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으로 만든 것으로 보이는 여성 사진과 개인 사연을 내세운 SNS(소셜미디어) 계정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일부는 직접 만남이나 연락을 요구하는 댓글까지 남겨 향후 이른바 '로맨스 피싱'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9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AI(인공지능)로 만든 것으로 보이는 여성 사진과 사연을 내건 SNS 계정이 올라 일부 이용자들이 실제 인물로 믿은 듯 자신의 나이와 거주지, 직업 등 개인정보를 댓글로 남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게시물에는 자신을 '포항에 사는 41세 간호사'라고 소개한 계정이 "3교대 근무하고 있다", "술과 담배는 하지 않는다", "개고기와 홍어는 싫어하고 스파게티와 피자를 좋아한다"고 적은 내용이 담겼다.
비슷한 글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올해 마흔, 암 수술을 마치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끔찍했던 결혼 생활과 작별했다", "마흔여섯을 앞두고 등산을 즐긴다"는 식의 사연도 등장했다. 여성뿐 아니라 "키 185㎝라 운동복만 입으면 운동선수냐는 말을 듣는다"며 남성적인 매력을 강조하면서 외모 고민을 털어놓는 글도 있었다.
각기 다른 인물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글의 구성은 별반 다르지 않다. 나이와 직업, 개인적인 고민이나 취향을 소개한 뒤 "비슷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다", "응원해 달라" 등의 글로 소통을 유도했다.
함께 공개된 사진은 AI 생성 이미지다. 피부가 지나치게 매끈하거나 표정과 자세도 부자연스럽다. 일부 사진의 배경에는 글자나 소품이 흐릿하거나 깨진 형태로 표현됐다.
그러나 게시물 댓글에는 사진 속 여성을 실제 인물로 받아들인 듯한 반응이 이어졌다.
한 이용자는 "부산 출신 68세, 이혼한 지 13년 된 싱글"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현재 거주지와 직업까지 상세히 밝혔다. 이 밖에도 "42세 광주 남자", "경주 연구원, 42살" 등 자신의 나이와 사는 지역, 직업 등을 공개하는 댓글이 달렸다.
직접적인 만남이나 연락을 원하는 이용자들도 있었다. "한번 만나자", "DM(다이렉트 메시지) 확인해 달라", "카카오톡으로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일부 남성은 자기 얼굴 사진을 직접 올리며 관심을 표현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딱 봐도 AI 사진인데 실제 사람으로 믿는 것 같다" "이런 거에 속다니 지능 수준이 의심된다", "개인정보를 너무 쉽게 공개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경찰청이 지난 2월 집계한 2024∼2025년 로맨스 스캠 접수 현황에 따르면 2024년 1265건이던 로맨스 스캠 접수 건수는 2025년 2192건으로 73.3% 늘었다. 피해액은 675억원에서 1360억원으로 2.01배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실제 인물처럼 꾸민 계정이 친밀감을 쌓은 뒤 금전이나 추가 개인정보를 요구할 경우, 로맨스 피싱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온라인에서 만난 상대가 신원 확인 없이 개인정보 공개나 금전 거래를 요구한다면 즉시 대화를 중단하고 신고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