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우체국의 여성파워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2022.05.02 03:30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사진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얼마 전 벚꽃이 마지막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을 때 지방의 한 우체국을 찾았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편지를 쓰는 사람이 줄어들고,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한 금융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지만, 우체국은 언제나 그렇듯이 그 자리에서 140여 년간 묵묵히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최근 선거 관련 우편물과 코로나19 재택치료키트 배송 등 각종 업무로 '직원들이 힘들어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우체국 문을 열었지만, 밝고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져 안도할 수 있었다.

그간 방문했던 기관과 달리 우체국 창구는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었다. 각종 대민·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의 특성 때문이라 생각했지만, 직원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라는 점도 눈에 띄었다. 통계를 찾아보니 우정사업본부 9급 합격자의 여성 비중은 58%로 은행의 여성 채용 비중 47%보다 11%포인트(p) 높다. 또 전체 일반직 공무원 여성 비중은 45%인 반면 집배원을 제외한 우정사업본부 일반직 공무원 여성은 55%로 10%p 높다.

우체국의 업무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 볼 수도 있다. 업무가 유사한 은행 역시 여성 비중이 마찬가지로 55%다. 하지만 창구 안쪽의 책임직을 살펴보면, 은행의 경우 여성 비중은 39%인 반면 우정사업본부는 55%에 달한다. 전체 일반직 공무원 6급 이상 여성도 36%로 우체국과는 차이가 크다.

우체국은 어떻게 여성 비중이 높은 직장이 되었을까. 근무 여건을 살펴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체국 창구는 업무 범위와 근무시간이 명확할 뿐만 아니라 육아휴직 등 복지제도가 잘 정착돼 있다. 특히 전국 각지에 우체국이 있어 본인이 원하는 지역에서 장기 근무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좋은 근무 여건만이 책임직 여성 비중을 높인 것은 아니다. 우체국 창구에서는 대민서비스 및 마케팅, 금융업무, 고객지원 등 여성이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많다. 또 사업목표가 숫자로 주어져 성별과 관계없이 객관적으로 평가되다 보니 여성이 관리자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을 수 있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이러한 변화가 우체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우편 물량 감소에 따른 경영난 해소를 위한 노력으로 예금과 보험 부문에서 민간과 경쟁하는 사업에 집중했던 우체국이 최근에는 지역사회와 공감하면서 복지등기, 엄마보험, 복합기능 우체국 재건축 등 공적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공감 능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여성들이 책임직에 많이 자리하고 있는 조직구조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노동인구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는 우리 사회의 생존과 지속적 성장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요소가 되었다. 또 최근 주목받고 있는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는 사회적 책임이 기업의 경쟁력과 생존에 필수적임을 이야기한다. 우체국의 공적 역할이 증대된 사례를 보면 구성원의 다양성 확보와 여성친화적 문화가 ESG 정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우체국의 조직문화가 타 분야에 좋은 사례로 전파돼 사회문제 해결의 새로운 실마리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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