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도 물렸다…2조 더 샀는데 보관금액 오히려 감소

김세관 기자
2026.07.21 16:12
미국 주식 보관금액 월별 추이/그래픽=이지혜

글로벌 반도체 피크아웃(고점통과) 우려로 국내뿐 아니라 미국 반도체주와 주도주 변동성이 덩달아 커지면서, 이른바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환경도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개월 연속 미국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지만, 정작 보유 주식의 가치를 나타내는 보관금액은 오히려 줄었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예탁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지난 20일까지 예탁원을 통해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19억4800만달러(약 2조9000억원)의 미국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달 6억3300만달러(약 9400억원)에 이은 두 달 연속 순매수세다. 순매수 금액은 지난달 대비 이달 3배가량 늘어난 상황이다.

서학개미들의 미국주식 수급은 지난 4월과 5월에는 최근과 반대로 잇달아 순매도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 정부가 서학개미들의 국내 시장 복귀를 유인하고자 RIA(국내시장복귀계좌) 도입을 추진했고 실제 올해 3월 이 상품이 출시되면서 수급 환경이 변한 것으로 당시 분석됐다.

RIA는 해외주식 매도금액을 원화로 환전해 국내시장에 장기투자하면 한시적으로 해외주식 양도세 세제혜택을 부여한다. 그러나 지난 5월 말 RIA를 통한 양도세 100% 감면 혜택이 종료되고 미국 증시 분위기도 연초보다는 나쁘지 않자 서학개미들이 다시 미국 주식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주식 보관금액은 지난 5월 말 2042억달러(약 301조원)이후 지난달 말 1948억달러(약 287조원), 이달 17일 기준 1773억달러(약 256조원)를 기록하는 등 감소세다.

미국주식 보관금액은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주식을 달러로 환산한 수치다. 서학개미들이 미국 주식 매수를 이어가고 있지만 보관 중인 주식 가치는 떨어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 국내 주식 투자자들이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출시 이후 수급 불균형으로 극심한 변동성 장세에 노출된 가운데, 미국 주식 투자자들 역시 투자한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예탁원의 증권정보포털을 보면 서학개미들은 테슬라, 엔비디아, 구글, 애플, 마이크론, 샌디스크, 아마존, TSMC ADR(주식예탁증서) 등 AI(인공지능)·반도체 등 미국 기술주에 보관금액이 몰려 있다.

이들 종목 역시 국내 주도주들과 마찬가지로 최근 변동성이 심해졌다. 실제로 테슬라는 이달 들어 종가 기준 425.30달러까지 고점이 올라갔었지만 20일 종가는 369.57달러에 머물렀으며, 엔비디아는 이달 한때 종가가 212.50달러까지 올랐지만 20일 종가는 203.28달러였다. 심지어 지난달 1200달러대까지 올랐던 마이크론은 20일 종가가 860달러대까지 내려왔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가 미국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여기에 미국과 이란의 국제 정세 이슈까지 합쳐진 영향이 다시 국내 시장을 자극하는 악순환이 최근에 반복해서 나타나고 있다"며 "국내 투자자뿐 아니라 서학개미들도 하락장 영향을 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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