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가까이 잠잠했던 사이드카가 다시 발동됐다. 변동성이 줄며 박스권에서 움직이던 코스피가 중국발 반도체 공급설에 크게 흔들리며 6000선 아래로 떨어진 영향이다. VKOSPI(코스피200 변동성지수)도 튀어 올랐다.
13일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매매 매도호가 효력 일시정지)가 발동됐다. 올해 50번째 코스피 사이드카이자 26번째 매도 사이드카다. 지난 8월20일 이후 34거래일 만에 처음 울린 코스피 사이드카다.
사이드카는 프로그램매매 호가 효력을 5분간 정지하는 시장 안정화 장치다. 코스피 사이드카는 코스피200 선물 가격이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오르거나 내린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때 발동된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코스닥150 선물 가격이 전일 종가 대비 6% 이상 오르거나 내린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때 발동된다.
지난 8월까지 국내 증시는 하루걸러 하루꼴로 사이드카를 맞았다. 지난 2월2일 코스닥 시장에서, 같은 달 3일 코스피 시장에서 첫 사이드카가 울린 뒤 국내 증시에는 경고등이 꺼질 날이 없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지정학적 위기가 커졌고 반도체 랠리 속 급등락이 반복되면서 매수·매도 사이드카가 번갈아 발동되는 기현상도 나타났다. 서킷브레이커도 9차례 발동됐다.
이후 막대한 레버리지 투자로 반도체 수급을 흔들던 미국 대형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 캐피탈이 청산되고 반도체 대형주가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증시는 안정을 되찾았다. 지난 8월20일 코스피, 8월21일 코스닥을 마지막으로 사이드카는 국내 증시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중국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가 차세대 D램 기술을 공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락했다. 코스피는 6% 넘게 하락하며 두 달여 만에 6000선 아래로 내려앉았고 200일 이동평균선까지 이탈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8% 넘게, SK하이닉스는 10% 넘게 하락하기도 했다.
VKOSPI도 급등했다. 전 거래일 37.94였던 VKOSPI는 이날 오후 2시3분 기준 20.99% 오른 49.28을 기록했다. 한때 51.57까지 치솟기도 했다. 사이드카가 마지막으로 울렸던 지난 8월 하순 수준까지 오른 것이다. 통상 VKOSPI가 40을 넘으면 과열 구간으로 본다.
증권업계는 당분간 변동성 장세를 다시 견뎌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워낙 투자심리가 취약해지고, 거래도 말라붙은 상태에서 매도세에 대한 가격 저항력이 약해진 듯하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이미 기술적으로 지난 7월 폭락장에서도 다녀오지 않았던 RSI(상대강도지수)상 과매도 국면에 진입했다는 점이나 200일선을 이탈할 정도의 낙폭 과대 인식 구간"이라며 "미국 CPI(소비자물가지수) 발표를 포함해 10월 실적 시즌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RSI는 최근 주가의 상승폭과 하락폭을 비교해 매수·매도 압력의 강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30 아래로 떨어지면 과매도, 70 위로 올라가면 과매수 구간으로 본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코스피 RSI는 23.685까지 떨어지며 과매도 구간에 진입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없더라도 투자 심리와 수급 회복이 지연되고 있어 빠른 반등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오는 27일과 29일 예정된 SK하이닉스, 삼성전자 확정실적까지 횡보장세가 이어질 것이며, 반도체는 단기 조정을 견딜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