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아르헨티나만 감사하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가 당신에게 감사한다."
네이마르도 옛 동료에게 인사를 건넸다. 리오넬 메시(39, 인터 마이애미)가 21년 동안 입었던 아르헨티나 대표팀 유니폼을 내려놓았다. 마지막 경기에서도 골을 넣었지만, 이날 모누멘탈을 채운 것은 승리의 기쁨만이 아니었다. 한 시대를 함께한 선수에게 보내는 감사와 작별의 인사였다.
영국 '가디언'은 7일(한국시간) 리오넬 메시가 베냉과의 고별전을 끝으로 국가대표 경력을 마무리했다고 보도했다.
아르헨티나는 이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모누멘탈에서 열린 베냉과 친선경기에서 3-0으로 승리했다. 자신의 208번째 A매치를 치른 메시는 후반 26분 페널티킥으로 대표팀 통산 126호골을 기록했다. 니콜라스 오타멘디의 선제골도 도왔고, 니코 파스 역시 득점했다.
경기 결과보다 무거운 의미가 있었다. '마지막 탱고'라는 이름이 붙은 이날 경기는 메시가 대표팀 선수로 팬들의 응원을 받는 마지막 무대였다. 관중석에는 8만 5,000명이 자리했다.
경기장에 도착하기 전부터 눈물이 났다. 메시와 동료들이 탄 대표팀 버스가 팬들 사이를 지나 모누멘탈로 향하는 동안, 메시는 눈물을 닦았다. 팬들은 마지막 대표팀 경기를 치르러 가는 그를 배웅했다.
메시는 세 자녀와 함께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VIP석에서는 아내 안토넬라 로쿠소와 어머니 셀리아 쿠치티니가 손을 흔들었다.
킥오프를 앞두고 그라운드에는 거대한 아르헨티나 유니폼이 펼쳐졌다. 메시의 등번호 10번 위에는 '고맙다'는 뜻의 'Gracias'가 적혔다. 관중들은 함성으로 화답했다.
국가가 울려 퍼지자 메시는 다시 울먹였다. 포클랜드 전쟁 참전용사 파비오 산타나가 국가를 불렀고, 그 옆에는 '말비나스는 아르헨티나의 것'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자리했다. 가디언은 해당 현수막이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잉글랜드를 2-1로 꺾은 월드컵 준결승 이후 들어 올렸던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전반 10분에는 경기가 멈췄다. 메시의 등번호를 기념하는 1분간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바르셀로나와 파리 생제르맹을 거쳐 세계 축구의 중심에 섰던 선수를 위해 관중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메시는 마지막 무대를 득점으로 장식했다. 후반 26분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아르헨티나의 3-0 승리에 힘을 보탰다.
종료 휘슬 이후에도 헌정 행사는 계속됐다. 경기장 위 밤하늘에 드론이 떠올랐다. 메시의 모습과 감사의 메시지가 하늘을 채웠다. 발롱도르를 여덟 차례 받은 선수의 대표팀 여정을 기념하는 장면이었다.
이번 작별은 마지막 월드컵의 아쉬움 뒤에 찾아왔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북중미 월드컵 결승에서 스페인에 0-1로 패했다. 뉴저지에서 열린 결승을 마친 메시는 눈물을 흘렸고, 이후 대표팀에서 자신의 역할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전했다.
당시 그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더는 줄 것이 남아 있지 않다. 게다가 기회를 받을 자격이 있는 훌륭한 어린 선수들이 올라오고 있다"라고 적었다.
고별전을 앞두고는 특별한 영예도 받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교는 아르헨티나축구협회(AFA) 본부에서 열린 행사에서 메시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과거 공부를 더 하지 못한 아쉬움을 이야기했던 메시는 자부심을 드러냈다. "내가 명예박사라고 말할 수 있다니!"라는 농담도 건넸다.
협회 본부 밖에서는 팬들이 메시의 얼굴이 담긴 거대한 아르헨티나 국기를 펼쳤다. 그 위에는 ‘내 인생의 기쁨’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함께 뛰었던 동료도 작별 인사를 보냈다. 바르셀로나에서 메시와 호흡을 맞췄던 네이마르는 소셜 미디어 엑스에 감사의 글을 남겼다.
"아르헨티나만 당신에게 감사하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가 당신이 축구를 위해 한 모든 일에 감사한다. 내가 축구를 더 사랑하게 해줘서 고맙다."
대표팀 경력은 끝났지만 클럽 선수 생활은 남아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메시와 인터 마이애미의 계약은 2028년까지다. 다만 두 달 전 아버지 호르헤가 세상을 떠난 뒤, 예상보다 일찍 선수 생활 자체를 마칠 가능성도 언급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아르헨티나에서 남긴 성과는 뚜렷하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승하며 조국에 36년 만의 월드컵 트로피를 안겼다. 2014년 브라질 대회와 2026년 북중미 대회에서는 준우승을 기록했다. 2021년과 2024년 코파 아메리카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오랜 기다림 끝에 월드컵을 들어 올린 메시는 디에고 마라도나의 뒤를 잇는 아르헨티나 축구의 상징이 됐다.
팬들은 이별을 아쉬워하면서도 그의 선택을 받아들였다. 52세 팬 세실리아 아드리아노는 AFP에 “메시는 모든 것을, 정말 모든 것을 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가 떠나는 것이 전혀 서운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충분히 그럴 자격을 얻었다. 즐기고 쉬도록 해주자"라고 덧붙였다.
208경기와 126골. 메시의 마지막 대표팀 경기에도 득점은 있었다. 그리고 경기장 안팎에는 그 숫자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감사가 남았다. 모누멘탈은 아르헨티나의 10번에게 마지막으로 박수를 보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