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 항소심에서 10·26 사태를 거론하며 비상계엄을 미리 치밀하게 준비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특검팀이 12·3 비상계엄 선포 전부터 방첩사령부에서 합동수사팀 편성 방안을 검토한 경위를 추궁하자 특별히 의미가 있었떤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윤 전 대통령은 6일 서울고법 형사합의12-1부(고법판사 이승철) 심리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 공판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10·26 시해 사건 때 부하 사령관이 합수본부장이 돼서 김재규 등 박 전 대통령 시해 사건 피의자를 수사하던 것과 달리 이건 계엄사 산하 기관으로 여러가지 사건을 총 지휘한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어 "예전 10·26 처럼 한 건 정도를 혹시 받아서 하게 되면 몰라도 다양한 사건을 합수본부가 맡아서 수사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특정 사건 수사를 위한 합수본 구성이 아닌 만큼 비상계엄을 준비한 조치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합수본 편성 방안에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인력을 요청한 것에 대해서는 "연락관을 파견 받은 것"이라며 "계엄사 산하 합수본은 범죄 수사 총괄 지휘·감독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이날 방첩사 합수본 시행계획 작성에 관여한 배모 전 방첩사 작전교육과장과 송모 전 방첩사 작전계획장교를 증인으로 신문했다.
특검팀은 방첩사가 2024년 3월 훈련과 5월 시행계획 개정 과정에서 경찰·군 수사 인력을 방첩사로 파견받아 합동수사팀을 꾸리는 방안을 검토한 경위를 증인들에게 물었다. 12·3 비상계엄 당시 합수본 구성에 대한 사전 준비와 연결되는지 추궁하기 위해서다.
증인들은 합동수사팀 편성 방안이 검토된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송모 장교는 기존 계획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후보 계획 성격이었으며 실무선에서 검토되다가 최종적으로 계획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전 훈련에 대해서도 전시 계엄 상황을 가정한 연습이었다는 설명이 나왔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계획을 매년 보완하는 것이 방첩사의 통상 업무였다는 입장이다.
같은날 재판에서 계엄 포고령을 놓고도 공방이 벌어졌다. 김용현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이 포고령 초안의 야간통행금지를 삭제하도록 지시했다며 "반대세력 체포와 야간통행금지 삭제는 양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국회 봉쇄와 정치인 체포가 목적이었다면 의원과 시민의 이동을 제한할 수단을 스스로 없앨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통행금지 삭제라는 대통령 지시는 경고성 계엄이라는 주장과 부합한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통행금지 조항이 빠졌더라도 포고령에는 정치활동 금지와 영장 없는 체포·구금·압수수색 조항이 남아 있었다고 반박했다. 삭제한 조항이 윤 전 대통령 뜻이라면 남아있는 조항도 마찬가지라는 논리다. 특검팀은 경고성 계엄에 대해 "마치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이 그 자체로 모순된 표현"이라고도 했다.
윤 전 대통령 등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다음 공판은 오는 8일 열린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선거관리위원회 관련 쟁점과 대통령실의 계엄 선포 이후 상황에 대한 변론을 이어간다. 특검팀은 롯데리아 회동 관련 CCTV 영상을 재판에서 틀고 김 전 장관을 피고인 신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