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의 힘을 보여준 경기였다. 외국인 1선발 카를로스 카라스코(39)의 관록투와 캡틴 박해민(36)의 명품 수비가 LG 트윈스를 한 단계 더 높은 무대로 이끌었다. 해결사는 이날 생일을 맞이한 오스틴 딘(33)이었다.
LG는 14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PS) 와일드카드 결정전(WC) 1차전에서 두산에 4-1로 승리했다.
이로써 정규시즌 4위 LG는 1승의 어드밴티지를 활용해 준플레이오프(준PO)에 진출했다. 2016년, 2019년, 2020년에 이어 네 번째 WC 출전에서도 모두 다음 무대로 향하게 됐다. 반면 정규시즌 5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한 두산은 단 한 경기 만에 탈락했다. 2023년 NC 다이노스와 1차전부터 WC 4연패에 빠졌다. 특히 지난해까지 세 차례 WC에 나섰던 LG와 달리 두산은 2021년을 제외하면 모두 첫 관문을 넘지 못했다.
올해 두 팀의 맞대결은 더욱 특별했다. 1982년 개장해 올해 마지막 시즌을 보내는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지는 마지막 포스트시즌이기 때문이다. LG는 두산을 탈락시키면서 잠실에서 한 경기라도 더 가을야구를 치를 가능성을 이어갔다. 이제 이틀 휴식 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정규시즌 3위 KIA 타이거즈와 5전3선승제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승부처는 LG가 2-1로 앞선 7회초였다. 13타자 연속 범타 행진을 이어가던 카라스코를 상대로 유니오 세베리노가 중전 안타, 양의지가 우익선상 2루타를 쳐 LG는 무사 2, 3루 위기에 몰렸다.
LG는 마운드를 존 케네디로 교체했고 승부수는 통했다. 케네디는 김민석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강승호를 사구로 내보냈다. 뒤이어 대타 양석환의 방망이가 크게 공기를 갈랐다. 이 타구는 잠실 우중간 외야 담장 바로 앞까지 날았다. 하지만 먼 거리서부터 뛰어온 박해민이 극적으로 잡아내면서 3루 주자만 홈을 밟았다. 두산은 더블 스틸로 다시 2사 2, 3루 찬스를 만들었으나, 케네디가 박지훈을 2루 땅볼로 처리하며 동점 위기를 벗어났다.
선발 투수들의 명품 투수전이 잠실벌을 수놓았다. 두산 곽빈은 최고 시속 158㎞ 강속구를 앞세워 6이닝 3피안타(1피홈런) 4사사구(3볼넷 1몸에 맞는 공) 10탈삼진 2실점으로 역투했다. LG 카라스코는 정반대 스타일로 6이닝 4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 성공하며 커리어 첫 포스트시즌 승리를 챙겼다.
이날 LG는 홍창기(우익수)-박해민(중견수)-오스틴 딘(지명타자)-문정빈(1루수)-문보경(3루수)-송찬의(좌익수)-구본혁(유격수)-박동원(포수)-신민재(2루수)로 타선을 꾸렸다. 선발 투수는 카를로스 카라스코.
이에 맞선 두산은 박찬호(유격수)-안재석(3루수)-유니오 세베리노(1루수)-양의지(지명타자)-김민석(좌익수)-강승호(2루수)-정수빈(중견수)-윤준호(포수)-조수행(우익수) 순으로 선발 타순을 구성했다. 선발 투수는 곽빈.
시작부터 두산 박찬호와 LG 박해민의 발이 내야를 흔들었다. 1회초 리드오프로 나선 박찬호는 중전 안타로 출루해 안재석의 2루 땅볼에 2루까지 향했다. 최초 판정은 아웃이었으나, 비디오 판독 끝에 세이프로 정정됐다. 세베리노가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난 뒤 양의지의 타석에서 박찬호가 기습적으로 3루를 훔쳤다. 그러나 양의지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며 득점은 무산됐다.
LG는 1회말 선두타자 홍창기가 사구로 출루하고 박해민의 땅볼 타구에 1루 주자가 박해민으로 교체됐다. 박해민이 계속해 도루를 시도하며 곽빈의 집중력을 흐트렸고 오스틴은 높게 들어온 커브를 통타해 좌측 담장을 크게 넘겼다. LG의 2-0 리드.
수비에 울고 웃은 두 팀이다. 2회초 1사 1루에서 정수빈의 잘 맞은 타구가 3루수 문보경의 글러브로 곧장 향했다. 문보경은 1루 주자 김민석이 오버런한 것을 파악하고 1루로 송구해 순식간에 이닝을 끝냈다.
반면 두산 3루수 안재석은 무사 1, 2루에서 대형 실책을 범했다. 신민재의 약한 뜬공 타구에 대시해 고의 낙구 후 병살 플레이를 시도했다. 시도는 좋았다. 안재석은 떨어진 공을 곧장 잡아 3루로 송구했으나, 이 공이 옆으로 휘었다. 그 탓에 커버하러 들어온 박찬호의 글러브 끝에 맞고 떨어졌고 모든 주자가 살았다.
이때 곽빈의 구위가 돋보였다. 곽빈은 홍창기를 3구 삼진, 박해민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더니 전 타석 홈런을 친 오스틴마저 직구 6개를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끝냈다. 무사 만루에서 삼진 3개를 솎아낸 압권의 투구에 두산은 다시 분위기를 가져왔다.
한동안 양 팀 선발들의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다. 카라스코는 6회 1사까지 13타자 연속 범타 행진을 이어갔고 곽빈은 6회까지 추가 실점 없이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7회 1사 만루 위기를 1실점으로 버텨낸 LG는 7회말 신민재의 좌전 안타, 박해민의 중전 안타에 이은 폭투와 문정빈의 볼넷으로 2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하지만 문보경의 땅볼 타구를 유격수 박찬호가 잡아 1루로 송구하면서 득점 없이 이닝이 끝났다.
8회말에는 추가점이 나왔다. 이영하를 상대로 선두타자 송찬의가 중전 안타로 출루했다. 송찬의는 구본혁의 희생번트에 2루까지 향했고, 박동원의 중전 안타, 신민재의 번트 안트에 홈까지 밟았다. 뒤이어 폭투가 연거푸 나오면서 추가 득점에 성공, LG가 4-1로 앞서갔다.
두산으로서는 8회초 1사 1, 2루 찬스가 아쉬웠다. 조수행이 볼넷, 박찬호의 희생번트, 안재석의 볼넷으로 득점권 기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우찬이 세베리노와 류승민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워 LG의 승리를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