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PN 뚫으면 그만인데…" 정부 청소년 SNS 규제에 IT 업계 "실효성 우려"

이정현 기자
2026.07.20 16:04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2차 업무보고에서 보고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7.16/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허경 기자

정부가 청소년의 SNS 과의존을 예방하기 위해 플랫폼을 규제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IT 업계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기존에 규제를 시작했던 국가들에서도 우회 가입 등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IT 업계에 따르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올해 하반기 △사업자 이용자 연령 확인 의무화 △만 14세 미만 가입 제한(부모 동의 시 허용) △만 19세 미만 과의존 유발 기능(무한 스크롤·추천 알고리즘 등) 기본 미제공(부모 동의 시 허용) 등의 내용을 담아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추진한다. SNS 서비스의 중독적 기능을 완화하고 플랫폼 사업자의 청소년 보호책임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정부가 이런 보호조치를 마련하는 것은 최근 SNS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숏폼 때문이다. 플랫폼들은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 숏폼을 이른바 무한 스크롤 방식으로 제공하는데 이런 방식이 중독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숏폼을 계속 보여줘 강한 자제력 없이는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다는 취지다.

숏폼 중독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어 EU(유럽연합)를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제재 움직임을 보인다. 하지만 가장 먼저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완전 금지한 호주에서는 법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많은 청소년이 SNS를 사용했으며 미성년자들은 나이를 허위로 입력하는 식으로 SNS에 가입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청소년 SNS 가입을 금지한 인도네시아에서도 청소년들이 VPN으로 우회 가입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이미 제재를 시작한 국가에서 제대로 제재가 이뤄지지 않자 국내 IT 업계에서는 괜히 규제만 새로 만들어 사업만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현재 네이버(NAVER)와 카카오는 숏폼으로 이용자를 록인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데 정부 제재 대상이 되면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할 수 있는 무기를 잃게 된다.

네이버의 경우 자체 숏폼 플랫폼인 클립을 여러 버티컬 서비스에 연결하며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홈화면에 숏폼탭을 추가해 이용자가 구독하는 크리에이터 외에 추천 콘텐츠까지 제공한다. 카카오는 지난해 대규모 카카오톡 개편 당시 숱한 비판 속에서도 숏폼탭을 지켜냈다. 그 결과 광고 수익 증대로 실적이 계속 우상향 중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아직 정부 방침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진 않았으나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규제를 보면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특히 국내 기업과 글로벌 빅테크의 역차별 문제가 존재하는 한국에서 섣불리 새로운 규제를 만들었다간 국내 기업만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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