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두 곳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고 해보자. 서로 경쟁하는 매장이라면 가격도 각자 정하는 게 자연스럽다. 그런데 두 매장이 같은 AI에게 "얼마 받는 게 좋을까"를 묻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에서 이 문제가 법정으로 갔다. 소비자들은 맥도날드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냈다. 맥도날드가 약 1만4000개 매장의 거래정보를 분석하는 AI 기반 가격추천 시스템으로 가맹점들의 메뉴 가격을 사실상 조율했다는 이유에서다. 맥도날드는 "AI가 가격을 정하는 게 아니라 권장가격만 제시하고 최종 결정은 점주가 한다"고 반박했다.
AI가 가격을 결정했냐가 문제가 아니다. 서로 경쟁해야 할 사업자들이 같은 가격추천 시스템을 쓰면 가격 경쟁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예전에는 점주가 주변 매장의 가격과 매출을 보고 직접 판단했다. 이제 AI는 수백만건의 거래정보와 지역별 수요를 한꺼번에 분석해 "이 매장은 얼마까지 받아도 손님이 덜 빠진다"고 추천할 수 있다.
문제는 같은 알고리즘을 여러 사업자가 함께 쓸 때다. 사람끼리 만나 "다 같이 2만원 받자"고 합의하면 담합이다. 하지만 서로 만나지 않고 같은 시스템이 비슷한 가격을 추천하고 모두 이를 따른다면 어떻게 봐야 할까.
미국에서는 이미 아파트 임대료와 호텔 객실료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여러 사업자의 비공개 정보를 한곳에 모아 가격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이 경쟁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단계 더 나아가면 AI는 소비자마다 다른 가격을 제시할 수도 있다. 구매이력과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이 사람은 여기까지 낼 것"이라고 판단하는 방식이다. 다만 맥도날드는 고객별 가격이나 실시간 가격변동은 하지 않는다며 선을 긋고 있다.
AI 가격추천 자체가 나쁜 기술은 아니다. 재고가 남으면 가격을 낮추고, 수요가 몰리면 가격을 조정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문제는 누구의 데이터를 모아 어떤 기준으로 가격을 추천하느냐다.
맥도날드가 실제로 법을 어겼는지는 법원이 판단할 일이다. 다만 AI가 이미 햄버거와 월세, 호텔방까지 "얼마를 받을 것인가"라는 가격표 안으로 들어왔다는 점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