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 이후 AI(인공지능) 규제 강화 우려로 코스피가 9개월 만에 장중 5000 아래로 떨어진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시장이 악재를 과도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추가 하락 가능성과 반등 시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현재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한 만큼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과 AI 투자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추가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맞선다.
6일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6.02% 내린 5059.69로 마감했다. 머니투데이가 이날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긴급 진단을 진행한 결과,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에 AI 산업의 구조적인 위기보다 정책 불확실성과 수급 불안이 크게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외국인 매도세와 헤지펀드의 AI 관련 포지션 청산 등 수급 요인이 낙폭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중간선거 이후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AI 관련주 쏠림에 따른 반작용, 연말을 앞둔 이익 확정 매도, 헤지펀드 청산 등 수급 요인이 겹치면서 낙폭이 커졌다"며 "코스피는 이미 실적 대비 저평가된 상태에서 단기 수급 요인으로 언더슈팅(과도한 하락)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도 "나스닥 지수는 200일 이동평균선을 이탈했고 VIX(변동성지수)가 급등함에 따라 알고리즘 매도가 나오면서 헤지펀드 청산이 나타난 것으로 판단한다"며 "정책 우려가 과도했다는 부분을 확인하면 (시장은) 재차 안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업황에 대해서도 센터장들은 모두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했다. 박연주 센터장은 "메모리 공급 부족과 LTA(장기공급계약) 비중을 근거로 향후 1년간 높은 실적 가시성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향후 수요 둔화가 현실화하더라도 본격적인 공급 확대 이전에 조정이 시작된다면 업황 하강의 깊이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센터장도 "AI 산업의 선행지표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고 빅테크의 재무 건전성이 견고한 만큼 현재 상황을 닷컴버블과 같은 AI 투자 사이클의 붕괴로 볼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다만, 코스피의 단기 저점에 대해서는 시각이 갈렸다. 윤석모 센터장은 12개월 선행 PBR(주가순자산비율) 0.95~1.0배 수준인 5000선 안팎을 강력한 하방 지지선으로 제시했다. 윤 센터장은 "현재 코스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7~2028년 대규모 실적 감익을 이미 가정한 극단적 저평가 영역에 진입했다"며 "시장 수급이 극단적 숏 포지션에 도달해 있는 만큼 현 구간에서의 공포 매도는 실익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VIX 하락과 외국인 선물 순매수 전환 등을 반등을 위한 수급 안정 신호로 꼽았다.
반면 신한투자증권은 코스피가 4500~480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창용 센터장은 "선행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하회만으로 이익 위험이 충분히 반영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과도한 저평가 국면에 진입했지만, 시장이 실적 전망을 신뢰하지 않고 있어 조정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신한투자증권은 2004년 말 이후부터 지난 5일까지 약 20여년간 코스피 기록을 봤을 때, 가장 저평가됐던 때의 밸류에이션을 적용하면 지수가 약 4550선까지도 내려갈 수 있다고 계산했다.
윤 센터장은 "시장의 관심이 자금조달 '가능성'에서 투자한 설비를 예정대로 가동하고 충분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지로 이동하는 국면에 있다"며 "일부 프로젝트의 지연·취소가 과잉투자와 이익 전망에 대한 의심으로 번지면서 이익 실현 시점의 지연과 위험프리미엄 상승이 동시에 주가를 압박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하나증권 역시 단기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뒀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저평가 매력은 커졌지만, 규제 불확실성과 수급 불안이 남아 있어 단기 추가 하락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며 "헤지펀드의 AI 관련 포지션 청산 소식까지 더해져 레버리지 축소에 따른 변동성 확대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정부가 오는 9일부터 3개월간 증권사의 신용융자 담보 비율 140% 유지 의무를 면제하기로 한 것은 반대매매에 따른 연쇄 하락 압력을 완화할 요인"이라고 했다.
센터장들은 투자자들에게는 성급한 매도와 매수 모두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석모 센터장은 "당장 투매에 동참하기보다 시장의 소음이 진정되기 전까지 관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승택 센터장도 "현금 여력을 확보하고 데이터센터 인허가·착공 관련 정책의 구체적인 방향을 확인하며 분할매수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센터장들은 특히 미국의 데이터센터 규제 방향과 AI 투자 수익성 입증을 확인하고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승택 센터장은 "앤트로픽 IPO(기업공개)의 기관 수요와 코어위브·네비우스 등 네오클라우드 기업의 실적발표가 AI 투자심리 회복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반등 시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었다. 박연주 센터장은 "2027년으로 갈수록 AI 투자의 유효성이 확인되면서 점차 정상화될 것"이라며 점진적인 증시 회복을 점쳤다. 반면 윤창용 센터장은 "실질적인 안정 신호는 외국인의 매도 규모 축소와 추가 악재에도 지수 저점이 유지되는 조합"이라며 "최소한 4분기 실적 시즌이 있는 내년 1월 중순까지는 시장 의구심 해소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낙폭이 컸던 반도체와 함께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정책 수혜가 기대되는 업종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라는 조언도 있었다. 조수홍 본부장과 황승택 센터장은 미국 민주당의 정책 기조를 고려할 때 ESS와 전력기기 업종, 그리고 2차전지와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