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은 나머지 선수들끼리 경쟁하다가 결국엔 안세영(24·삼성생명)이 우승하는 스포츠라는 말이 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안세영은 세계 배드민턴 역사를 새로 써나가고 있다.
3년 전 대회 결승에서 절뚝거리면서도 '천적'으로 불렸던 천위페이(중국)를 파하며 화려한 대관식을 치렀던 안세영은 이번 대회에서 통산 46회 우승 대기록 도전에 나선다.
올 시즌 49승 1패, 승률 98%라는 경이적인 기록으로 압도적 '1황'의 위엄을 자랑하고 있고 이번 대회 금메달로 배드민턴 'GOAT(Greatest Of All Time)'로 평가받는 인도네시아 수시 수산티의 국제대회 최다 우승(46회)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계획이다.
항저우 대회를 시작으로 오른쪽 무릎과 왼쪽 발 등 부상을 안고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안세영의 대항마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 안세영은 극한의 심폐 지구력, 순발력, 전술적 판단력, 라켓 컨트롤 등에서 경쟁자들을 압도한다. 특히나 극강의 체력을 바탕으로 어떤 공격도 다 받아내는 '늪 수비'는 상대를 질리게 만드는데 여기에 공격성을 더하며 흠잡을 데 없는 일인자로 군림하고 있다. 아직 20대 중반이라는 적은 나이는 안세영을 벌써부터 GOAT로 추앙하게 하는 큰 이유다.
야구의 베이브 루스, 축구의 펠레, 농구의 마이클 조던 등 각 종목들의 GOAT가 있었지만 스포츠 과학이 발전하며 점점 영양학적, 유전적인 부분, 데이터 분석 등에서 경쟁자들에 비해 압도적 우위를 지니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 환경에서 써나가고 있는 역사라는 점이 더욱 감탄을 자아낸다. 경쟁 상대들에게 수없이 좌절하면서도 남들보다 더욱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그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압도적이라는 말은 스포츠에서 쓰기 어려운 표현이다. 특히나 상대성을 지니는 스포츠에선 심리적인 부분, 상성, 당일 컨디션 등에 따라 얼마든지 이변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러한 예측 불가한 점이 스포츠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주고 예상을 깨는 결과가 만들어졌을 때 감동을 안겨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남들보다 더욱 피나는 노력, 타고난 감각, 철저한 분석 등으로 따라올 자가 없는 지위에 오른 이들이 더욱 칭송을 받는 것이다. 수많은 변수를 극복하고 정상의 자리에서도 만족하지 않고 끝없이 발전해 나가는 이들이 스포츠 역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세계 역사상 가장 지배적인 선수로 평가받는 건 레슬링의 알렉산드르 카렐린(59·러시아)이다. 5.5㎏의 엄청난 우량아로 태어난 그는 통산 887승 2패라는 믿을 수 없는 커리어가 모든 걸 말해준다. 올림픽 3연패와 세계선수권 9회 우승 대업을 이룬 그는 6년 연속 상대에게 단 1점도 내주지 않는 '레슬링의 신' 그 자체였다. 그 기간 긴장감 가득한 국제 무대에서 단 한 번의 실수도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러시아의 레슬링 영웅은 현재 정치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다른 영웅은 미국의 육상 영웅 에드윈 모지스(71)다. 육상 400m 허들에서 1977년부터 10년 동안 단 한 번도 정상의 자리를 내주지 않고 122연승을 달렸다. 빠른 스피드와 함께 허들까지 넘어야 해서 순간의 실수 하나만으로도 결과가 달라지는 종목이기에 더욱 놀라운 결과다. 세계 신기록을 4번이나 갈아치우며 자신만이 유일한 경쟁 상대였던 육상계 GOAT다.
팀 스포츠에선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웨인 그레츠키(65·캐나다)를 빼놓을 수 없다. NHL에서 가장 빠르게 1000득점을 돌파한 그는 이후 다시 한 번 가장 빠르게 1000포인트를 추가했다. 통산 2857포인트를 쌓은 그는 2위와 1000포인트 가까운 차이로 사실상 영원히 깨지지 않을 기록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였다.
국내 선수 가운데서도 빛났던 이들이 있었다. 레슬링의 심권호(54)를 빼놓을 수 없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그레코로만형 48㎏급 정상에 올랐던 그는 해당 체급이 폐지되자 54㎏급으로 체급을 올려야 했지만 이마저도 극복하며 2000년 시드니 대회 때도 정상에 올랐다. 자신보다 덩치가 큰 선수들을 번쩍번쩍 들어올리며 매트에 꽂았고 두 체급 그랜드슬램이라는 인간 한계를 뛰어넘는 역사를 남겼다.
'피겨 여왕' 김연아(36)도 GOAT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다. 100년 피겨 역사상 여자 싱글 최초 올포디움을 달성한 그는 출전한 대회마다 단 한 번도 메달권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228.56점으로 세계 신기록을 작성하며 피겨 역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2014년 소치 대회에서도 압도적 연기를 펼쳤으나 납득할 수 없는 판정으로 개최국 러시아 선수에 밀려 은메달을 기록한 뒤 최고의 자리에서 은반 위를 떠나 여전히 '퀸'의 칭호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