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잠실야구장의 은퇴식…2만3750명이 배웅한 마지막 정규시즌

남미래 기자
2026.10.13 09:05

철거 후 2032년 3만석 규모 돔구장으로 재탄생…비시즌에는 복합 문화시설로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정규시즌 마지막 잠실야구장 경기에서 한 관중이 '행복했다 잠실'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6.10.12/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1984년, 1992년 이곳 잠실야구장에서 한국시리즈 우승하는 걸 다 지켜봤죠. 오늘은 빅터 레이예스가 최다안타 기록 세우는 거 보려고 왔어요."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을 찾은 롯데 자이언츠 팬 옥현주씨(55)는 올 시즌 롯데의 정규시즌 144경기 중 142경기를 직접 관람했다고 말했다. 이날은 레이예스의 최다안타 기록을 축하할 응원 문구도 준비했다. 안타 수가 늘어날 때마다 들어 보일 수 있도록 '208안타'부터 '211안타'까지 기록별로 A4용지에 30~40장씩 인쇄해 왔다.

레이예스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두산 베어스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4안타를 몰아치며 시즌 211안타로 KBO리그 단일 시즌 최다안타 신기록을 세웠다. 3년 연속 최다안타 타이틀도 차지했다.

롯데 자이언츠 팬 옥현주씨(55)가 빅터 레이예스의 최다 안타 기록 플랜카드를 들고 있다. /사진=남미래

한국 야구에 새 기록이 더해진 이날, 잠실야구장은 마지막 정규시즌 경기를 치렀다. 1982년 문을 열어 한국 야구의 '성지'로 불려온 구장의 2만3750석은 빈자리 없이 채워졌다. 잠실야구장은 올 시즌을 끝으로 철거된다. 그 자리에 2032년 개장을 목표로 3만석 규모의 돔구장이 들어선다.

마지막 정규시즌 시구는 김인식 전 감독이 맡았다. 김 전 감독은 두산의 전신인 OB 베어스를 이끌고 1995년 잠실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데 이어 2001년에도 우승을 이끌었다. 시구를 마친 김 전 감독은 김원형 두산 감독, 김태형 롯데 감독과 포옹을 나눴다. 김태형 감독은 롯데 사령탑으로 옮기기 전 두산 감독을 맡아 2015~2021년 7년 연속으로 팀을 한국시리즈(우승 3회, 준우승 4회)에 진출시켰다. 두산의 역대 우승 감독들과 현 사령탑이 마지막 정규시즌 경기에 함께한 셈이다.

롯데의 승리로 경기가 끝난 뒤에는 잠실야구장의 '은퇴식'이 열렸다. 박철순, 김형석, 정재훈, 김재호 등 전신 OB를 포함해 두산의 각 시대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와 팬들과 인사를 나눴고 불꽃놀이도 이어졌다.

잠실야구장은 한국 야구의 주요 국제대회와 한국시리즈를 치러온 구장이다. 1982년 개장 두 달 만에 열린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는 한국이 일본을 꺾고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1984년에는 고(故) 최동원이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완투승을 거두며 한 시리즈 4승 신화를 완성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는 시범종목으로 열린 야구 경기를 치렀다.

OB와 두산의 우승뿐 아니라 2023년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곳도 잠실이다. 두 팀의 홈구장이자 전국 야구팬들이 원정 응원을 위해 찾는 구장으로 자리 잡았다. 홈에서 좌우 펜스까지 100m, 중앙까지 125m이며 펜스 높이는 2.6m다. 넓은 외야를 갖춰 대표적인 '투수 친화적 구장'으로 꼽힌다.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잠실 주경기장의 대체 야구장 개조 공사가 공정률 30%를 넘어섰다, 서울시에 따르면 내년 2월까지 약 1만8000석 규모 야구장으로 리모델링하는 잠실 주경기장의 공사가 7월 말 기준 공정률은 30%라고 밝혔다. 대체 야구장에서는 2027~2031년까지 프로야구 5개 시즌 LG트윈스와 두산베어스 홈경기가 펼쳐진다. 사진은 지난 3일 리모델링 공사와 그라운드 설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 2026.10.7/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내년부터 LG와 두산의 홈경기는 바로 옆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다. 두 팀은 새 돔구장이 완성될 때까지 주경기장을 개조한 대체야구장에서 2027~2031년 5개 시즌을 치른다. 육상 트랙을 걷어내고 야구장 그라운드와 더그아웃, 불펜 등을 조성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공사는 내년 2월까지 이어지며 7월 말 기준 공정률은 30%다.

대체구장은 홈에서 좌우 펜스까지 95m, 중앙까지 124m로 조성된다. 기존 잠실구장보다 좌우는 5m, 중앙은 1m 짧아진다. 좌우 담장이 가까워지는 만큼 기존 구장과 비교해 경기 양상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중석은 우선 내야 중심의 1~2층 약 1만8000석을 운영한다. 지금보다 5750석 줄어드는 규모다. 주변에서 복합개발 공사가 진행되는 만큼 관중의 안전한 이동과 출입 동선을 고려했다. 서울시는 주요 경기나 포스트시즌에는 안전 확보를 전제로 3층까지 개방해 3만석 이상으로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새 돔구장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잠실 스포츠·MICE 복합공간 조성 민간투자사업'의 핵심 시설이다. 스카이박스와 이벤트석, 야구장 전망 카페 등을 도입하고 구장과 연결된 4성급 호텔 일부 객실과 라운지에서도 경기를 볼 수 있도록 조성한다. 프로야구 시즌에는 LG와 두산의 홈구장으로, 비시즌에는 공연 등 복합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야구장과 함께 전시·컨벤션, 숙박·업무·상업시설도 조성된다. 2032년 준공을 목표로 코엑스의 약 2.5배 규모인 전시·컨벤션 시설과 총 841실의 호텔, 지상 31층의 프라임 오피스, 연면적 11만㎡의 상업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팬들은 기존 구장에 대한 애정과 함께 새 구장의 관람 환경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다. 경주에서 올라온 17년 차 롯데 팬 이주원씨(28)는 "수많은 원정 경기를 다녔지만 잠실야구장은 응원문화가 남다르고 홈구장인 사직만큼 애틋한 곳"이라며 "새로 지어지는 돔구장은 전문가들이 야구 친화적이고 관리하기 좋은 환경으로 지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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