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노벨화학상은 '거울상 이성질체'(카이랄성)의 현상을 규명한 앙리 카강 프랑스 파리 남부대학교 명예교수와 소아이 겐소 도쿄 이과대학 명예교수에게 돌아갔다.
거울상 이성질체는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마주보고 있지만 겹치지 않은 분자쌍을 말한다. 지구상 생명체에서는 이 두 변이체가 화학적으로 구조가 같아도 효소·수용체와 결합하는 방식이 다르다. 한쪽에선 약효가 있더라도 다른 쪽은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카강 교수와 소아이 교수는 그 이유를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7일(현지시간)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카강 교수와 소아이 교수를 선정했다. 노벨위원회 "비대칭적인 유기 합성에서의 비선형 효과와 자가촉매를 발견한 공로"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카강 교수는 이같은 촉매 반응에서 비선형 효과(nonlinear effect) 개념을 제시 "작은 좌우 불균형이 어떤 조건에서 커질 수 있는가"를 설명하는 이론적 틀을 마련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소아이 교수는 미량의 비대칭성 물질을 첨가하면 거울상 이성질체 중 한쪽 화합물만 폭발적으로 증폭되는 '소아이 반응'을 세계 최초로 증명했다. 이 연구는 우주와 지구 초기 생명체에서 발견되는 아미노산 등 생체 물질들의 특성을 규명하는 실마리를 제공했다.
'거울상 이성질체' 연구는 1950년대~1960년대 임산부의 입덧 치료제로 판매된 '탈리도마이드' 사건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오른손형 분자를 가진 사람에게는 입덧 완화 효능이 있었지만, 왼손형 분자를 가진 사람이 복용하면 기형아 출산을 유발한 것이다. 이후 FDA 등 규제 당국은 의약품 개발 시 50대50 혼합물이 아닌, 단일 거울상 이성질체(호모카이랄)을 고순로도 분리·합성해야 허가해주는 기준을 세웠다.
고순도 거울상 이성질체를 생성하는 방법은 오랜 기간 화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2001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윌리엄 놀스 미국 세인트루이스 몬산토사 전(前)연구원, 노요리 료지 일본 나고야대 특별교수, 배리 샤플리스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 석좌교수는 카이랄 전이금속 촉매를 발견한 공로로 2001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베냐민 리스트 독일 막스플랑크 석탄연구소 소장과 데이비드 맥밀런 미국 프린스턴대 석좌교수는 여기서 나아가 보다 환경에 안전한 소형 유기 분자만으로 비대칭 유기 촉매를 합성하는 원리를 발견한 공로로 2021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올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카강 교수와 켄소 교수는 분리·합성 기술에 머무르지 않았다. 거울상 이성질체 간 매우 미세한 차이가 어떻게 스스로 증폭돼 완벽한 '비대칭성'까지 진화하는지 설명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류도현 성균관대 화학과 교수는 "앞서 이 분야에서 여러 차례 수상이 있었던만큼 당분간 노벨화학상이 수여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들이 찾아낸 현상 자체가 인간의 일상생활에서 직접 활용되거나 산업화에 공로를 세웠다기보다는 생명체의 기원에 대한 해답을 줄 실험적인 증명을 이뤄낸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