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만드시네요" 안세영도 웃은 '비현실적' 목표, 그런데 이뤄낼 것 같은 '여제' 존재감 [이치노미야 현장]

이치노미야(일본)=김명석 기자
2026.09.30 04:30
안세영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단식 결승에서 야마구치 아카네를 꺾고 사상 최초의 2연패를 달성했다. 이번 대회 개인전에서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는 퍼펙트 우승을 차지한 안세영은 시즌 56승 1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안세영은 향후 목표로 시즌 전승을 넘어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는 무실 전승 시즌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안세영이 29 일 일본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일본 야마구치 아카네를 2-0으로 셧아웃시키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2026.09.29. /사진=강영조 cameratalks@

안세영(24·삼성생명)이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역사를 새로 썼다. 사상 최초의 여자단식 2연패다. 지난 2022 항저우(중국) 대회 당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그는 2026 아이치·나고야(일본) 대회에서도 시상대 제일 위에 섰다. 배드민턴이 아시안게임 종목으로 정식 채택된 1962년 이래 그 어떤 여자 선수도 이뤄내지 못했던 '대업'이다.

안세영은 29일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여자단식 결승에서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를 2-0(21-17, 21-9)으로 완파했다. 세계랭킹은 안세영이 1위, 야마구치는 3위다. 앞서 여자 단체전 동메달로 2회 연속 2관왕은 무산됐지만, 그래도 세계 최강을 지키고 있는 여자단식 금메달은 지켜냈다.

대회 전부터 가장 유력한 후보였고, 실제 가장 수월하게 정상에 올랐다. 대회 전까지 49승 1패, 여자단식 승률이 무려 98%였던 그는 단체전 8강과 4강 1단식 주자로 나서 모두 승리했다. 나아가 개인전에서도 32강부터 결승까지 내리 이겼다. 이번 대회 단체전·개인전 7전 전승. 그나마 단체전 4강 1단식 때 야마구치에게 두 번째 게임을 내줬을 뿐 나머지 6경기는 모두 '무실 게임' 경기를 치렀다. 개인전은 32강부터 결승까지 '퍼펙트 우승'이었다.

안세영이가 29 일 일본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일본 야마구치 아카네를 2-0으로 셧아웃시키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환호하는 관중들에게 더 크게 소리치라며 제스처를 취하는 안세영.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의 여유가 느껴진다. 2026.09.29. /사진=강영조 cameratalks@

출전하는 대회마다 우승을 차지하고, 경이적인 승률까지 기록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적수가 없다'는 표현이 과하지가 않다. 이번 대회에서도 4강에서 한때 자신의 천적이었던 천위페이(중국)를 완파했고, 결승에서도 홈 이점을 안은 '세계 3위' 야마구치를 꺾었다. "선수가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하면 안 되겠지만, 지금은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을 거 같다"는 야마구치의 경기 후 소감은 안세영의 압도적인 실력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자연스레 안세영의 '다음'에 대한 궁금증은 커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그를 위협할 만한 뚜렷한 경쟁자도 없는 상황이다. 안세영은 우선 자만과 방심을 경계하고 있다. 그는 "매 대회가 새로운 경기라고 생각한다. 대회마다 도전자의 입장으로 계속 생각하려고 한다. 계속 우승하고 싶고, 또 맨날 새롭다 보니 그게 승부욕으로 만들어지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단순히 우승만이 목표가 아니다. 그는 한 시즌을 '전승'으로 마치는 걸 목표로 잡았다. 다만 이번 시즌엔 앞서 세계 2위 왕즈이에게 한 차례 패배를 당한 바 있어 목표 달성은 우선 다음 시즌으로 미뤘다. 안세영은 "1패를 했기 때문에 '(시즌 무패는) 이뤄질 수 없는 건가' 싶다가도, 마지막까지 다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면 언젠가는 무패 우승(시즌)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날까지 56승 1패, 98.2%의 경이적인 승률은 안세영의 자신감과도 맞닿아있다.

안세영이 29 일 일본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일본 야마구치 아카네를 2-0으로 셧아웃시키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2026.09.29. /사진=강영조 cameratalks@

그런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목표가 있다. 전승을 넘어 한 게임도 내주지 않는 '시즌 무실 전승'이다. 취재진 사이에서 이같은 기록이 언급되자, 안세영은 "저를 너무 힘들게 만드시네요"라며 웃었다. 전승도 어려운데,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는 기록은 그야말로 '비현실적' 목표처럼 보이기 때문.

다만 최근의 안세영 기세라면 꼭 비현실적인 기록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이미 그는 아시안게임 직전에도 세계선수권대회와 중국마스터스에서 두 대회 연속 퍼펙트 우승을 차지했다. 단체전 1단식에서 야마구치에게 한 게임을 내주긴 했으나 이번 대회 개인전에서도 무실 게임으로 정상에 섰다. 세계 3위 야마구치와 결승 2게임을 21-9로, 4위 천위페이와 4강 1게임을 21-5로 각각 완파하는 등 이른바 톱랭커들조차 안세영의 적수가 되지 못하고 있다.

자연스레 안세영의 목표인 '전승 시즌'을 넘어,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고 모든 대회 정상에 오르는 '퍼펙트 시즌'이 새로운 목표가 될 수 있다. 심지어 안세영은 "앞으로 많은 대회에 나갈 거고, 제가 어느 정도 성장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다. 저는 그게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여전히 성장 중이고, 그 끝은 모른다는 게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의 한마디다.

안세영이 시즌 무실 게임 기록에 대해 "절 힘들게 만든다"며 웃어 보이면서도 이내 "한번 도전해 보겠다"고 부연한 것도 마찬가지다. 그는 "과정은 힘들고 너무나도 버티기 힘든 순간들이 많겠지만, 그 끝에는 행복이 있을 것 같다"면서 "과정이란 결국 그 행복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채찍질하고, 계속해 나가는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안세영이가 29 일 일본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일본 야마구치 아카네를 2-0으로 셧아웃시키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2026.09.29. /사진=강영조 cameratalks@
안세영이가 29 일 일본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일본 야마구치 아카네를 2-0으로 셧아웃시키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2026.09.29. /사진=강영조 cameratal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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