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금메달보다 아들 金이 더 좋죠" 이현중 美 도전에 "다치지만 말아라"... '女농구 전설' 성정아도 끝까지 엄마였다 [인천 현장]

인천공항=이원희 기자
2026.09.26 20:46
성정아 대한농구협회 이사는 미국으로 출국하는 아들 이현중에게 다치지 말고 부담 없이 도전하라는 격려를 전했다. 이현중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27점 18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한국 남자농구의 금메달 획득을 이끌었다. 이현중은 일본 구단의 거액 제안을 뒤로하고 NBA 정식 로스터 진입을 목표로 포틀랜드 트레이닝캠프에 합류하기 위해 미국행을 선택했다.
이현중과 성정아 이사. /사진=뉴시스 제공

"비교가 안 되죠. 현중이가 금메달 따서 너무 좋죠."

한국 여자농구를 대표했던 '전설' 성정아 대한농구협회 이사도 아들 이현중(포틀랜드) 앞에서는 결국 한 명의 엄마였다.

이현중은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미국프로농구(NBA) 포틀랜드 트레이닝캠프에 합류해 정식 로스터 진입을 향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출국 현장에는 성정아 이사도 함께했다.

성 이사는 한국 여자농구를 대표했던 전설적인 선수다. 1984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은메달의 주역이었고, 1990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다.

실업 무대에서도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삼성생명의 전신인 동방생명에서 뛰며 농구대잔치 우승을 5차례 경험했고, 1989년에는 대회 최우수선수(MVP)에도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스타뉴스가 한국 스포츠 발전과 아마추어 체육 활성화를 위해 제정한 '2025 퓨처스 스타대상' 농구 부문 선정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하지만 아들의 금메달 이야기가 나오자 '선수 성정아'보다 '엄마 성정아'가 먼저 나왔다.

성 이사는 자신의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아들 이현중의 금메달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비교가 안 된다"며 웃었다.

이어 "현중이가 금메달을 따서 너무 좋다"고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이현중은 이번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남자농구의 12년 만의 정상 탈환을 이끌었다.

한국은 지난 2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개최국 일본과 결승에서 67-57로 승리했다.

특히 이현중은 결승에서 3점슛 5개를 포함해 27점 18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금메달 획득의 중심에 섰다.

성 이사는 아들이 지금의 위치에 오기까지 흘린 땀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봤다.

그는 "하루아침에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다. 아직도 한참 멀었다고 생각하지만 본인이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이현중. /사진=뉴시스 제공

금메달의 기쁨도 잠시다.

이현중은 다시 미국으로 향한다. 포틀랜드와 엑시비트10 계약을 맺은 이현중은 트레이닝캠프에서 경쟁하며 NBA 정식 로스터 진입에 도전한다.

새로운 도전을 앞둔 아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이현중은 출국 전 부모님이 어떤 말을 해줬느냐는 질문에 "부담 없이 해라, 부담 없이 해라. 그냥 다치지만 말아라라고 말씀해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선수 선배로서보다는 어머니, 아버지의 입장에서 말씀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농구의 전설적인 선수였던 성정아도 그 순간만큼은 농구인이 아닌 한 명의 엄마였다.

레전드인 만큼 기술적인 조언을 해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성 이사가 아들에게 가장 먼저 바란 것은 NBA 로스터 진입도, 좋은 성적도 아니었다. 건강하게 자신의 도전을 이어가는 것이었다.

아버지 역시 농구인이다. 성 이사의 남편이자 이현중의 아버지인 이윤환 삼일상고 감독은 현재 한국중고농구연맹 부회장도 맡고 있다.

이현중도 부모의 영향을 받으며 농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삼일중과 삼일상고를 거친 뒤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데이비슨대에 진학하며 일찌감치 더 큰 무대를 향한 도전을 시작했다.

이현중과 성정아 이사(오른쪽). /사진=뉴시스 제공

이현중 역시 부모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앞서 이현중은 "어머니가 내 어머니라는 것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겸손함을 잃지 않도록 가르쳐주시면서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날에도 이현중은 "미국에 오래 남는 게 목표다. 이외에도 목표가 많다"며 "일단 트레이닝캠프에서 최대한 저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길게 생각하기보다 매일,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이현중을 향한 러브콜도 적지 않았다. 소속사 에픽스포츠에 따르면 이현중은 이번 오프시즌 보스턴 셀틱스를 비롯해 나가사키 벨카(일본) 등 국내외 여러 구단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전 소속팀 나가사키는 거액의 조건을 제시하며 잔류를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현중의 선택은 미국이었다. 또 한 번의 도전을 택한 셈이다.

이현중은 "인생에서 가장 쉬운 선택이었다. 저는 미국에서 농구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해외 도전의 꿈을 키워왔다"며 "일본 구단이 보여준 관심에는 정말 감사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NBA 선수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외부적인 요인에 신경 쓰지 않고 제 생각에만 집중하다 보니 결정은 오히려 쉽게 내려졌다"고 덧붙였다.

이현중.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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