 회사마다 달라야 한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스스로 법을 잘 지킬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준법감시 체계를 구축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