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재 전쟁, 이제는 '현장 엔지니어' 싸움

김평화 기자
2026.10.06 16:14
기업별 FDE 확보 움직임/그래픽=이지혜

글로벌 빅테크는 물론 국내 SI 업체들까지 AI 인재 확보전이 새 국면에 들어섰다. 모델을 만드는 연구자뿐 아니라 고객사 안으로 들어가 업무를 분석하고 AI를 실제 시스템에 구현하는 '현장 AI 엔지니어' 쟁탈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6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AI 업계에서 몸값이 가장 빠르게 오른 직군은 FDE(Forward Deployed Engineer·현장배치엔지니어)다. 고객사 현장에서 AI로 풀 문제를 찾고, 고객사의 데이터와 기존 시스템을 연결해 실제 서비스로 완성하는 역할이다. 모델을 넘겨주는 데서 끝나지 않고, 고객사의 데이터 구조와 업무 방식을 파악한 뒤 AI가 성과를 낼 때까지 책임진다.

빅테크가 먼저 투자에 나섰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지난 6월 말일 FDE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초기 자금 10억달러를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고객사 한 곳에 엔지니어 5~6명으로 구성된 팀을 약 45일간 투입하는 방식으로, 조직 규모는 수천 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링크드인 채용 데이터에 따르면 FDE와 유사 직군의 지난해 채용 수요는 2년 전인 2023년 대비 42배 늘었다. 구글클라우드와 액센츄어는 기업 현장에 AI 엔지니어를 투입하는 전담 그룹을 신설했고, 인도 TCS는 최대 8900명의 FDE 확보를 추진 중이다.

오픈AI와 앤트로픽(Anthropic)도 기업의 AI 도입을 지원하는 서비스 업체를 인수해왔다. 모델 성능만으로는 기업 고객이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다.

국내 IT서비스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삼성SDS(삼성에스디에스)는 AX 전문 FDE를 올해 말까지 약 200명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제조·금융·물류 등 산업별 경험을 결합해 고객 업무 자체를 재설계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SDS가 인용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88%가 최소 한 가지 업무에 AI를 도입했지만, AI가 이익에 유의미하게 기여했다고 답한 기업은 6%에 그쳤다. 도입과 성과 사이의 간극을 현장 인력으로 메우겠다는 것이다.

LG CNS(LG씨엔에스)는 지난 3월 팔란티어와 협력하며 별도 FDE 조직을 꾸렸고, SK AX는 SAP와 손잡고 ERP 고객 현장을 밀착 지원하는 'SK AX FDE' 서비스를 내놨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외부에서 데이터를 볼 수 없는 국방 폐쇄망에 FDE를 직접 투입하는 방식을 제시했고, 지난달 30일부터 전력·통신·금융 등 기반시설 현장을 맡는 'AI Security FDE' 채용을 시작했다.

FDE가 기존 SI 엔지니어와 다른 직업인지에 대해서는 업계 의견이 갈린다. 고객사에 상주하며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점은 같다. 차이는 출발점이다. SI는 고객이 정의한 요구사항을 구현하는 역할이고, FDE는 고객과 함께 "AI로 무엇을 바꿀 것인가"라는 문제 자체를 정의한 뒤 모델·데이터·업무 프로세스를 반복적으로 수정하는 역할까지 맡는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AI 모델을 구하지 못해 AX를 못 하는 단계는 지나가고 있다"며 "앞으로는 기업의 업무와 데이터를 이해하면서 AI를 실제 서비스까지 구현할 수 있는 사람이 가장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AI 인재 확보전, ‘현장 AI 엔지니어’로 이동/그래픽=윤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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