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는 김영광 '보복운전' 의심, 수사기관은 '무혐의'…판단 갈린 이유

김소영 기자
2026.10.17 07:00
축구 국가대표 출신 김영광이 최근 보복운전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사진=스타뉴스

전 축구 국가대표 골키퍼 김영광(43)에게 보복 운전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택시 기사가 수사기관의 불기소 처분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공개된 블랙박스 영상을 근거로 보복 운전의 고의성이 의심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당시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에는 터널 진입 전 3차로에서 직진하던 택시가 우회전하려는 김영광의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지나치자 SUV가 뒤에서 속도를 내며 달려와 택시 앞으로 끼어드는 모습이 담겼다.

놀란 택시 기사는 경적을 울리고 상향등을 깜박이며 경고했다. 이후 SUV는 터널 안에서 2차로와 3차로 사이를 주행했고, 터널을 빠져나온 뒤에는 다른 도로로 진출하려는 택시 쪽으로 핸들을 꺾는 움직임을 보였다.

김영광의 SUV가 터널 안에서 택시를 추월하는 모습. /영상=유튜브 채널 '한문철V' 갈무리
김영광의 SUV가 택시를 향해 핸들을 꺾는 모습. /영상=유튜브 채널 '한문철V' 갈무리

택시 기사는 해당 SUV를 보복 운전으로 신고했다. 경찰은 SUV 운전자인 김영광을 특수협박 혐의로 수사했으나 상대 운전자를 의도적으로 위협하거나 위해를 가하려 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지난 6월 불송치 처분했다.

택시 기사의 이의신청으로 검찰도 사건을 검토했지만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이에 택시 기사는 고등검찰청(현 광역공소청)에 항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공개된 영상을 토대로 김영광의 운전 행위에 고의성이 의심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 변호사는 한 프로그램에서 해당 사건을 다루며 SUV가 택시를 추월한 이유가 단순한 차로 변경으로 보이지 않고, 의도적으로 진로를 방해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한 변호사는 "보복 운전 여부는 담당 조사관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보복 운전에 대한 일정한 기준이 체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위협적인 운전과 보복 운전의 차이…핵심은 '고의성'

매년 전국에서 4000건 이상의 보복운전이 적발된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김영광 사건을 두고 수사기관과 법률 전문가의 판단이 엇갈린 이유는 보복 운전 여부를 가르는 핵심 기준이 '고의성'에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보복 운전을 '도로 위에서 사소한 시비를 계기로 고의로 자동차를 이용해 상대방에게 위협을 가하거나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행위'로 설명한다.

대표적으로 다른 차량을 추월한 뒤 고의로 급감속하거나 급제동하는 행위, 급정지로 진로를 막고 욕설이나 신체적 위협을 가하는 행위, 차로 변경 과정에서 상대 차량을 중앙선이나 갓길 쪽으로 밀어붙이는 행위 등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위험한 운전 행위가 있었다고 해서 모두 보복 운전으로 처벌받는 것은 아니다. 가령 앞차가 갑자기 급제동해 뒤따르던 운전자가 위협을 느꼈더라도, 도로 상황에 따른 불가피한 감속인지 상대 차량을 위협하려는 의도적인 행동인지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수사기관은 당시 도로 상황과 차량의 움직임, 운전자 사이에 시비가 있었는지 등 전후 사정을 종합해 고의성을 판단한다. 블랙박스에 위험한 운전 장면이 담겼더라도 상대방을 위협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를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경민 변호사는 이러한 고의성 판단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한 방송에서 "고의성이라는 게 마음의 영역이지 않나. 수사기관이 피의자 말을 듣고 증거 부족으로 넘어가기 쉽다"며 "추월이 금지된 터널에서 앞지르기했다면 어느 정도 고의가 있었다고 추정하는 등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복 운전, 한 번만 해도 처벌 가능…맞대응 피해야

보복운전은 특수폭행·손괴·협박·상해 등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사진.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보복 운전은 특정 운전자나 차량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위험을 초래하는 난폭운전과 구별된다. 난폭운전과 달리 단 한 차례의 행위만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

보복 운전은 행위에 따라 형법상 특수협박이나 특수폭행, 특수손괴, 특수상해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특수협박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특수폭행과 특수손괴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특수상해의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이 규정돼 있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운전면허에 대한 행정처분도 이뤄질 수 있다. 보복 운전으로 불구속 입건되면 벌점 100점에 따른 면허정지 처분을, 구속되면 면허취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보복 운전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맞대응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 차량을 뒤쫓거나 경적과 상향등으로 계속 대응하면 위험한 상황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우선 속도를 줄여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가능하면 차로를 변경하거나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갈등을 피하도록 권고한다. 이후 블랙박스나 CCTV(폐쇄회로TV) 영상, 목격자 진술 등 증거를 확보하고 시간과 장소, 차량번호, 사건 전후 상황을 정리해 경찰 등에 신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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