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과 중앙아시아가 원산지인 외래 바퀴벌레가 부산 항만지역에 정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성충뿐 아니라 어린 개체와 알집까지 발견되면서 일시적 유입을 넘어 국내에서 번식하고 있다는 근거가 확보됐다. 번식력이 강한 종인 만큼 타지역 확산 가능성도 제기된다.
10일 학계에 따르면 부산대 생명시스템연구소와 경상국립대 식물의학과 공동 연구진은 부산 감만항 일대에서 외래종인 '투르키스탄 바퀴'(Periplaneta lateralis)의 국내 정착 사실을 확인했다. 투르키스탄 바퀴는 미국과 일본, 러시아, 유럽 등에서도 유입 사례가 확인된 도시 해충이다.
연구진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감만항 주변을 다섯 차례 조사했다. 그 결과 다 자란 개체인 성충과 성장 단계에 있는 약충, 알집을 모두 채집했다. 서로 다른 성장 단계의 개체가 같은 지역에서 발견된 만큼 국내 환경에서 번식하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투르키스탄 바퀴는 몸길이가 약 3㎝인 검붉은색 바퀴벌레로 '레드 러너'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성장 속도와 번식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성충으로 자라는 데 약 220일이 걸리고 암컷 한 마리가 약충 350마리를 낳을 수 있다.
연구진은 부산의 비교적 온화한 겨울 기후가 외래종의 정착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부산의 평년 겨울 평균기온은 3.6~5.8도로 감만항 일대는 주변보다 기온 변화도 크지 않은 편이다. 겨울철 추위를 피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면서 외래 바퀴벌레가 살아남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항만 주변에서 확인된 개체들이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갈 가능성이다. 감만항 바깥 공원에서도 투르키스탄 바퀴가 발견됐지만 현재 분포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항만을 통한 물류 이동이 국내 유입 경로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선박이나 화물 등을 통해 유입됐을 수 있으며 먹이용으로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투르키스탄 바퀴는 파충류나 절지류의 먹이로 반입되기도 한다.
방제 과정에서는 주변 생태계 영향을 우려해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우선 서식 현황과 확산 범위를 조사하고 지속적으로 개체 수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먹이가 될 수 있는 음식물 등을 제거하고 유인 먹이를 활용한 방제 방식을 병행하는 통합적인 해충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