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트 한 개 드릴까요, 두 개 드릴까요?"
14일 오전 9시쯤 찾은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약국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코로나19(COVID-19) 자가검사키트 소분 때문이다. 카운터 뒤쪽에 있는 약사들은 25개가 들어있는 두 박스에서 키트를 1, 2개로 나눠 포장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소비자들이 '키트 5개를 사려고 하는데 전부 2개씩 포장돼있다'라고 말하자 약사 A씨는 "한 개짜리는 다 팔렸다"라며 "새로 포장해 드리겠다. 잠시만 기다려달라"라고 답했다. 그는 "대용량 박스를 통째로 공급받아 약국에서 직접 소분하다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서울 마포구 합정·망원동 일대 약국 10곳 중 3곳에서 키트가 이미 품절이었다. 편의점은 10곳 중 7곳이 품절이었다.
정부는 이날부터 오는 28일까지 전국 약국·편의점에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3000만명분을 공급하기로 했다. 앞서 전날부터 온라인상 자가검사키트 판매는 금지됐다. 남은 재고에 한해서만 오는 16일까지 판매할 수 있다. 온라인을 제외한 약국·편의점에만 키트 판매를 허용하면서 물량을 원활히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10곳 중 7곳에서 판매중이었지만 수요가 많아 언제 품절될 지 모르는 상황이다. 기자가 키트를 찾자 약사 B씨는 "운이 좋으시다"면서 "(키트가) 들어오면 금방 동나기 때문에 몇 번을 헛걸음하는 분들도 있다. 가족이 있으면 여유있게 사 둬야 나중에 고생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귀띔했다.
약사 C씨는 "약국마다 공급 상황이 전부 달라 다른 약국의 상황을 알 수도 없고 단편적으로 비교할 수도 없다"면서 "같은 날 비슷한 물량을 신청해도 못 받는 곳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공급 시점이나 물량 예측이 어렵다. 이 때문에 키트가 품절되면 정확하게 소비자들에게 안내할 수가 없다. 한 약사는 "공급이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다음에 언제 오시면 된다'고 말씀드릴 수가 없다"며 "물량이 있을 때만 확실하게 안내할 수 있다는 점이 답답하다"고 했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오전에 물량이 공급돼 여유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약사 D씨는 "언제 얼마나 들어올지 약국이 예상할 수가 없다"며 "지난주 토요일(12일) 저녁에 받아서 어제 소분해 판매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약국 곳곳에서는 자가검사키트 소분 작업 때문에 애를 먹고 있었다. 정부는 지난 12일 키트 소분을 약국에서 하도록 허용했다. 키트 제조 업체들이 소분 포장을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어 이 과정 때문에 현장 공급이 늦어진다는 점을 감안해 제조사는 대용량으로 공급하되 약국·편의점에서 소분하도록 한 것이다.
한 약사는 "상대적으로 노동력이 풍부한 회사에서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든 작업이었는데 이를 약국에 맡긴 것"이라며 "약국에서 약사 1~2명이 이를 전부 담당하게 됐다. '포장이 달라졌는데 정품이 맞냐'고 묻는 소비자도 있었는데 제품과 사용설명서를 전부 수작업으로 포장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약사회는 소분 포장에 대해 반발했다. 약국과 함께 편의점의 소분 포장이 허용된 것과 관련, "의료기기 판매 허가도 없는 편의점에 완제품이 아닌 소분 판매토록 하는 방침에 유감"이라며 "아르바이트 인력이 대부분 근무하는 환경에서 의료기기 포장을 뜯고 손을 대서 혼합 판매하도록 하는 조치는 있어서는 안 되는 발상이다. 즉각 철회할 것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이날 해당 지역의 편의점 중 소분 포장한 키트를 판매하는 곳은 없었다.
판매 가격에는 큰 편차가 없었다. 키트를 판매중인 약국 7곳에서는 7000~8000원에 살 수 있었다. 공급가격이 8000원 전후지만 소분 포장을 맡게 되면서 각 약국이 가격을 다르게 책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 약사는 "대부분 공급가격에 맞춰 판매하고 있다"며 "약국 간 편차가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