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외우고도 못 부른 사연, '독립운동가 후손' 허미미 "태극기 보니 울컥, 힘들었던 기억 떠올랐다"... 유도 57㎏ 金 쾌거 [아이치 나고야 AG]

안호근 기자
2026.10.01 20:40
허미미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7kg급 결승에서 테르비시 아리운자야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5대손인 허미미는 할머니의 뜻에 따라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넘어와 태극마크를 달았다. 시상대에서 태극기를 보며 울컥한 허미미는 힘들었던 기억에 눈물을 참느라 외워둔 애국가를 제대로 부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허미미가 1일 일본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7㎏급 결승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애국가에 맞춰 가슴에 손을 얹고 있다. /사진=뉴스1
허미미가 1일 일본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7㎏급 결승에서 승리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스1

여전히 유창하지 않은 한국말에도 노력해 외웠던 애국가를 정작 가장 꿈꿔왔던 순간에 부르지 못했다. 그만큼 허미미(24·경북체육회)에겐 감정을 억누르기 힘들 정도의 큰 감격이었다.

허미미는 1일 일본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7㎏급 결승에서 테르비시 아리운자야(몽골)를 유효승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5대손인 허미미는 일본에서 나고 자란 선수다. 그럼에도 할머니의 확고한 가르침에 따라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살았고 2021년 세상을 떠나신 할머니의 뜻에 따라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넘어왔다.

태극마크를 달았고 2024 파리 올림픽에 나서 은메달을 목에 건 허미미는 단숨에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 이후 금메달을 목에 걸고 애국가를 울려퍼지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과정이 험난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어깨 부상까지 당했다. 커다란 관심도 부담이 됐다. 100% 컨디션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허미미는 혼신의 힘을 다했다.

16강부터 4강까지 한판승과 반칙승 등으로 무서운 기세를 보였지만 결승에서는 테르비시와 양보 없는 치열한 혈투를 펼쳤다. 경기 시작 11초 만에 따낸 유효 이후론 득점하지 못했다. 상대는 그만큼 강하게 맞섰고 허미미도 힘겹게 공격을 막아낸 끝에 결국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허미미(위)가 1일 일본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7㎏급 결승에서 몽골 대표 테르비시 아리운자야와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사진=뉴스1

힘든 시간을 극복한 만큼 감격이 컸다. 뉴스1에 따르면 허미미는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이번 대회를 앞두고 주변 기대가 너무 커서 솔직히 부담도 됐다. 어깨 부상을 당했을 때는 살면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내가 다시 올라설 수 있을까 걱정도 있었다"며 "그래도 그걸 다 이겨내고 금메달을 딸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이 있었다. 허미미는 "할머니 영전에 금메달을 가져갈 것"이라면서 "할머니의 유언이 없었더라면 내가 이렇게 한국에 와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까 싶다. 할머니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시상대에 올랐고 노력 끝에 외운 애국가 1절을 정작 시상대에서 부르지 못했다. 허미미는 "태극기를 보니 울컥해서 속으로 따라 불렀다"며 "다 외웠지만 막상 시상대에 서서 태극기를 보고 애국가를 들으니 힘들었던 기억이 떠올라 눈물이 나오려 했다. 그래서 눈물을 참느라 제대로 부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랫 동안 꿈꿔왔던 순간이었다. 허미미는 "파리 올림픽 때 다음에는 꼭 태극기를 가장 높게 올리겠다고 했는데, 진짜 그렇게 된 모습을 보니 '내 노력이 정말로 이뤄졌구나' 싶어서 행복했다"고 털어놨다.

허미미의 시간은 계속된다. 이번 대회 혼성 단체전에서 2관왕에 도전하고 2년 뒤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 이날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다음 목표는 2028 LA 올림픽 금메달"이라며 "아직 이번 대회도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은 혼성 단체전에서 또 금메달을 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허미미가 1일 일본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7㎏급 결승에서 승리한 뒤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뉴스1
허미미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개인전 은메달과 단체전 동메달을 딴 뒤 대구 군위군 삼국유사면 화수리에 마련된 독립운동가이자 현조부인 허석 지사의 추모기적비를 찾아 메달을 바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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