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태극기를 바라보는 순간 참았던 감정이 북받쳤다. '독립운동가 후손' 허미미(24, 경북체육회)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일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허미미는 1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7㎏급 결승에서 테르비시 아리운자야(몽골)를 상대로 유효승을 따내며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아시아 제패에 성공한 허미미는 이번 대회 한국 유도 대표팀의 첫 금메달을 책임졌다. 전날 장세윤이 여자 52㎏급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데 이어 허미미가 금메달 물꼬를 텄다.
생애 처음으로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선 허미미다. 그는 결승에서 경기 시작 11초 만에 전광석화 같은 공격으로 유효를 따냈다. 그는 이후 한 차례 지도를 받기도 했으나 마지마까지 상대에게 반격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우승을 확정 지었다.
금메달을 손에 넣는 순간 허미미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지난 2년간의 시간이 한꺼번에 떠오를 만했다. 그는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며 세계 정상급 선수로 올라섰지만, 이후 어깨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고 한동안 국제무대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특히 일본 땅에서 얻어낸 금메달이기에 더욱 특별하다. 허미미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교포'다. 그는 도쿄에서 나고 자란 만큼 일본에서 유도 선수의 꿈을 키웠다. 여전히 일본어가 더 자연스러운 이유다.
허미미의 인생을 바꾼 건 2021년 세상을 떠난 할머니의 한마디였다. 그는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이후 일제강점기였던 1918년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5대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허미미는 2024년 파리 올림픽 은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여자 유도 간판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애국가를 외웠는데 따라 부르지 못했다며 다음엔 꼭 금메달을 따서 애국가를 따라 부르고, 할머니의 묘비에 금메달을 가져가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마침내 꿈을 이룬 허미미. '뉴시스'에 따르면 그는 경기를 마친 뒤 "할머니 영전에 금메달을 바칠 것"이라며 "할머니의 말씀이 없었다면 내가 이렇게 한국에 와서 유도를 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까 싶다. 할머니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허미미는 또 하나의 목표를 이뤘다. 파리 올림픽에서는 은메달로 상대 가장 높은 곳에서 애국가를 듣지 못했던 그는 이번엔 직접 애국가 1절을 외운 채 금메달 시상대에 올랐다.
하지만 정작 애국가가 울려퍼지자 허미미는 벅차오르는 감정 때문에 제대로 따라 부르지 못하고, 몇몇 구절에서만 작게 따라 불렀다. 그는 "다 외웠는데 막상 시상대에 서서 태극기를 보고 애국가를 들으니 힘들었던 기억이 떠올라 눈물이 나오려 했다. 그래서 눈물을 참느라 제대로 부르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허미미는 "오늘 금메달을 딸 수도 있어서 애국가 1절은 다 외웠다. 뜻이 조금 어려운 단어들이 있었는데 하나하나 검색해 보면서 공부했다"라며 "인터뷰를 많이 하다 보니 한국어도 전보다 더 늘었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가 남은 혼성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한다면 그때는 더 당차게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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