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KT위즈파크의 풍경이 달라졌다. 한때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마다 빈 관중석을 바라봤던 이강철(60) KT 위즈 감독에게 이제 수원은 홈팬의 응원봉으로 가득 찬 야구장이 됐다.
KT는 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리그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연장 11회 승부 끝에 2-2 무승부를 거뒀다.
5연승을 유지하면서 KT는 85승 5무 49패로, 같은 날 두산 베어스에 0-12로 완패한 2위 삼성 라이온즈(82승 3무 53패)와 3.5경기 차로 벌렸다. 그러면서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는 '4'에서 '2'로 줄었다.
하지만 이날 수원에서 순위표 못지않게 의미 있는 숫자가 하나 더 있었다. 경기 시작 한 시간 전 1만 8700석이 모두 팔리면서 KT는 올 시즌 27번째 매진을 기록했다. 홈 누적 관중은 98만 5572명. 창단 첫 100만 관중까지 이제 1만 4428명만 남았다. 수원KT위즈파크 수용 규모를 고려하면 다음 홈 경기에서 다시 만원 관중이 들어찰 경우 단숨에 100만 고지를 넘어선다.
KBO 막내 구단 KT에는 각별한 숫자다. 2015년 처음 1군 무대를 밟은 KT는 지난해 구단 역대 최다인 97만 941명의 홈 관중을 동원했지만, 100만 명에는 2만 9059명이 모자랐다. 당시에도 한 시즌 24차례 매진과 9경기 연속 매진으로 흥행 가능성을 확인했다. 올해는 이미 지난해의 구단 최다 매진 기록을 넘어섰다.
2019년 부임해 올해로만 8년 차인 KT 구단 최장수 사령탑 이강철 감독에게는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가 부임할 당시만 해도 수원KT위즈파크에서 '홈구장'의 분위기를 실감하기 어려운 날이 적지 않았다.
이 감독은 "(관중이 적을 때면) 우리 목소리가 관중석에도 다 들려서 (코치들에게) '조용히 해'라고 할 때도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나는 매일 애국가 할 때마다 관중석을 보는데, 첫해, 둘째 해에는 상대 관중이 (전광판 기준) 왼쪽으로 넘어올 때가 많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 관중들이 점점 반대쪽으로 넘어가더라. 그게 되게 난 뿌듯했다. (홍보팀장에게도) '우리 관중 많이 늘지 않았느냐'고 했다. 어느 날부터 우리 팬들이 점점 차기 시작하는데 되게 고마웠다"고 돌아봤다.
최근에는 경기장 밖에서도 변화를 체감한다. 이 감독은 "옛날에는 야구 유니폼을 입고 다니면 '저 사람 뭐 하는 사람이야' 하는 분위기였는데, 요즘은 유니폼을 안 입은 사람이 오히려 민망할 정도다. 패션이 돼버렸다"며 "지나가면서 보면 '우리 정말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팬분들에게 정말 감사했다"고 말했다.
KT도 팬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꾸준히 공을 들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수원KT위즈파크 외벽과 전 좌석을 새롭게 정비했고 응원석과 테이블석을 확대했다. 가족 관람객을 위한 키즈 공간과 먹거리 시설, 웨이파인딩 시스템을 강화했고, 모기업의 강점을 살린 AI 치어풀과 RFID 셀프 체크아웃 등 'AI 스타디움' 요소도 도입했다.
공식 애플리케이션 '위잽'을 통해 예매·발권·주차 정보를 한곳에서 제공하는 등 관람 편의성도 높였다. 100만 관중을 앞두고는 팬서비스도 더했다. 91만 번째부터 99만 번째까지 1만 명 단위 예매 고객에게 2027시즌 스카이박스 초청권을 준비했고, 100만 번째 예매 고객에게는 다음 시즌 응원지정석 시즌권과 스카이박스 이용권을 제공한다.
여기에 승리가 팬덤의 자양분이 됐다. 2015년 1군에 뛰어든 KT는 다른 구단과 비교하면 아직 역사가 짧다. 오랜 세월에 걸쳐 자연스럽게 대를 이어온 팬층보다는, 승리와 함께 새로운 팬을 하나씩 만들어가야 하는 팀에 가까웠다. 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KT는 부임 2년 차인 2020년부터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2021년에는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이뤘다. 2023년에도 다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패배보단 승리를 안기고 가을야구를 반복하면서 수원 야구팬들에게도 KT와 함께 기억할 장면과 이야기가 쌓였다. 한때 상대 팀 응원 소리가 더 크게 들리던 수원KT위즈파크는 그렇게 조금씩 진짜 'KT의 홈'이 됐다. 창단 첫 100만 관중은 그 시간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결과다.
이 감독은 "KIA나 LG 같은 팀들은 골수팬들이 있어서 기본적으로 팬들이 많이 온다. 하지만 우리는 성적이 안 나오면 팬분들이 안 올 수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언제든지 성적을 내야 한다. (성적을 잘 내면 잘 내는 대로) 거기에 맞게 팬분들이 와주시니까 감사할 따름"이라고 진심을 전했다.
그래서 최근 관중석을 바라보는 마음은 더 남다르다. 이제는 한국시리즈에서도 어떤 팀을 만나든 제대로 된 '홈 분위기'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KT 최장수 사령탑의 생각이다. 이 감독은 "예전에는 외야를 보면 상대 팀 응원봉이 이쪽으로 다 넘어왔는데, 요즘은 우리 응원봉이 훨씬 많이 보인다. 그런 걸 보면 정말 많이 좋아졌다고 느낀다"며 "이대로면 한국시리즈도 할 만하다. 예전에는 수원에서 표 구하기 힘들 거라고 예상하기 어려웠을 텐데 이제는 다르다. 지금 정말 잘되고 있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