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외과계 전임의(펠로·Fellow) 수가 전국에 10명도 안 됩니다. 더는 사명감만으로 유지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정재호 한국사시소아안과학회 총무이사(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안과 교수)는 21일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열린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 2026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 이사가 소아외과계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소아 의료 세부 과목별 전임의 수는 △소아정형외과 2명 △소아비뇨의학과 1명 △소아흉부외과 1명 △소아외과 1명 △소아이비인후과·마취과·안과 0명에 그친다. 정 이사는 "소아안과의 경우 전임의 공백이 3~4년째 이어지고 있다"며 "미래 의료 인력 양성 시스템이 이미 끊어진 상태"라고 짚었다.
소아 의료 전임의 공백이 심화한 데엔 의료소송 부담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이 최근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전임의 24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93%가 '현재 소아 파트 세부 전공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이유로는 '의료사고·법적 분쟁'(79.8%), '소아 환자 감소에 따른 미래 불안'(40.8%), '성인 대비 낮은 급여와 소득'(31.8%) 순으로 언급됐다. 소아 파트 지원 의향이 생기는 조건으로는 응답자의 83%가 '의료사고·법적 분쟁 완화'를 꼽았다.
정 이사는 "소아외과계 전임의를 모집 중인지 묻는 설문 조사에선 '모집 중이고 지원자가 있다'고 답한 병원이 겨우 7%뿐"이라며 "모든 소아 진료 파트에서 한 명이 정년 퇴임하면 이 공백을 채울 인력이 없다. 더는 사명감으로만 유지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소아 진료·수술에 필요한 치료 재료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단 지적도 나왔다. 소아용 수술 재료·의료기기는 성인용 대비 수요가 적다. 특히 제품을 공급하던 해외 업체들은 저수가 구조로 '팔수록 손해'란 인식이 더해지며 국내 시장을 철수하는 사례가 잦다.
곽재건 선천성심장외과연구회 총무이사(서울대병원 소아흉부외과 교수)가 취합한 소아 의료 분과별 의료기기·치료재료 공급 부족 사례에 따르면, 소아흉부외과에선 개심술 시 심정지액을 주입할 때 쓰이는 캐뉼라(관)가 모든 규격 제품에서 공급이 불안정하단 의견이 있었다. 소아비뇨의학과에선 영아 요관 수술에 필수인 요관카테터·스텐트, 소아용 인조 고환 등의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소아안과, 소아정형외과, 소아성형외과 등에서도 비슷한 공급 불안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곽 이사는 "경제적 어려움이나 국내 심의 기준 통과 과정에서 담당 업체가 수입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며 "일부 1~2곳에서 독점하는 형태다 보니, 공급망이 쉽게 흔들리는 상황이 반복된다"고 전했다.
이날 현장에선 전반적인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의 처우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장영은 대한소아마취학회 총무이사(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6세 미만 가산 항목이 284개에서 603개로 확대됐고, 6세 이상~16세 미만 가산 항목도 신설(487개, 100% 가산)하는 등 정부 차원의 수가 구조 개선은 긍정적 변화"라면서도 "수가 가산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아 수술장 가동률을 높이란 압력이 있는데, 가산된 고난도 수술·마취를 시행했을 때 의료진 개인에게 돌아오는 혜택이나 이득은 없다"고 전했다.