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요금제 반년마다 고지… "소비자 피로도 높여 실효성 의문"

김소연 기자
2026.07.21 04:21

이통사, 10월 시행 앞두고 지적
문자·통화·데이터·위약금 기준, OTT 수요 등 반영 못해
디지털취약계층 지원취지엔 공감… "가입자 맞춤형 필요"

데이터 최적요금제 개요/그래픽=김현정

오는 10월부터 이동통신사들은 가입자에게 6개월마다 가장 적합한 요금제를 문자나 이메일 등으로 안내해야 한다. 정부는 소비자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고 선택권을 넓힌다는 취지지만 전문가들과 통신업계는 6개월 반복고지가 오히려 소비자의 피로도를 높이고 제도의 실효성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행정예고한 '최적요금제의 고지대상·방법·내용 등에 관한 고시' 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지난 9일 제출했다.

정부 초안에 따르면 이통사들은 통신 이용계약일이 속한 다음달 1일부터 6개월이 경과할 때마다 1개월 이내에 최적요금을 고객에게 고지해야 한다. 최적요금제 선정기준은 최근 6개월 평균 사용량을 바탕으로 현재 가입한 요금제보다 낮은 요금제다. 다만 위약금문제 등이 있는 경우 현재보다 낮은 요금제가 있더라도 추천하지 않는다.

문제는 통신이용 환경이 복잡해졌다는 점이다. 최근 소비자들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AI(인공지능) 구독서비스 △가족결합 △장기고객 할인 △멤버십 혜택 등을 함께 고려해 요금제를 선택한다.

하지만 이번 제도의 추천 주요 기준은 문자·음성통화·데이터 사용량ㆍ위약금 등이다. 음성·문자가 대부분 무제한 제공된다고 볼 때 데이터사용량 하나로 요금제를 추천하는 셈이다. 복합요금제에 가입한 고객의 니즈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지방식도 문제다. 재난문자와 광고성 문자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통신사 안내문자도 스팸처럼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김용희 선문대 경영학과 교수는 "취지는 좋지만 통신사가 직접 추천하는 구조보다 제3자가 객관적으로 분석해 추천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나 비식별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플랫폼이나 AI가 요금제를 추천하도록 데이터를 개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지시점도 6개월마다 일률적으로 알리는 것보다 가입자가 원하는 시점에 맞춤형 추천을 받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운영하는 '스마트초이스'(통신요금정보포털)와 차별점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제도를 새로 만들기보다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가 무엇이고 스마트초이스 이용시 느낀 불편이 무엇인지 분석하는 것이 먼저"라고 했다.

업계는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해 합리적인 요금제 선택을 지원한다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모든' 가입자를 대상으로 고지주기를 6개월로 강제하는 것은 오히려 소비자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더 저렴한 요금제를 추천하는 것이 최적요금제로 인식될 가능성이 큰데 고객에게 가장 적합할지 의문이고 제안이 맞지 않으면 통신사의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어 우려된다"고 했다. 특히 4800만 가입자에게 연 2회 안내해야 하는 만큼 적지 않은 통신비용(멀티미디어 MMS 기준 211억여원)과 행정비용이 발생하는 것도 부담이다.

지난해 해당 법을 대표발의한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도 이같은 업계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중재안을 정부부처에 전달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유럽이 최적요금제 고지주기를 최소 1년으로 했다가 이마저도 실효성이 떨어져 1년 주기는 폐지하고 필요한 시점에 고지하는 것으로 개정하려고 하는 상황이라 우리 의원실도 6개월은 너무 짧다는 입장"이라며 "법 시행 후 첫 6개월 이내에 한번 고지하고 이후 1년 단위로 고지하자는 중재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실제 최적요금제를 도입한 유럽연합(EU)과 영국은 최소 연 1회 고지로 바뀌었고 EU는 올 초 발의한 디지털네트워크법(DNA)에선 이같은 고지의무마저 삭제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초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고지 의무기간을 6개월로 정했다"면서 "법령 초안을 만들었어도 규제개혁위원회 등을 통과해야 해 아직 확정됐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