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도입된 이후 53년간 이어져 온 아시안게임(AG) 금메달리스트에 대한 병역 혜택이 거센 후폭풍 속에 존폐의 기로에 섰다. 최근 대회 이후 불거진 병역의 공정성·형평성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자 국회에서는 일률 편입 기준을 없애는 법 개정안이 전광석화처럼 발의된 데 이어 "당장 이번 대회부터 면제를 폐기하라"는 압박 목소리까지 터져 나왔다.
논란의 도화선은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에서 당겨졌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3일 열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일본을 1-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이미 상무 복무를 마친 인원을 제외한 선수단 20명이 예술·체육요원 편입 대상에 올랐다.
그러나 금빛 성과는 온전한 축하를 받지 못했다. 우승 직후 터져 나온 선수들의 언행이 화근이었다. 대표팀 주장 이기혁(26·강원FC)은 방송 인터뷰에서 "금메달을 못 따면 한국에 가서 입대가 9일 남은 상황이었다"며 취재진을 향해 금메달을 들어 보인 뒤 "저 군대 안 갑니다"라고 외쳤다. 막내 박승수(19·뉴캐슬 유나이티드) 역시 SNS에 미리 준비해 둔 듯한 전역모를 쓴 사진을 올려 거센 비판을 받았다. 두 선수는 논란 직후 SNS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으나, "신성한 병역의무를 조롱거리로 만들었다"는 청년층의 박탈감과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여론이 들끓자 입법부가 즉각 제동을 걸고 나섰다. 뉴시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7일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의 일률적인 예술·체육요원 편입 기준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현행 병역법 시행령 등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위임된 예술·체육요원의 편입 요건을 법률에 명확히 규정하도록 못 박았다. 대신 예술·체육 분야에서 대한민국 위상을 현저하게 높이는 등 특별한 공적이 인정되는 극소수의 인원에 한해서만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선별적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현행 병역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올림픽 3위 이상 또는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는 예술·체육요원 대상이 된다. 34개월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특기 활동과 공익복무 544시간을 채우는 방식으로 군 복무를 대체해 왔다. 특히 2020년 단체종목의 '실제 출전 선수만 인정한다'는 조항이 삭제된 이후, 경기 출전 여부와 무관하게 혜택을 누리는 구조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주 의원은 "병역의무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부여된 가장 기본적이고 중대한 의무 가운데 하나인 만큼 그 예외 역시 국민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엄격하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최소한으로 인정돼야 한다"며 법안 발의 취지를 분명히 했다.
국회의 입법 추진과 맞물려, 정부가 즉각적인 시행령 개정으로 이번 대회부터 혜택을 끊어내야 한다는 강력한 결단 촉구도 이어졌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이재명 대통령께서 결단하십시오. 아시안게임 금메달 군면제 이제는 없앨 때가 됐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번 아시안게임부터 면제특권 폐기를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 의원은 "예술·체육요원 편입 대상은 병역법 시행령 제68조의11에 규정되어 있어 국회 논의를 거치지 않더라도 대통령령 개정만으로 금메달 특례를 삭제할 수 있다"며 "이 대통령께서는 2021년 대선 후보 시절 BTS 병역특례 논란에 대해 '공평성 차원에서 면제는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던 만큼, 이제 그 약속을 행동으로 보여줄 때"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축구 금메달 등 성과가 개인의 사적 이익으로만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며 "군 면제로 이어지는 해외 진출과 상업적 성공은 선수 개인의 몫일 뿐 국민 모두가 누리는 혜택이 아니다. 경력 단절은 지금 이 순간 전방에서 경계 임무를 서는 청년 장병 모두가 겪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BTS와 이찬혁, 우즈 등은 군대를 다녀온 후에도 국격을 드높이고 있다"며 "하루빨리 시행령을 개정해 이번 아시안게임의 금메달부터 군면제를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반세기 넘게 체육계의 강력한 동기부여로 작용해 왔던 아시안게임 병역 혜택이 시대적 화두인 '청년 공정성'이라는 파고를 넘지 못하고 53년 만에 전면 폐지 수순을 밟게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