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아리랑 등 한국의 무형유산을 '자국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사례가 24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연구팀은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유산청의 '한국 전통에 대한 중국의 문화공정 대응 종합 연구' 결과보고서를 소개하며 중국의 문화유산 지정 실태를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지린성, 랴오닝성, 헤이룽장성 등 동북 3성에서 조선족 관련 전통문화를 국가급 비물질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사례는 24건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지린성 19건, 랴오닝성 4건, 헤이룽장성 1건이다.
동일한 종목이 여러 지역에서 지정된 사례도 포함됐다. 지정된 전통문화에는 아리랑과 판소리를 비롯해 △추석 △김치 제작 기술 △씨름 △장고춤 △학춤 △농악무 △가야금 △전통복식 △회갑례 등이 포함됐다.
중국은 2006년 농악무와 널뛰기·그네뛰기를 시작으로 2008년 장고춤과 학춤, 2011년 아리랑과 판소리 등을 국가급 무형유산으로 지정했다. 2021년에는 해금예술과 백중절도 국가급 목록에 올렸다.
서 교수는 특히 보고서에 실린 중국 헤이룽장성 무단장시 중흥촌의 '아리랑 안내판'에 주목했다. 이 안내판에는 중국 한나라 무제가 한사군을 설치한 뒤 중국 대륙에서 한반도로 이주한 사람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부른 노래가 아리랑의 원형이 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서 교수는 이를 두고 중국에서 건너온 이주민들의 노래에서 아리랑이 유래했다는 점을 강조해 본래 중국 문화였다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설명이라고 비판했다.
아리랑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학설이 존재하지만, 중국 현지 안내판은 중국 대륙에서 한반도로 이주한 사람들의 노래에서 비롯됐다는 특정 설명을 내세운 것이다. 서 교수는 "중국의 '문화공정' 실상이 드러난 것"이라며 "이에 맞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자국 문화유산으로 먼저 지정한 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2009년 '중국 조선족 농악무'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했다. 한국의 농악은 이보다 5년 늦은 2014년 등재됐다.
다만 중국의 국가급 무형유산 지정이 곧 해당 문화의 중국 기원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국의 아리랑은 2012년, 판소리는 200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됐다.
서 교수는 "지금까지 아리랑, 판소리, 농악, 김치 등 다국어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전 세계에 널리 알려 왔다"며 "앞으로 전통문화에 관한 더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세계인들에게 꾸준히 알려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