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의 거센 매도세에 국내 증시가 '검은 화요일'을 맞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의 실적 성장 기대감에도 외국인 이탈이 이어지면서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수요에 대한 확신과 지정학적 위험 완화를 외국인 수급 전환의 핵심 조건으로 꼽는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장중 전 거래일 대비 7% 넘게 빠졌다. 프로그램매매 매도호가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도 약 두 달 만에 발동됐다.
코스피는 이달 2일 종가 기준 7003.74로 7000선을 다시 넘어섰지만 열흘 남짓 만에 6000선마저 내주며 급락했다. 이달에만 약 13조원을 순매도한 외국인의 투자심리 위축이 급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기업 실적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8일 발표한 3분기 잠정실적에서 분기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인 107조원을 기록했다. 이달 1~10일 수출도 261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로 늘었다. 그러나 AI와 반도체 수요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투자심리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부장은 "삼성전자의 기타법인 순매수가 종료되면서 외국인 매도 물량을 흡수할 매수 주체가 약화된 점도 지수 하방 지지력을 저하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도 부담이다. 확전 우려로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이 장기화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어서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이 돌아오려면 반도체 산업의 중장기 성장성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고 본다. 미국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 지속 여부와 투자 대비 수익성이 핵심 변수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톱2의 높은 이익 성장에도 주가가 반응하지 않는 이유는 투자자들이 현재가 아닌 2028년 이후 미래 이익에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2028년 전망치에 대한 믿음이 높아져야 국내 반도체가 상승 모멘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11월 이후를 주목한다. AI 모델 개발사 앤트로픽의 기업공개(IPO)가 다음 달 중순으로 예정돼 있어 상장 이후 이탈했던 투자자금이 돌아올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비슷한 시기 미국 빅테크의 3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고 AI 투자 성과가 확인되면 외국인 수급이 전환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글로벌 리스크 진정도 외국인 복귀의 필수 조건으로 꼽힌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의 우상향 전망을 유지한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에너지 휴전에 따른 물가와 금리 부담 완화, 제조업 회복과 원화 안정이 지속적인 현물 순매수로 이어지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외국인 수급과 기업 이익 추정치 변화를 확인하며 선별적으로 대응하라고 조언한다. 반도체 핵심 종목을 유지하되 AI 인프라 관련 업종으로 투자 범위를 넓히는 전략이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0월 말까지는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과 이차전지 ESS(에너지저장장치) 관련주로 대응 범위를 넓히는 전략이 유효하다"며 "외국인 순매도 둔화를 확인하고 반도체 비중을 확대하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