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남자 탁구가 무려 60년 만에 아시안게임 정상에 섰다. 최근 30년 넘게 아시아 무대를 호령하던 절대강자 중국의 아성을 무너트린 건 바로 '에이스' 하리모토 도모카즈(23·도요타자동차·세계 랭킹 4위)였다.
일본은 24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의 스카이홀 도요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하계아시아경기대회 탁구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만리장성' 중국을 매치 스코어 3-2로 제압,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일본이 아시안게임 남자 탁구 단체전에서 시상대 맨 위에 오른 것은 지난 1966년 방콕 대회 이후 무려 60년 만이자 통산 세 번째다.
일본은 최근 두 차례 아시안게임에서 노메달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이번에 안방에서 제대로 기적의 드라마를 썼다.
무엇보다 중국은 1994년 히로시마 대회부터 지난 항저우 대회까지 단 한 번도 정상을 내주지 않은 채 9연패에 도전한 상황이었다. 이를 저지한 게 일본이었다.
먼저 웃은 건 중국이었다. 제1매치에 나선 일본의 마쓰시마 소라(19·세계 랭킹 3위)는 '세계랭킹 1위' 왕추친(26)을 상대로 강력한 백핸드를 앞세워 1, 2게임을 연달아 따내며 2-0으로 앞서나갔다. 그러나 경기 도중 관중석의 플래시 방해 등 어수선한 상황 속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왕추친의 매서운 반격에 밀려 내리 세 게임을 내주며 2-3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위기의 순간 일본의 구세주로 나선 것은 에이스 하리모토였다. 제2매치 주자로 나선 하리모토는 중국의 무서운 10대 신예 원루이보(19·세계 15위)를 상대로 한 수 위의 기량을 선보인 끝에 3-1(11-7, 8-11, 11-4, 11-9)로 승리했다. 매치 스코어는 1-1 원점이 됐다.
다시 중국의 반격이 시작됐다. 제3매치에서 도가미 슌스케(25·세계 랭킹 13위)가 중국의 차세대 간판 린스둥(21·세계 랭킹 8위)에게 1-3으로 패한 것. 매치 스코어는 중국의 2-1 우위. 이제 한 경기만 더 내주면 안방에서 중국의 우승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때 다시 나선 건 바로 하리모토였다. 세계 최강 왕추친과 맞붙은 제4매치에서 하리모토는 빈틈없는 공수 전환과 강력한 백핸드 공격으로 시종일관 상대를 압도했다. 결국 단 22분 만에 왕추친을 3-0(11-7, 11-4, 11-9)으로 셧아웃시켰다. 매치 스코어 2-2 원점.
결국 운명의 제5매치. 19세 동갑내기 신예들이 다시 격돌했다. 1매치 역전패로 고개를 숙였던 마쓰시마가 일본의 마지막 주자로 나섰다. 이에 맞서 중국은 원루이보를 내세웠다. 결국 여기서 마쓰시마가 원루이보를 3-1(11-7, 8-11, 11-6, 11-8)로 격파, 감격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후 하리모토는 벅찬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주니치 스포츠 등 일본 매체에 따르면 하리모토는 "승리 자체도 기쁘지만, 마침내 일본이 중국을 넘어섰다는 사실과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점에 모든 의미가 있다"며 "이 순간을 위해 10년 넘게 기다려왔는데 꿈이 현실이 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왕추친과 경기에 대해 "우리가 부족했던 건 '중국을 이길 수 있다'는 증거와 자신감이었는데 마침내 그것을 얻었다. 2게임 중간부터 3-0으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흐름을 가져오려면 무조건 3-0 완승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포인트마다 내가 주도권을 잡았다"고 회상했다.
뒷이야기도 공개됐다. 마지막 승리를 장식한 마쓰시마는 "첫 경기에서 2-0으로 앞서다 안일해져 역전패를 당해 너무 분하고 힘들었다"면서 "하리모토가 '내가 반드시 이겨서 넘겨줄 테니 준비만 하고 있으라'고 용기를 줬다. 오직 이길 준비만 한 끝에 결과를 낼 수 있어 다행"이라며 뒷이야기를 전했다.
한편 같은 날 열린 탁구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는 중국이 일본을 3-0으로 완파, 대회 6연패를 달성했다. 그래도 일본은 남자부에서 60년 만의 금메달과 함께 중국의 독주를 저지, 이번 대회 탁구 종목 최대 이변을 연출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