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을 다시 국제무대 경쟁권으로 끌어올린 이사나예 라미레스(43) 감독이 이제 KB손해보험 스타즈의 우승 도전에 나선다.
KB손해보험은 5일 "새로운 도약을 이끌 제12대 사령탑으로 라미레스 전 한국 남자배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라미레스 감독과 KB손해보험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KB손해보험은 2024~2025시즌 도중 라미레스 감독 선임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던 라미레스와 프로팀 감독 겸직 문제가 불거지면서 결국 선임은 없던 일이 됐다.
그렇게 한 차례 스쳐 지나갔던 인연이 약 2년 만에 다시 이어졌다. 라미레스 감독은 지난 4일을 끝으로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 임기를 마쳤고 곧바로 KB손해보험과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이날 경기도 평택시 남부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2026~2027시즌 출정식을 통해 팬들에게 KB손해보험 감독으로 첫인사도 건넸다. 라미레스 감독은 "KB손해보험 스타즈 배구단의 감독을 맡게 돼 영광이다. 비시즌 동안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이 준비를 잘 해준 만큼 경기 집중력과 승리를 향한 위닝 멘탈리티를 바탕으로 이번 시즌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선보이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표팀에서 남긴 성과도 선임 배경이 됐다. 라미레스 감독이 이끈 한국은 올해 AVC컵 준우승, 동아시아선수권 우승, 아시아 남자배구 선수권 3위를 차지했다. 특히 아시아선수권에서 3위에 올라 2027 국제배구연맹(FIVB) 남자배구 월드컵 출전권을 확보했다. 앞서 라미레스 감독은 시즌 전부터 아시아선수권 상위권과 국제무대 경쟁력 회복을 목표로 내걸었고, 중국과 합동훈련 등 다양한 실전 프로그램으로 조직력을 끌어올렸다.
이제 과제는 KB손해보험의 마지막 한 계단을 올리는 일이다. KB손해보험은 불과 2023~2024시즌만 해도 4승 25패까지 떨어지며 일찌감치 최하위를 확정했던 팀이다. 하지만 2024~2025시즌에는 시즌 초 감독 사퇴와 홈구장 폐쇄 등 숱한 악재를 딛고 24승12패, 승점 69로 정규리그 2위까지 올라섰다. 9연승과 임시 홈구장 경민대 8전 전승이라는 돌풍도 만들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대한항공을 상대로 1차전을 잡고도 2, 3차전을 내주며 챔피언결정전 문턱에서 멈췄다.
지난 시즌에는 다시 3위에 올랐다.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전력을 3-0으로 꺾어 19승 17패, 승점 58로 극적으로 3위를 확정했다. 그러나 우리카드와 준플레이오프 단판 승부에서 0-3으로 완패하며 봄 배구가 한 경기 만에 끝났다. 최하위에서 2위, 다시 3위. 상위권 전력으로 올라섰지만, 아직 정상에는 닿지 못했다.
새 시즌 전력에도 변화가 적지 않다. 4시즌 동안 공격을 책임졌던 안드레스 비예나가 떠났고 임성진은 군에 입대했다. 대신 독일 국가대표 출신 아포짓 스파이커 리누스 베버(27·등록명 베버)를 영입했고 아시아쿼터 타루샤 차메스(24·등록명 타루샤)도 합류했다. 군 복무를 마친 황경민이 돌아왔고, 나경복(32)과 홍상혁(28), 윤서진(21) 등 기존 아웃사이드 히터진도 주전 경쟁을 벌이고 있다. 비시즌 동안은 라미레스 감독과 대표팀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온 코치진과 하현용 감독대행이 일본 전지훈련과 연습경기를 이끌며 새 시즌 준비를 이어왔다.
KB손해보험 구단은 "한국 남자배구팀을 한층 성장시킨 라미레스 감독의 탁월한 소통 능력과 지도력을 높이 평가해 KB 손해보험 배구단을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지원을 약속했다. 대한배구협회 역시 "협회가 선정한 감독이 프로 구단의 선택까지 이어진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지지의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