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선포 후 계엄이 정당했다는 메시지를 우방국에 전달하기 위해 외교부 공무원들에게 의무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혐의를 받는 김태효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 재판에서 "(우방국에 대한 메시지 전달은) 외교부를 통해야만 가능한 일이고 김 전 차장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는 취지의 증언이 나왔다. 외교부에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는 김 전 차장 주장과 상반되는 내용이다.
이충면 전 국가안보실 외교비서관은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8-2부(부장판사 정수영) 심리로 열린 김 전 차장의 내란중요임무종사·직권남용 등 혐의에 대한 첫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이 전 비서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김 전 차장으로부터 미국 등 우방국 인사에게 계엄 정당화 메시지를 보내라는 지시를 전달받은 인물이다.
이 전 비서관은 이날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서 이런 사안을 외교비서관실 행정관을 통해 대사관의 일반 외교관들에게 전달하는 건 생각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전 차장은 1차장으로서 당연히 업무 프로세스에 대해 잘 알았을 것"이라며 "지시가 있다면 통상적으로 외교부를 통해서 이행한다. 외교부에 전달하겠다고 차장님께 확인을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고도 했다.
종합특검팀(특별검사 권창영)은 이 전 비서관에게 외교부를 통하지 않고 외교비서관실 내부 인원들이 지시를 이행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물었고 이 전 비서관은 "외교는 외교부에서 하는 것이고 대통령실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외교비서관실에 있는 저를 포함한 행정관들은 그런 외교부의 행위를 1차장과 안보실장을 거쳐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추가 지시가 내려오면 외교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고 했다.
특검팀은 김 전 차장이 외교부라는 말을 사용했는지 물었고, 이 전 비서관은 "명확하게 사용하지는 않았는데 취지가 전례대로 (외교부에) 전달하라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해당 증언은 외교부 공무원에게 지시한 적 없다는 김 전 차장 측 주장과 엇갈린다.
김 전 차장의 변호인은 "(이 전 비서관에게) 외교부를 통해 전달하라고 명시적으로 지시하지 않았고 외교비서관실에 전달하는 취지로 지시했다"며 "그 전에 안보전략비서관에게 연락해 미국에 알리도록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전 차장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윤 전 대통령 지시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인 등 우방국 인사에게 계엄 정당화 메시지를 보낸 혐의를 받는다.
이 메시지는 '이번 조치는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것' '국회가 행정부를 마비시키고 헌법 질서의 실질적 파괴를 기도한 것에 대응해 정치적 시위를 한 것' 등의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에 따르면 김 전 차장은 계엄 정당화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외교부 공무원을 동원했다. 특검팀은 김 전 차장이 공무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지시했다고 판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도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