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공개매수제도 처리 보류해야"…자산운용사 18곳 공동성명

김근희 기자
2026.09.29 13:54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 국회(정기회) 제9차 본회의에서 공소청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6.9.17/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국내외 자산운용사 18곳이 29일 긴급 공동성명을 내고, 다음 달 1일 국회 본회의 상정이 예정된 국회 정무위원회의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안(이하 정무위안) 처리를 보류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번 공동성명은 상법 개정 이후 국내외 운용사가 한목소리를 낸 것으로는 최대 규모다. 참여 운용사들의 합산 수탁고는 87조원에 달한다. 이들은 정무위안이 '아시아에서 가장 매력적인 자본시장'을 만들겠다는 정부 목표에도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정무위안은 인수자가 지배주주 지분을 먼저 사들인 뒤 50%+1주에 모자란 물량만 공개매수하면 되도록 한 법안으로, 지난 28일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운용사들은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에는 찬성하지만, 지배주주만 먼저 보유지분 전량을 팔 수 있는 구조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영권이 바뀔 때 일반주주에게도 지배주주와 동등한 조건의 매각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이기 때문이다.

운용사들은 "잔여 주식 전량 매수가 가장 바람직하지만, 인수자금 부담과 M&A(인수·합병) 위축 우려를 고려해 50%+1주로 정한 정무위의 판단은 존중한다"면서도 "50%+1주 방식을 유지하더라도 그 물량은 모든 주주에게서 같은 비율로 사야 한다"고 말했다.

의무공개매수 때 인수자가 지배주주 지분부터 사들이는 선행매수가 허용되면, 지배주주는 보유주식을 전부 팔 수 있다. 반면 일반주주는 50%+1주에 모자란 물량이 있는 경우에만 그 일부를 나눠 팔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배주주가 40%를 보유한 회사라면, 인수자는 이 40%를 장외에서 먼저 산 뒤(선행매수) 과반까지 모자란 10%+1주만 일반주주에게서 공개매수로 사면 된다. 일반주주 60%가 모두 응모해도 각자 가진 주식의 약 6분의 1만 팔 수 있고, 인수자가 사들이는 전체 물량의 80%는 지배주주 몫이 된다. 지배주주 지분이 이미 과반인 회사라면 공개매수로 살 물량이 남지 않아 일반주주는 팔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 있다.

운용사들은 일부 주식을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가격에 팔 수 있다고 해서 일반주주에게 반드시 이득인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인수자가 과반 지분을 가지면 일반주주가 경영을 견제하기 어려워지고 남은 주식의 가치도 떨어질 수 있다. 팔지 못한 6분의 5에서 보는 손실이 판 6분의 1에서 얻은 이익보다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들은 선행매수를 배제하고 지배주주도 일반주주와 똑같이 공개매수에 응모하게 해, 모든 주주에게서 같은 비율로 사는 '비례적 공개매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운용사들은 "같은 가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같은 비율로 팔 기회까지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 운용사들은 다음 달 1일 본회의에서 정무위안을 처리하지 말아 달라고 국회에 요구했다. 이후 공개 논의를 거쳐 제도를 다시 검토하고, 50%+1주 방식을 유지하더라도 지배주주의 선행매수를 배제해 지배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가 같은 가격에 같은 비율로 팔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사소한 조항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앞으로 한국의 경영권 거래에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를 어떤 원칙으로 대우할지를 정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약 30년 만에 다시 도입하는 제도인 만큼 처음부터 원칙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 운용사들은 오는 30일 오후 1시 공동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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