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라인 흔들고 맥쿼리 품은 '가비아'…27년 무노조 직원들도 움직였다

김평화 기자
2026.09.03 11:07

창립 27년 만의 공동성명 주도 실무진 인터뷰
노조 설립 검토…"향후 회사 운영방향과 고용에 미칠 영향 설명 요구"

가비아 경영권 갈등 일지/그래픽=이지혜

웹호스팅 및 클라우드 기업 가비아가 안팎으로 시끌시끌하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행동에 이어 맥쿼리자산운용의 경영권 인수와 상장폐지까지 추진되면서 직원들이 창립 이후 처음으로 노동조합 설립을 검토한다. 불과 수개월 사이 이사회와 최대주주가 잇달아 바뀔 상황에 놓였지만 상장폐지 이후 회사의 모습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3일 IT 업계에 따르면 가비아를 둘러싼 변화의 출발점은 '저평가'다. 1998년 설립된 가비아는 도메인·호스팅에서 출발해 클라우드, 그룹웨어,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등으로 사업을 넓혔다. 특히 인터넷익스체인지(IX)·IDC 업체 케이아이엔엑스(KINX), 보안기업 엑스게이트, 기업용 소프트웨어업체 에스피소프트 등 상장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얼라인은 이같은 모·자회사 동시상장 구조 때문에 가비아 가치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얼라인 분석에 따르면 지난 2월 가비아 시가총액 4154억원에서 KINX 등 주요 자회사 지분가치를 제외하면 시장이 평가한 가비아 자체 지분가치는 987억원에 불과했다. 얼라인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추천 이사 2명을 이사회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한 뒤 중복상장 구조 해소 등을 요구해왔다.

여기에 맥쿼리가 등장했다. 맥쿼리와 가비아의 관계는 경영권 인수 이전부터 시작됐다. 양측은 지난 2월 향후 4~6년간 최대 6000억원을 투자해 100MW 이상 규모의 데이터센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합작 계약을 체결했다. 맥쿼리가 자금과 부지·전력 확보를, 가비아와 KINX가 데이터센터 구축·운영을 맡는 구조다.

약 5개월 뒤 맥쿼리는 가비아 자체를 인수하기로 했다. 맥쿼리 측 디씨케이인베스트먼트는 김홍국 공동대표 등 기존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 24.37%를 사들이고 일반주주 지분도 주당 4만8000원에 공개매수한 뒤 가비아를 상장폐지할 계획이다.

공개매수가를 놓고는 논쟁이 이어진다. 4만8000원은 공개매수 발표 직전 종가보다 40% 이상 높은 가격이지만 얼라인은 가비아 내재가치를 주당 6만5400~7만9900원으로 평가했다. 결국 KINX 등 데이터센터·IT인프라 사업의 가치를 얼마로 볼지가 가비아 가격을 둘러싼 쟁점의 핵심이다.

거래 구조도 일반적인 경영권 매각과 다르다. 김 대표 등 기존 경영진은 보유주식을 매각한 뒤 세금을 제외한 매각대금을 다시 디씨케이에 투자하고 가비아 경영에도 계속 참여한다. 일반주주는 공개매수에 응하면 주주 지위에서 빠져나가지만 기존 경영진은 비상장 가비아의 기업가치 변화에 계속 참여한다.

가비아 관계자는 "이번 거래는 가비아의 상장폐지를 통해 모·자 동시상장 구조에서 발생하는 시장 할인 요인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개매수가 적정성은 독립 사외이사로 구성된 특별위원회가 검토 중이라며 판단을 유보했다.

가비아는 상장폐지 이후 KINX·엑스게이트·에스피소프트 등 자회사와 관련해선 "현재 확정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고용에 대해서도 "현재 이번 거래로 인한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고 했다.

지배구조가 크게 바뀌지만 이후 사업과 조직의 모습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경영권 분쟁과 거리를 뒀던 직원들이 공동으로 목소리를 내고 노조 설립까지 검토하기 시작한 이유다.

가비아 직원은 2일 머니투데이와 서면 인터뷰에서 "얼라인스 측 이사들이 진입하고 공개서한과 임시주총 소집 청구가 이어지며 회사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매주 반복됐다. 직원들은 매일 아침 출근해 포털 뉴스를 검색하며 회사의 운명을 확인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며 "전체 동료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숙의한 뒤 민주적 합의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직원들은 회사 측에 인수와 상장폐지의 목적, 향후 회사 운영방향과 고용에 미칠 영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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